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래퍼 일리닛이 컴백했다. 무대 위를 본인만의 카리스마로 장악하는 일리닛은 '고수 닮은꼴 훈남 래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잘난 외모가 아닌 진한 음악. 일리닛의 이번 1집 정규 앨범은 여러 의미를 지닌 종합선물세트로 팬들에게는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히다.
음반의 제목은 '트리플 아이'다. 아이는 나. 세 개의 자아란 뜻이다. 음악을 할 때는 일리닛, 진짜 한국 이름은 최재연이고, 미국 이름은 제이(Jay)다. 세 개의 이름, 세 개의 자아로 29년 인생을 살아 온 일리닛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리닛은 한국에서 태어나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보내 혼란의 시간을 겪었다. 미국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사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이 시기는 그가 힙합 음악에 빠져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대학은 가족의 강한 뜻에 따라 한국에서 나왔다. 남부럽지 않은 배경으로 '엄친아 래퍼'로도 유명한 그다. 음악을 한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하지만 스스로 "힙합은 내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의 열정은 이제는 부모님을 든든한 지원자로 만들었다.
일리닛은 지난해 5월 '학교에서 뭘 배워'라는 곡으로 데뷔했다. 공교육을 비판하는 메시지가 담긴 이 곡은 방송에서 대부분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활동에 많은 제약을 받았다. 이런 경험을 한 일리닛은 "앞으로는 심의와 최대한 타협하고 싶다"라며 웃어보였다. 음악의 의미는 혼자 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이번 앨범에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 뿐만 아니라 사랑이야기, 친구이야기 등 다양한 스타일과 이야기를 담은 곡들이 담겨 있다. 특히 래퍼다운 다양하고 재치있는 가사들이 인상적이다. '술서울', '에스퍼란자', '좀 더 바삐', '나쁜놈들', '향수', '트리플 아이', '로스트', '아날로그걸' 등이 트랙리스트를 빼곡히 채우고 있고, 소속사 스나이퍼사운드의 소속 가수들과 JYP 래퍼 산이, 가수 박화요비 등도 지원사격했다.
- 새 앨범 모니터링 결과는?
▲ 미국에 칼 같이 비판해주는 음악적으로 박식한 친구들에게 리뷰를 부탁했는데, '네 인생을 완전히 담았구나'라고 하더라. 듣는 이에게 호기심을 일으키게 만든 것 같다. 랩 스타일이 변하고 좀 더 발전한 것 같다는 평도 있고, 사운드가 많이 좋아진 것 같다는 말도 많이 해주고 있어 고맙다.
- 새 앨범을 내는데 왜 시간이 올래 걸렸나?
▲ 지난 10월에 낼 예정이었는데 스스로 퀄리티에 만족을 못 했다. 비리비리한 앨범을 내면서 약속을 지킬것인지, 아니면 팬들에게 돌을 맞더라도 제대로 된 앨범을 만들지 고민하다 후자를 택했다. 피처링 섭외 과정도 생각보다 오려 걸려서 8개월 가량 늦었다.
- 다음 포털 사이트에 연재중인 인기 만화가 고영훈(네스티켓)이 직접 가사를 쓴 '향수'란 곡도 인상적이다.
▲ 회사에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고 이메일을 보냈는데, 그 분 역시 제 음악을 너무 좋아하시고 같이 하자고 바로 승낙해 주셔서 일이 금방 순조롭게 됐다. 그 분은 자기 일을 미루면서까지 내 일을 해주셨다. 스스로는 아쉬움이 많다며 나한테 죄송하다고 계속 그러시는데, 난 정말 너무 만족할 뿐만 아니라 감동을 받았다. 소중한 분 또 한 분을 얻게 됐다.
- 이번 앨범에 '3개의 자아'를 담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 미국에 건너 가서 혼란스러운 청소년기를 보냈다. 미국에서 놀림 받고 '나는 누구지?'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살다 온 나에게 그런 느낌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미국인과 한국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많이 겪었다.
- 가정폭력, 배신한 애인 등 노래의 소재가 무거운데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 실제로 가정폭력을 당한 친구가 있는데, 겉으로는 그것을 덮고 살았다. 그 친구를 보고 음악을 만들었는데, 3절을 부를 때는 울면서 불렀다. 연습실에서 울면서 해서 발성이 안 됐다. 몰입을 적당히 해야 하는데, 울컥해 말이 막히더라. 멋있어 보이거나 콘셉트 잡으려고 쓴 게 아니다. 이별 얘기 역시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든지, 30대쯤 된 내 주변 사람들이 겪는 아픔들을 많이 보면서 경험을 녹여 노래로 만들었다. 동생들이나 형들한테 피드백을 받으려고 노력했다. 사람들과 아우르는 것을 많이 했다.
- 이번 앨범에 대해 소개한다면?
▲ 트랙리스트 짜는 데에만 일주일이 걸렸다. 내 인생이다. 힙합이 내 사랑이다. 두 팔 벌려 완성하는 느낌이고, 드라마틱하게 만들었다.
- 래퍼인데, 요즘 화제인 '나는 가수다'도 보는지 궁금하다.
▲ 물론. 너무 좋아한다. 보면서 느끼는 것은 좋은 무대는 진짜 진심이 담긴 무대라는 것. 방송 경험이 많이 않은 나로서 보면서 많이 배우고 있다. (출연 가수들 중 누구를 좋아하나?) 임재범, 이소라 씨 등 모든 아티스트들을 존경한다.
- 래퍼 일리닛의 장점을 스스로 평가하자면?
▲ 나만의 방식으로 갈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다른 환경적인 것들도 뒷받침 되야 겠지만 새로운 걸 하고 싶고, 랩을 하는 사람, 작사하는 사람으로서 웬지 모를 자신이 있다. 하하.
ny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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