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나가보니 릴리프 투수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느꼈다. 앞으로 더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근 3년 만의 계투 등판. 그것도 박빙 경기에서 아끼는 후배의 선발승을 지키는 데 힘을 기울인 뒤 그는 혀를 내둘렀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의 생애 첫 세이브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김선우는 3일 잠실 삼성전서 3-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만루에 마운드에 올라 승계 주자 2득점을 막지는 못했으나 3이닝 3피안타(1피홈런) 1실점으로 4-3 승리를 지켜냈다. 9회 조영훈에게 솔로포를 내주기는 했으나 동요하지 않고 경기를 매조진 것은 분명 의미가 있었다. 이전까지 김선우의 가장 최근 계투 등판은 2008년 9월 28일 잠실 삼성전(2⅓이닝 3실점 비자책)이었다.
올 시즌 4승 4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9(1위, 4일 현재)를 기록 중인 김선우는 국내 무대 4시즌 동안 가장 내실있는 활약을 펼치며 선발진 주축으로 활약 중이었다. 투타 밸런스가 안 맞아 고전하기도 했으나 그는 5월 팀이 거둔 7승 중 2승을 따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선발이 아닌 계투로 활약했다.
당초 김선우는 5일 경기 선발로 내정되었던 상황. 그러나 지난 2일 문학 SK전부터 "비상 시 불펜 대기도 부탁한다"라는 조계현 코치의 요청 아래 불펜에서 이틀 연속 몸을 풀었다. 그리고 3일 "투수 두 명으로 경기를 끝마치고 싶다"라는 김경문 감독의 바람을 현실화 했다.
경기 후 김선우는 "마무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힘드네"라며 웃었다. 단순한 세이브를 올리는 것이 아닌, 앞서 던진 선발 이용찬의 승리가 달려있던 만큼 이닝 수보다 더 큰 책임감이 어깨를 짓누르는 보직임을 절감한 것.
"미국에서도 세이브는 올리지 못했었다. 그동안 불펜 투수들이 많이 지쳐 조 코치께서 경기 전 불펜 대기를 요청했었다. 선발 로테이션 한 차례를 걸러서 미안했는데 승리로 마무리해 기분이 좋다. 다만 첫 타자에게 안타를 내줘 아쉽기도 했다".
이용찬의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4피안타 2실점 비자책) 승리를 지킨 김선우. 특히 이용찬은 지난해 마무리훈련서 김선우로부터 변형 체인지업을 사사해 선발로 재미를 보고 있다. 아끼는 후배의 요청을 성공시켰다는 것 때문인지 그의 이야기는 한결 더 보람찼다.
"용찬이가 교체되면서 '형이 나온 경기서 제가 블론세이브를 한 적은 없으니 이번에는 제가 부탁드릴께요'라고 하더라. 그게 현실화되니 부담이 컸다. 정말 직접 나가보니 계투 요원들이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겠더라. 앞으로도 더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3이닝 1실점 43구 세이브로 김선우는 상대 평균자책점 3.00을 기록 중인 삼성전 대신 7~9일 광주 KIA 원정 3연전 중 등판 가능성이 사실상 확정되었다. 김선우는 지난 4월 10일 잠실 KIA전서 상대 선발 트레비스 블렉클리의 완봉승 희생양이 되며 6이닝 10피안타 6실점(4자책) 패전을 떠안은 바 있다.
또한 KIA에는 이종범, 김상현, 이용규, 이범호 등 김선우의 천적들이 타선에 즐비하다. 팀을 위해 깜짝 계투 투입에 나선 김선우지만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투수진 맏형의 계투 등판으로 두산이 얻은 것도 있다. 계투 요원들의 체력을 비축할 수 있었으며 선발 에이스의 계투진 칭찬을 통한 팀 분위기 상승도 꾀할 수 있게 되었다. 김선우는 지난 시즌이 끝난 후 "앞으로 좀 더 후배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형 노릇을 하고 싶다. 정말 팀이 잘 되어야 하기 때문"이라는 각오를 보여준 바 있다.
선발 요원 김선우의 깜짝 3이닝 세이브는 어떻게 보면 '고육책'일 수도 있다. 만약 이 책략이 실패했다면 두산은 어렵게 잡은 상승세를 그대로 놓칠 수 있었으나 성공적인 결과로 이어지며 다음 경기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아직 6위(22승 2무 25패)에 그쳐있는 두산이 내일을 기다릴 수 있는 이유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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