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왕조' 현대에 대형 신인이 들어왔다. 한양대 출신 내야수 김민우(32)가 주인공이었다. 김민우는 박용택과 함께 대학야구를 대표하는 특급 타자였다. 그가 받은 계약금 3억4000만원은 박용택의 3억원보다 더 많은 것이었다. 내야수로는 역대 4번째로 높은 계약금. 그러나 김민우가 계약금에 걸맞는 활약을 하기 시작한 데에는 10년의 시간이 걸렸다.
만년 유망주였던 10년차 내야수 김민우가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민우는 올해 30경기에서 110타수 38안타 타율 3할4푼5리 2홈런 9타점 6도루로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타율 전체 6위, 최다안타 3위에 올라있는 김민우는 2루타도 10개나 터뜨리며 이 부문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넥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도루까지 성공시키며 1번타자로 연착륙했다.
김민우는 "자신감이 많아 붙었다. 작년에 처음 1년을 풀타임으로 뛰고 난 뒤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기대주로 머물렀던 프로 초창기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대학 시절 최고타자로 명성을 떨쳤던 김민우는 그러나 입단 뒤 스위치히터로 변신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실패였다. 입단 후 3년간 타율 1할9푼4리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는 "대학 때까지 우타로만 쳤다. 좌타로도 치려다 보니 적응이 어려웠고 수비까지 안 되더라. 자신감을 많이 잃었고 제대로 된 야구를 할 수 없었던 시간"이라고 떠올렸다.

하지만 2009년부터 조금씩 기회의 문이 열렸다. 백업 멤버로 2009년 데뷔 후 가장 많은 78경기를 뛴 그는 2010년에는 아예 풀타임 주전 자리를 꿰찼다. 128경기에서 타율은 2할5푼7리였지만 61개의 볼넷과 19개의 희생타를 기록하며 시즌 종료 후 팀 내 고과 부문 1위를 차지했다. 보이지 않는 팀 공헌도가 높았다. 올해는 시즌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타격으로 테이블세터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는 붙박이 1번타자로 3할대 중반 맹타를 치고 있다. 김민우는 "타격순위가 그렇게 높은 줄은 몰랐다. 하지만 어차피 떨어질 타율이다. 개인 성적은 생각하지 않겠다. 1번타자로서 무조건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타율도 높아진 듯하다"며 백의종군의 자세를 보였다. 1번 타순에 대해서는 "대학 때도 1번타자를 많이 쳐 적응하는데 문제없다. 나나 (장)기영이나 발이 빠르기 때문에 루상에 나가면 도루를 많이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루 기회가 많지 않다. 그만큼 2루타를 많이 치기 때문이다.
김시진 감독도 김민우에 대해 "우리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면서 그의 경기에 임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했다. 지난 7일 대전 한화전서 6회 대타 오재필의 강습 타구를 처리한 것에 대해 "경기에 집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플레이였다. 그 플레이가 팀을 살렸다"고 했다. 한화 한대화 감독도 "김민우가 진짜 잘 하더라. 송광민이 대학 시절 롤모델로 삼았을 정도로 원래 좋은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프로 초창기 빛을 보지 못한 잠재력이 서른줄을 넘긴 뒤에야 찬란하게 발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김민우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수비는 3루와 2루 모두 본다. 3루를 자주 했기 때문에 익숙하고 편한 것은 있지만 감독님이 오더를 주는대로 무조건 해야 한다. 무엇을 시키든지 항상 대비해야 한다"는 게 김민우의 말이다. 이어 그는 "작년부터 기회가 많이 주어졌다. 이제는 자신있게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오랜 고난과 역경을 딛고 터뜨린 잠재력. '대기만성' 김민우의 활약은 그래서 더 빛난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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