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어볼러'리즈, 한국형 용병으로 진화중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5.12 07: 03

딱 한 개의 공이 아쉬웠다. '파이어볼러' 레마메스 리즈(28)가 실투 하나에 울었다.
 
리즈는 11일 잠실 한화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1사구 9탈삼진 2실점(2자책)으로 호투했으나 9회 장성호에게 뼈아픈 역전 투런 홈런을 맞으며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시즌 4패(2승)째를 당했다. 류현진(24, 한화)에 이어 시즌 두 번째 완투패였다.

이날 리즈는 비록 패전투수가 됐지만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입증해 보였다. 리즈는 올 시즌 8경기에 선발 등판해 6차례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를 기록했다. 분명히 팀에서 맡긴 임무는 제1선발이었지만 매 경기 최소 2점 또는 4점을 내줘 불안한 1선발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9회 1사까지 3안타만을 내주고 무실점으로 막았다는 점에서 선발투수로서 리즈가 한국야구에 맞게 진화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160km 직구를 버리고 컨트롤에 집중
리즈의 트레이드 마크는 빠른 볼이다. 리즈는 지난 3월 1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시범경기에서 1회 첫 타자 강동우를 상대로 시곡 160km 강속구를 던지며 화제를 모았다. 30년 역사 한국프로야구 최고 구속이었다. 이때부터 모든 야구팬들은 리즈를 160km 사나이로 불렀다.
그러나 정규 시즌이 시작되고 나서 리즈의 '스피드 놀이'는 잠잠하다. 리즈는 11일 잠실 한화전에서도 직구 최고 구속이 156km에 그쳤다. 그 전 등판에서도 최고 구속은 157, 156, 158에 그쳤다. '스피드킹'리즈의 스피드가 갑자기 왜 줄어든 것일까. 혹시 부상이라도 당한 것일까. 아니면 투구 밸런스에 이상이 생긴 걸까.
이에 대해서 리즈는 "한국야구에서 스피드보다 중요한 것이 제구력"이라면서 "마음을 먹으면 160km를 던질 수 있지만 실제 경기에서 그렇게 빠를 공을 던질 필요성을 못 느꼈다. 컨택 능력이 좋은 한국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제구력이 필수요인이다"고 말했다.
▲포크볼도 던진다
시즌 초 리즈는 슬라이더, 커브, 컷 패스트볼을 던졌다. 본인은 분명히 다른 그립으로 다른 구종이라고 말했으나 이 세가지 구종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커터 평균 구속은 130km 중반, 슬라이더 130km 초반, 커브 역시 120km 중후반이었다.
타자들 입장에서는 리즈의 변화구는 꺾이는 각도가 같아 커터를 노릴 경우 슬라이더와 커브까지 대처가 가능했다. 리즈가 고전했던 이유였다.
그러나 리즈는 지난 24일 잠실 KIA전부터 포크볼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도 몇 차례 던진 했으나 구사 비율을 확실히 높였다. 11일 잠실 한화전에서 1회와 7회  장성호를 삼진으로 잡아낸 구종이 포크볼이었다. 9회 홈런을 맞은 구종도 포크볼이었지만 딱 하나 한 복판에 들어간 실투가 승패를 바꿔 놓았다.
무엇보다 리즈가 포크볼을 던져 홈런을 맞았지만 우타자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일률적인 변화구에서 종으로 떨어지는 확실한 무기가 생긴 만큼 결코 나쁘지만은 않다.
▲주자 견제, 수비 능력도 향상
리즈는 올 시즌 1루 주자 견제 시 보크 없이 두 차례 아웃을 시켰다. 11일 한화전에서도 1회 한상훈을 볼넷으로 내보낸 뒤 장성호 타석 때 빠른 동작으로 한상훈을 1,2루 사이 협살로 몰아 아웃을 유도했다.
더불어 리즈는 셋 포지션에서 공을 던지기 전까지 왼쪽 글러브에 공을 잡고 있는 시간을 다변화하면서 주자들의 스타트 타이밍을 잡기 힘들게 했다. 덕분에 두 차례나 도루를 저지할 수 있었다.
리즈는 또 17세 때 야구를 시작해 수비 기본기 역시 부족하다. 이 때문에 투구 동작 후 평범한 플라이나 번트 타구 처리에 미숙함이 있다. 이 때문에 최계훈 투수 코치로부터 특별 수비 훈련도 받았다.
리즈는 메이저리그 시절 선발로도 뛰었지만 구원투수로 활약했던 시간도 있었다. 더불어 트리플A에서는 한국처럼 주자들의 움직임이 기민하지 않아 견제 및 수비 동작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한국에서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
박종훈 감독도 리즈의 최근 투구 패턴 변화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은 "지난 5일 두산전이 올 시즌 가장 안 좋은 투구내용이었다. 삼진도 없었다. 제구도 많이 흔들렸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박종훈 감독은 "분명 어제 실망스러운 투구이긴 했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컨디션이 최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6이닝 3실점으로 막은 것은 잘한 것"이라면 "한정된 재능 속에서 앞으로 컨디션이 더 좋아지면 잘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리즈는 한화전에서 한국야구 진출 후 가장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단 하나의 실투가 완봉이 아닌 패전투수로 만들었지만 충분히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 경기였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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