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번 외국인 투수의 악령을 끊을 수 있을까.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를 바라보는 팀의 시선은 절박하기 그지 없다.
지난 4월 27일 라몬 라미레즈를 대신해 새 외국인 투수로 공식 확정되어 한국 땅을 밟은 페르난도는 지난 7일 잠실 롯데전서 4⅓이닝 7피안타(탈삼진 2개, 사사구 3개) 6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패전은 면했지만 평균자책점이 12.46(11일 현재)에 달한다. 페르난도는 12일 광주 KIA전서 두 번째 시험대에 오른다.

롯데전 당시 72개의 공을 던지면서 36개의 직구와 24개의 슬라이더, 12개의 체인지업을 구사한 페르난도는 실투가 몰리는 바람에 6점을 내주고 말았다. 특히 5회 들어서는 140km대 후반의 직구 구속이 140km대 초반으로 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장점도 있었다. 실전 투구 전 포수들이 칭찬했던 볼 끝은 살아 날아드는 느낌을 주었고 최고 138km에 이르는 슬라이더는 마치 커브처럼 떨어졌다. 모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첫 경기였음을 감안하면 가능성도 충분히 보여준 페르난도였다.
그러나 문제는 시즌 끝까지 팀의 2선발로서 활약할 수 있을 지 여부다. 투구수 70구가 되기 전 직구 구속이 뚝 떨어졌다는 점은 일말의 불안감을 비춘다. 1선발 더스틴 니퍼트와 투수진 맏형 김선우가 이닝이터로 활약하는 와중에서 페르난도의 이닝 소화 능력이 떨어진다면 결국 이는 계투 부하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마무리 임태훈이 2군에 가있는 상황을 떠올렸을 때 페르난도는 반드시 롯데전보다는 더 많은 공을 던져야 한다. 최소 80~90개의 공을 던지면서 특유의 묵직한 볼 끝을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롯데 타자들이 그의 체인지업에 쉽게 속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떨어지는 폭이 큰 편이던 페르난도의 체인지업은 결국 3회 폭투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크게 떨어진다는 것은 홈플레이트에 다다르기 전 타자의 방망이를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지 못하면 결국 100% 볼이 된다는 이야기다.
아무리 좋은 직구와 슬라이더를 갖고 있다고 해도 제3의 구종이 적시에 타자를 유혹할 수 없다면 자칫 선발 투수가 말려들 수도 있다. 페르난도 본인의 분발만이 아니라 포수 양의지의 볼배합도 더없이 중요한 시점이다.
2009시즌 개막 직전 어이없는 허리 부상으로 퇴출된 맷 랜들 이후 두산의 30번 투수들은 기대 이하의 모습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2009년 후안 세데뇨는 '키워 쓰는 투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 속에 한 시즌을 보냈고 지난해 포스트시즌 투수진 한 축이 되었던 레스 왈론드는 페넌트레이스서 7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라미레즈는 제대로 보여준 것 없이 페넌트레이스 무대도 못 밟고 한국을 떠났다.
3차례 실패 전례 속 30번을 달게 된 페르난도. 성공 가능성도 불안 요소도 함께 지니고 있는 페르난도가 김경문 감독의 얼굴에 미소를 띄울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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