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대전 한화전에서 어이없는 실책 2개로 무기력하게 완패한 삼성. 그날 삼성은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후 처음 승률 5할 밑으로 떨어졌다. 그날밤 류중일 감독은 선수단과 미팅을 가졌고 그 자리에서 야수들에게 집중력을 주문했다.
14일 한화전은 그래서 삼성에게 매우 중요한 한판이었다. 그러나 상대는 대한민국 최고 투수 류현진. 1회 시작과 함께 홈런 2방으로 기선제압했지만, 최근 분위기를 타고 있는 한화는 경기를 역전시키는 저력을 발휘하며 삼성을 옥죄어 왔다. 하지만 8회 찬스를 잡았다. 1사 후 최형우가 볼넷으로 걸어나간 것이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은 강명구 타석에서 대타를 냈다. 주장 진갑용(37)이었다.
류현진의 1~2구를 볼로 골라낸 진갑용은 3구째 높은 직구에 크게 헛스윙했다. 진갑용은 "볼카운트가 유리해 욕심을 냈다"고 인정했다. 이어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오는 4구째 직구를 파울로 걷어낸 진갑용은 5구 낮게 떨어진 130km 체인지업을 어렵게 커트했다. 이윽고 들어온 6구. 류현진은 또 다시 체인지업을 선택했다. 그러나 128km 체인지업이 가운데 높게 들어왔고 진갑용의 방망이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타구는 그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갔다. 대타 역전 투런 홈런. 이날 경기의 희비를 갈라 놓은 결승타였다.

사실 올해 진갑용은 주장이지만 설자리가 많이 좁아졌다. 채상병이 주전 포수로 활약하면서 진갑용의 비중이 줄었다. 이날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이 "요즘 많이 죽었더라. 그래서 계속 선수생활 할 수 있겠나"라고 농담할 정도였다. 그러자 진갑용은 "오늘 하나 보여드리겠다"고 응수했고 이날 경기에서 보란듯 대포를 터뜨렸다. 그는 "홈런이 될 줄 몰랐다"면서도 "짜릿하다"고 말했다. 양준혁의 은퇴 후 확실한 구심점이 되는 베테랑의 존재가 절실한 삼성에게 이날 진갑용의 부활포는 의미하는 바가 컸다.
일단 삼성을 살렸다. 삼성은 이날 경기 전까지 5월 10경기에서 3승7패로 고전했다. 이날 경기마저 패했으면 수렁이 깊어질 수 있었다.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이 주장답게 큰 일을 해줬다. 정말 고맙다"고 말할 정도로 의미있는 홈런이었다. 여기에 류현진과의 에이스 맞대결에서 패전 위기에 놓여있던 차우찬을 구해냈다. 차우찬은 "패전투수가 될 뻔 했는데 진갑용 선배님께 정말 감사하다"며 웃었다. 젊은 에이스의 기를 살려준 홈런이기도 했다. 에이스의 자존심은 팀의 사기와도 맞물린다.
진갑용 개인에게도 남다른 한 방이었다. 진갑용은 "올해 선발로 많이 나가지 못하고, 팀에도 보탬이 되지 못해 미안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한 방으로 진갑용은 존재가치를 다시 떨쳤다. 올해 홈런 2개 모두 대타로 나와 쳤는데 대타 타율 6할2푼5리(8타수5안타)에서 나타나듯 베테랑으로 확실한 결정력을 발휘했다. 진갑용의 한 방 능력이 살아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베테랑 포수로서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진갑용은 "(채)상병이가 잘해주는 덕분에 체력적으로 좋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팀 성적이다. 진갑용은 삼성의 주장이다.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에 가치를 둬야 하는 자리다. 진갑용은 "다시 5할 승률에 복귀했다. 지금 팀 분위기를 잘 살려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역시 삼성에는 기둥이 되는 베테랑이 있어야 한다. 진갑용은 2005~2006년 한국시리즈 2연패 당시에도 사자 군단 주장이었다. 그의 역전 투런포는 그래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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