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지금이 아니다. 이미 예전부터 왔다".
거칠 줄 모르던 선두 질주가 끝났다. 그러자 추락도 순식간이었다. 지난달 28일 436일만에 2위로 내려앉았던 SK가 443일만에 다시 한계단을 더 내려서며 3위가 됐다.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원정경기에서 5-6으로 패했다. 이로써 SK는 시즌 첫 4연패에 빠진 것은 물론 작년 4월 14일 대전 한화전 이후 처음으로 3위로 추락했다.

역대 2번째에 해당하는 통산 2300경기였던 김 감독이었지만 승리 대신 패배의 씁쓸함을 곱씹어야 했다.
특히 김 감독은 이날 경기 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위기 탈출'에 대해 "지금은 위기가 아니다"면서 "이미 지난 5월 방망이가 침묵할 때 이미 위기였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SK는 5월 7일 문학 KIA전부터 10일 대구 삼성전까지 3연패에 빠졌다. 이후 2번의 연패 후 KIA와의 문학 3연전을 모두 내주면서 두 번째 3연패에 빠졌다. 그리고 잦은 우천순연 속에서 다시 4연패.
이에 김 감독은 "그게 아니었다면 이미 2위와 승차를 벌려 단독 질주를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월이 문제
선두 SK는 그래도 잘 버텼다. 4월 15승 6패(.714)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5월 한달 동안 13승 10패(.565)를 기록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6월이었다. 10승 11패(.476)로 5할 승률 밑으로 떨어졌다. 2007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6월 성적이 5할 아래였던 적은 없었다. 2007년 17승 7패 1무(.708), 2008년 19승 3패(.864), 2009년 14승 10패 1무(.560), 2010년 17승 6패(.739)를 지난 4년 동안 기록했다. 6월이 끝난 후 SK 성적이 1위가 아니었던 적은 올 시즌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충격적이면서도 생소한 경험이었다.
지난 5월 만난 한 야구관계자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SK 타선은 곧 집중력을 가질 것"이라며 "야구를 할 줄 아는 선수들이 모여있는 만큼 스스로 잘 조절해 다시 정상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5년째 이어진 강한 훈련량도 좀처럼 SK 타선을 살려내지 못했다. 김 감독은 4번 타자 부재와 포수 등 부족한 백업 멤버로 이어지는 전력 보강 부분, 선수들의 베이스러닝에 대한 의식문제, 집중력이 결여된 수비 부분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결국 SK는 이날 최정을 선발 4번타자로 기용했다. 최정은 보란듯이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하지만 그 뒤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한 SK 타선이었다.
▲타선의 짜임새가 사라졌다
이날 SK는 4번 최정이 쏘아올린 솔로포 외에는 이렇다 할 공격력을 보이지 못했다. 9회말 2사 만루에서 터진 박재상의 싹쓸이 2루타로 1점차까지 추격에 나섰다. 하지만 마지막에 승부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4번 최정 앞에 섰던 정근우는 3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5번 박정권은 1안타에 그쳤다. 박진만이 2안타를 기록, 고군분투했으나 연결이 좀처럼 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그동안 보여줬던 SK다운 면모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화와 넥센에 당한 일격
시즌 전 2약으로 분류됐던 두 팀에게 당한 충격파도 크다. 송은범과 글로버 선발 투수로 전면에 내세웠으나 5회도 채우지 못했다. 한화에게 2연패하면서 3연패에 빠졌던 SK는 이날 다시 넥센에게 지면서 시즌 첫 4연패 고배를 들어야 했다.
SK는 한화에게 8승 1패로 상대전적에서 앞서 절대 천적으로 군림했지만 2연패하면서 8승 3패가 됐다. 넥센 역시 7승 2패였지만 이날 지면서 7승 3패로 됐다. 둘다 쉬운 승부를 예상, 반전 계기를 마련하는가 했다. 하지만 오히려 역공에 휘말린 격이 됐다.
야구전문가들은 SK가 한동안 소강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과연 김 감독이 평소에 말하던 "SK가 살아돌아올 수 있을지"와 "한 번에 훅 갈 수도 있을지" 중 어느 쪽이 될지 궁금하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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