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가 야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한 김시진 넥센 감독도 "투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비다.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수비는 실책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타성 타구를 막아내는 호수비가 더 중요하다. 특히 박빙의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주도권을 가져올 수도 있고, 경기 중반에는 전체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1일 잠실구장에서 LG와 두산의 시즌 9차전이 열렸다. 양팀 모두 지난주부터 내린 장맛비와 태풍 때문에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르지 못하며 투수와 타자 모두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이날 경기의 승패는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30)의 호투와 LG 선발 레다메스 리즈(28)의 부진이 극명하게 엇갈리면서 경기 초반 승패는 결정됐다. 니퍼트의 호투 속에는 동료들이 호수비가 있었던 반면 리즈의 부진은 동료들의 아쉬운 수비도 한몫 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LG 선발 리즈는 지난달 16일 대구 삼성전 이후 15일만에 선발 등판하면서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선발 등판이 예고된 지난 6차례가 우천으로 연기되면서 7번째만에 등판이었다.
리즈는 오랜만에 마운드에 서서 그런지 경기 초반 제구에 애를 먹었다. 선두타자 이종욱을 상대로 풀카운트 끝에 볼넷을 내줬다. 다행히 오재원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으나 3번 김현수에게 1타점 적시 2루타를 맞았다.
그러나 이 순간 떠오르는 것은 서동욱의 수비였다. 김현수가 리즈의 직구를 정확하게 받아 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김현수의 타구가 서동욱의 글러브에 맞고 우익수 쪽으로 빠졌다. 서동욱의 글러브에 공이 들어와 직선타로 잡혔다면 1루 주자 이종욱이 2루 베이스로 스타트를 끊은 상태였기에 리즈는 1회를 무실점으로 마칠 수 있었다.
서동욱의 아쉬운 수비 하나는 김동주의 적시타와 양의지의 희생타까지 이어지며 3실점으로 이어졌다.
1회에 40개를 뿌린 리즈는 2회 1사 후 이종욱과 상대했다. 볼카운트 1-0에서 2구째 3루와 좌익수 사이에 파울 플라이가 떴다. 유격수 박경수가 전력을 다해 뛰어 갔지만 3루 불펜 펜스에 가까워 지면서 공을 잡지 못했다. 이종욱은 리즈의 볼을 커트 커트 하면서 7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1루수 왼쪽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비록 리즈는 2회 실점을 하지 않았지만 2회에도 22개의 공을 던졌다. 박경수의 호수비만 있었다면 리즈는 2사 1,3루에서 김동주와 충돌도 피할 수 있었다.
1회에 이어 2회에도 많은 공을 던진 리즈는 3회 볼넷 하나와 3안타를 맞고 2점을 더 내주고 2⅔이닝 8피안타 4사사구 5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반면 두산 선발 니퍼트는 야수들의 호수비 속에 호투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니퍼트는 2회 1사 후 정성훈에게 첫 안타를 허용했다. 이어 조인성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으나 서동욱에게 3루 방향 강습 타구를 내줬다. 그러나 두산 3루수 이원석이 백핸드 캐치로 잡은 공을 1루에 정확하게 원바운드로 송구하며 아웃을 시켰다.

니퍼트는 4회 1사 1루에서도 정성훈에게 2루타성 안타를 맞았지만 좌익수 김현수의 호수비 덕분에 위기를 벗어났다. 만약 김현수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니퍼트는 1사 2,3루 실점 위기를 맞을 뻔했다.
6회말 박용택의 까다로운 타구를 두산 1루수 최준석이 가볍게 처리한 데 이어 양영동의 기습 번트도 1루수 최준석과 2루수 고영민의 반복된 훈련 덕분에 매끄럽게 아웃으로 이어졌다. 타구 위치도 매우 까다로웠을 뿐더러 양영동의 빠른 발을 감안할 때 결코 쉽지 않아 보였지만 명백한 아웃이었다. 이후에도 니퍼트의 투구를 도운 호수비는 몇 차례 반복됐다.
경기 후 니퍼트도 "오늘 경기에서 완봉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잘 던졌다기보다 야수들의 호수비가 있었기에 가능한 결과였다"면서 이원석과 김현수의 이름까지도 정확하게 말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어떻게 보면 두산과 LG의 수비는 우연의 일치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 전 양팀의 훈련 형태를 보면 조금은 답을 찾을 수 있었다.
LG는 경기 전 타격 훈련을 하면서 동시에 내야수들의 수비 훈련을 했다. 수비수들은 수비 코치의 땅볼 타구를 잡아 1루 송구, 병살플레이 등 기본적인 것을 실시했다.
그러나 두산은 달랐다. 타격 훈련을 가볍게 실시한 뒤 내외야 주전 및 백업 선수들 모두가 수비 위치에 나서 강도 높은 수비 훈련을 실시했다. 내야수들의 평범한 땅볼 타구와 병살 플레이는 기본이고 리버스 병살 플레이와 외야 펜스 플레이 등 복합적인 훈련을 실시했다. 수비훈련 시간만도 30분이 넘었다.
4회말 LG 정성훈의 좌측 펜스를 원바운드로 맞추는 2루타성 타구를 김현수가 잡아 2루 베이스에 정확히 송구하며 아웃을 잡아낸 것도, 3루수 이원석과 1루수 최준석의 호수비도 반복된 수비훈련에서 나온 결과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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