역시 메이저리그 클래스는 어디에도 가지 않았다.
'코리안특급' 박찬호(38·오릭스)는 과연 메이저리거였다. 22일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 시즌 2번째 선발등판을 가진 박찬호는 7이닝 3피안타 4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막고 팀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일본 데뷔 2번째 경기에서 거둔 의미있는 첫 승. 전성기에 보여줬던 대포알 같은 강속구는 없었지만 메이저리그 17년차 베테랑다운 노련미와 명품 변화구로 세이부 타자들을 제압했다.
이날 박찬호는 총 투구수 108개를 던졌다. 이 가운데 직구는 42개밖에 되지 않았다. 과거 힘으로 타자들을 윽박질렀던 박찬호의 스타일과는 분명 달랐다.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한 차례 나온 것이 전부였다. 145km 이상은 3번밖에 없었고, 140km 이상으로 한정해도 24개에 불과했다. 직구 자체는 빠르거나 위력적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박찬호에게는 홈플레이트에서 춤추는 변화구가 있었다.

이날 박찬호는 슬라이더를 34개나 던졌고, 체인지업도 26개나 구사했다. 커터성으로 휘어들어간 슬라이더에 일본 타자들도 꼼짝없이 당했다. 여기체 체인지업까지 홈플레이트에서 잘 떨어졌다. 직구 구속이 빠르지는 않았지만 이 두 가지의 변화구만으로도 일본 타자들을 제압하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다 간혹 몸쪽으로 과감하게 찌른 직구가 더 위력을 떨쳤다. 베테랑다운 노련미가 화려하게 빛을 발했다.
좌우 타자도 가리지 않았다.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커터와 슬라이더를 효과적으로 구사했고, 우타자들을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재미를 봤다. 허를 찌르는 볼 배합으로 스탠딩 삼진도 2개나 잡아냈다. 경기 초반 위기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흔들림 없는 피칭으로 마운드를 지켰다. 득점권에서 박찬호는 6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세이부 타자들을 철저하게 눌렀다. 루상에 주자가 나갈 수록 박찬호는 더 굳건했다.
이날 박찬호의 피칭은 왜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활약했는지에 대한 증명이었다. 불같은 강속구가 없어도 박찬호는 위력적인 투수였다. 이제 겨우 2경기밖에 하지 않은 이른 시점이지만 박찬호의 평균자책점은 1점대(1.98)이며 피안타율도 1할대(0.196)대다. 박찬호는 살아있었다.
waw@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