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광주구장. KIA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경기 전 훈련을 하러 나온 '스나이퍼' 장성호(34)가 1루측 KIA 덕아웃을 찾았다. 배트 가방을 주섬주섬 살펴보던 장성호는 방망이 한 자루를 꺼내들고 갔다. 그는 KIA 구단 관계자에게 "하나 가져간다고 전해주세요"라고 부탁했다. 배트 가방의 주인은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KIA 거포 김상현의 것. 장성호와 김상현은 절친한 선후배 사이다.
3루측 한화 덕아웃으로 돌아간 장성호는 팀 후배 최진행(26)에게 방망이를 전달했다. 장성호는 "진행이가 상현이 방망이 하나 필요하다길래 그냥 가져온 것"이라고 껄껄 웃었다. 최진행도 "요즘 상현이형이 잘치길래 방망이를 하나 받고 싶었다. 마침 성호형이 '하나 가져다 줄까'라고 말했는데 진짜 갖다 주셨다"며 웃어보였다.
사실 장성호도 흠식을 품은게 있었다. 타깃은 이날 경기 전까지 3할8푼8리의 고타율을 기록하던 KIA 1번타자 이용규. 그러나 이용규의 배트가방에는 새 방망이가 없었다. 선수들이 쓰거나 썼던 방망이는 가져가지 않는다. 장성호는 "새 방망이가 없어서 가져오지 못했다. 그 대신 용규 방망이를 몸에 문지르고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기억을 떠올렸다. "재작년 LG 박용택이 3할7푼대로 잘 나갈 때였다. 용택이 방망이를 몸에 싹 문지르고 나왔다. 그날 나는 안타 2개인가 3개를 쳤는데 용택이는 4타수 무안타였다".

이용규의 기운을 얻은 덕인지 장성호는 1회부터 KIA 선발 양현종의 초구를 공략해 우익선상 2루타를 쳤고, 최진행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역대 5번째 개인 통산 1000득점을 돌파했다. 장성호는 5회에도 안타를 치고 8회에도 쐐기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반면 전날까지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하던 이용규는 5타수 무안타로 크게 침묵하며 연속 안타 행진이 11경기에서 마감되고 말았다. 시즌 타율도 3할8푼8리에서 3할7푼9리로 뚝 떨어졌다. 장성호가 이용규의 기운을 아주 제대로 빼앗은 것이다.
그렇다면 최진행은 어떠했을까. 김상현의 방망이로도 모자랐는지 최진행은 경기 직전 KIA 덕아웃을 습격했다. 그리고 나지완의 방망이를 강탈, 한화 덕아웃으로 36계 줄행랑 쳤다. 지난 1일 한화전에서 3안타를 친 나지완은 방망이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최진행의 힘과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최진행은 1회·3회 연속 적시타를 터뜨리는 등 5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최진행에게 방망이를 빼앗겼지만 나지완도 5회 역전 투런포를 터뜨리며 변함없이 한화 킬러 면모를 보였다. 김상현은 4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체면치레. 하지만 6안타 4타점을 합작한 장성호와 최진행에 비할 바가 아니다. KIA 방망이 강탈작전이 대성공한 셈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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