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선수들 보면 모자에 화이트 또는 매직으로 숫자, 영어 이니셜, 또는 한글로 뭐라고 많이 써져 있는데요.
보는 이의 관점에 따라 조금은 다를 수 있지만 "조금은 지저분하다. 경기에 불필요한 요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홈런 1위를 달리고 있는 이대호(29, 롯데)의 경우 헬멧에 야구공 스티커 17개가 붙어 있습니다. 17개를 쳤다는 의미죠. 팀 동료인 강민호(26, 롯데) 역시 9개의 야구공 스티커가 있더라고요.

이 외에도 홍성흔은 모자에 '밀봉'이라는 글씨를 썼습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때 구단주와 방에서 나눈 대화를 비밀로 지키겠다며 '밀봉'이라로 적었습니다. 임찬규(19, LG)는 'BONG, 35. 7' 이렇게 화이트로 표시를 했습니다. 부상을 당한 봉중근, 이진영, 오지환을 생각하겠다는 뜻이죠.
어떤 팬들은 "재미있다. 선수들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진다"고 말한 반면 또 다른 팬들은 "모자에 너무 지저분하게 적은 것 같다. 유니폼인데 깨끗하게 단정하게 입는 것이 예의인 듯 싶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에 대해서 KBO도 올 시즌부터 대회 요강에 '불필요한 문구를 모자에 쓰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명시를 했다고 합니다. 아직은 특별한 제제나 벌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KBO에서도 인지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헬멧이나 모자에 무조건 금지시키는 것은 아니다. 지나친 표현 또는 특정 종교 표시는 자제를 요청한 상태다. 물론 팬들이 신선하다고 볼 수 있다. 또는 너무 지저분하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최대한 이런 부분은 양해를 구했다. 올해 처음으로 시행했고, 시즌 종료 후 구단 실무 담당자와 협의를 해서 허용 범위를 놓고 고민해 볼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낙서의 부위입니다. 모자 창 안쪽에 쓴 경우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이는 한국을 비롯한 일본과 미국에서도 특별히 규제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자나 헬멧 외부에 글씨 또는 숫자를 적을 경우 혹시나 상업적인 측면으로 이용돼 간접 광고로 활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정 팀장은 "동료 선수의 쾌유를 비는 것은 순수한 마음이다. 그러나 미국 또는 일본에서는 우리처럼 많이 표현하지 않는다. 우리가 조금 심한 것이 사실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개인적인 표현이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어찌됐든 간에 상업적인 광고로 문제가 될 경우, 분명히 지적하고 제한을 할 것이다"는 뜻을 나타냈습니다.
그렇다면 해외 사례는 어떨까요. 메이저리그의 경우 유니폼 또는 모자 어느 부위에 숫자 또는 이니셜을 쓰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헬멧 뒷 부분에 'MLB' 로고 외에는 어떤 것도 허용이 되지 않습니다. 지난 2004년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내야수 노마 가르시아파라가 'MLB' 로고를 명확하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4500달러, 우리 돈으로 450만원 정도의 벌금을 물었다고 합니다.
물론 예외 사례도 있었습니다. 지난 2002년 초 뉴욕 메츠 직원으로 일한 데니얼 김은 "메이저리그에서 모자에 뭔가를 쓴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다. 상대팀에서 항의를 할 경우 바로 교체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그러나 지난 1998년 뉴욕 양키스 선수였던 데럴 스트로베리가 갑자기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았다. 그러자 동료 선수들이 스트로베리를 생각하며 그의 백넘버인 39번을 매직으로 모자에 쓰기 시작했다. 그걸 본 조지 스타인브레너 구단주가 사무국에 공식 요청을 해서 모자 귀 근처에 자수로 넣어 승인을 받았다. 사무국에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기에 막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부상당한 선수들의 백넘버를 쓰면서 마음을 함께 하는 것은 좋다. 그렇지만 한국에서는 부상자 명단에만 올라도 번호를 쓴다"면서 "며칠 후면 돌아올 선수도 그렇게 쓸 경우 한도 끝도 없다"고 꼬집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3년부터 실업야구에서는 모자에 낙서를 하는 것을 금지시켰습니다. 프로야구에서는 한국과 비슷한데 심한 표기는 없다고 합니다. 일본에서는 1997년 야쿠르트 스왈로스가 일본시리즈 때 부상선수의 간판 선수의 이름을 써서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1990년대 중반 외국인선수였던 호지는 팬들이 전해준 스티커 사진을 헬멧에 붙이고 나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2002년 요미우리 모토키는 기요하라가 부상을 당하자 헬멧에 '기요'라고 쓴 적도 있다고 합니다.
현재 8개구단을 선수들의 모자를 살펴보면 구단별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구단은 모자 바깥 부분에 낙서를 하지만 SK는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작은' 이승호(30)는 "모자 안쪽에는 선수들 나름대로 뭐라고 적는데 바깥에는 특별히 쓰지 않는다. 밖에다 쓰면 지저분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국프로야구 아메리칸리그 스카우트는 "야구장에서, 그리고 TV를 통해서 선수들의 모자에 적힌 글씨와 숫자를 봤다. 한국의 경우 너무나 많은 것들이 적혀 있다. 뉴욕 양키스의 경우 유니폼에 이름도 넣지 않는다. 유니폼은 개인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팀을 나타낼 때 입는 것"이라며 "지금보다 약간의 제한이 필요한 것 같다"는 뜻을 조심스럽게 내비쳤습니다.
물론 우리가 메이저리그를 무조건 따라서 하는 것은 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한국와 일본, 즉 동양적인 문화가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쨌든 지나친 표현이나 종교 표시에 대해서는 자제를 요청한 상태이기 때문에 너무 크게 과도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KBO에서는 팬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팬들이 보는 관점이 중요하니까요.
agassi@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