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류현진, "다승왕보다 평균자책점"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29 10: 47

"에이스급은 믿고 맡기지 않나?"
지난 28일 문학 SK전을 앞둔 한화 한대화 감독은 여느 때처럼 에이스 칭찬에 열을 올렸다. 이날 선발등판을 앞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었다. 한 감독은 "선수가 항상 좋을 수 없다. 안 좋을 때 풀어나갈 줄 아는 것이 좋은 선수"라며 "류현진도 항상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스스로 찾아갈 줄 안다. 누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라 본인이 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에이스급은 믿고 맡기지 않나"며 류현진에 대한 믿음을 나타냈다.
한 감독의 믿음대로 류현진은 이날 경기에서 왜 자신이 에이스인지 증명했다. 4회 2사까지 안타는 물론 볼넷도 안 주는 퍼펙트 피칭으로 SK 타선을 꽁꽁 틀어막았다. 첫 안타를 최정에게 좌월 솔로 홈런으로 맞았지만 크게 문제될 게 없었다. 그런데 5회 전혀 예상치 못한 고비가 찾아왔다. 4회까지 최고 147km가 나왔던 류현진의 직구 스피드가 134km로 뚝 떨어졌다. 한 눈에 봐도 구위가 떨어지는 게 보였다. 결국 투아웃을 잡아 놓고 박재홍과 최윤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갔다. 알고 보니 갑작스런 왼쪽 등에 갑작스런 담 증세가 찾아왔다. 지난 경기에서 작심하고 세게 던진 탓인지 아니면 선발 등판일이 3일이나 미뤄진 탓인지 근육통이 일어났다. 하지만 승리투수 요건까지는 아웃카운트 하나가 남은 상황. 류현진은 "이번이닝까지 책임지겠다"고 의지를 나타냈다. 그리고 조동화를 상대로 134km 느린 직구에 이어 변화구 3개를 던져 유격수 땅볼로 솎아냈다. 그리고 6회부터는 마운드를 마일영에게 넘겼다. 5이닝 75구 3피안타 무사사구 5탈삼진 1실점 선발승.
경기 후 류현진은 "갑자기 등에 담이 확 올라왔다"며 "스피드를 낼 수 없었지만 투아웃이고 상대가 좌타자라서 어떻게든 내가 마무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혼신을 담아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에이스의 투혼에 감동받았는지 한화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리드 점수를 지켰다. 류현진은 5이닝만 던지고도 승리투수가 됐다. 류현진이 5이닝 선발승을 거둔 건 개인 통산 3번째. 마지막은 2007년으로 지금으로부터 4년 전 일이다. 완투를 하고도 패전을 안았던 그였지만 5이닝만 던지고 승리하는 날도 있었다.
한대화 감독의 말대로 안 좋을 때 스스로 풀어갈 줄 아는 투수가 바로 류현진이었다. 그는 "스피드가 나지 않았지만 제구 위주로 승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커브가 마음 먹은 대로 제구되지 않아 걱정이다. 커브가 너무 높게 들어갔다. 커브로 볼카운트를 잡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승리에 대한 만족만큼이나 스스로 보완해야 할 부분도 찾았다.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어느덧 8승(6패)째를 거두며 다승 부문 공동선두로 뛰어올랐다. 탈삼진은 108개로 부동의 1위이고, 투구이닝도 101⅓이닝으로 KIA 아퀼리노 로페즈(102) 다음이다. 데뷔 후 처음 개막 3연패로 시즌을 시작했고, 예년에 비해 들쭉날쭉한 모습도 있었지만 그래도 류현진은 류현진이다. '명불허전'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쓰는 말이다.
어느덧 다승 공동선두가 됐지만 류현진은 평균자책점에 더 큰 욕심을 냈다. 평균자책점은 3.73으로 전체 11위. 그는 "다승왕에는 욕심없다. 그보다 평균자책점을 내리는 게 더 중요하다"며 "담 증세는 그리 심하지 않다. 다음 등판도 문제없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에이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믿음이 묻어났다. 그게 바로 에이스이고 류현진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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