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을 박차고 나온 청춘
8개월간의 세계여행
“누가 뭐라든 내뜻대로”

방황해도 괜찮아
강성찬|238쪽|일리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겐 들소를 잡는 독특한 방법이 있다. 들소의 성질을 이용하는 거다. 눈이 양 옆에 달린 들소는 앞을 보지 않고 비스듬히 옆을 보고 달린다. 흥분하면 고개도 들지 않는다. 그저 무리 속에 섞여 앞에 가는 녀석의 엉덩이를 보며 달린다.
들소를 사냥하려는 인디언들은 그저 그들을 절벽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면 된다. 절벽 끝에 다다른 들소가 뒤에 오는 녀석들에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미 때는 늦다. 밀려서 혹은 제 발로 들소들은 차례로 절벽 아래로 추락한다. 사냥은 그렇게 끝난다.
불현듯 ‘내가 알던 것은 다 틀렸다’는 것을 깨달은 한 젊은이가 있다. 그 역시 무리 속에서 고개를 땅에 박고 달렸다. 다수는 틀릴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고, 설사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다수이기 때문에 무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회의가 생겼다. 천 길 낭떠러지에 도달해 도저히 멈출 수 없게 되는 상황이 그려진 거다.
정답을 강요하는 집단압력에 저항하기 위해 ‘대놓고 대든’ 한 젊은이의 기록이다. 겉으로만 보면 그 반항은 참으로 무모해보였다. 세계적인 대기업 IBM을 걷어차고 제 발로 걸어나온 거다. 그곳은 그 자신에게조차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심혈을 기울인 준비를 거쳐 들어간 그곳은 인생의 모래성이었다. 모래성이 그만의 성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스펙은 그만의 무기가 되질 못했다.
대안으로 선택한 것은 ‘여행’이다. 홍콩에서 베이징 행 기차를 타는 것을 시작으로 8개월여 동안 세계를 돌아봤다. 네팔 히말라야 산을 오르고 이집트 사막을 거쳐 산티아고 순례길을 따랐다. 고통이 점철된 긴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가 찾아낸 건 ‘창조적 부적응’의 가치다.
창조적 부적응자는 오로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이들에 대한 통칭이다. 세상에 부적응한 이들이 갈 길은 하나뿐이었다. 대다수 사람들이 가고 있는 선택, 무리에서 떨어져 나오기보다는 자유를 헌납한 집단에 속하는 그 선택에 대해 반기를 드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녹록했을 리 없다. “고통은 양파껍질을 까는 것 같았다”고 토로한다.
그래서 긴 여행 끝에 그는 과연 자신이 얻고 싶은 것을 얻었을까. “결국 내가 옳았다”고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이 믿는 대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확신을 얻었기에 “내가 이겼다”고도 했다. 그리고 묻는다. 당신의 정답은 무엇이냐고.
죽자고 자신을 알아내자며 덤빈 일대기에선 긍정의 최상치를 읽어낼 수 있다. 혹시 들소 떼처럼 달리고 있는 자신을 잠시 멈춰 세우고 싶다면, 절벽을 타려는 것인지 절벽으로 추락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구분이 안 되는 청춘이 있다면 일독을 권한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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