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쪽짜리 선수 소리를 듣기 싫었다".
한화 내야수 한상훈(31)은 명품이다. 그의 간결한 풋워크와 강한 어깨는 내야 수비의 표본이다. 그런데 이제는 수비만 명품이 아니다. 타격도 몰라보게 발전하며 공수를 겸비한 명품 내야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화의 상승세에서 한상훈의 이름을 빼놓으면 안 된다. 공수주를 넘나들며 팀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충족시키고 있다. 그런 한상훈이 3할 타율에 대한 도전까지 선언했다. 5일 현재 한상훈의 타율은 2할7푼1리. 쉽지 않은 수치지만 그는 목표를 크게 잡았다. 개인 최다 페이스인 2홈런 21타점 10도루는 덤이다.
▲ 괄목상대한 타격

한상훈이 타격이 약한 선수였다. 김인식 전 감독은 "타격이 조금만 되어도 국가대표감"이라고 할 정도로 수비는 완벽했지만 언제나 약한 타격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003년 입단 후 군입대하기 전인 2008년까지 6년간 통산 타율은 2할2푼3리. 한 시즌 최고 타율은 2007년 기록한 2할5푼9리였다. 그런데 올해는 2할7푼대를 꾸준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동안은 팀내 최고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감이 좋았다. 4월(0.224)·5월(0.258)·6월(0.309)·7월(0.400) 갈수록 타율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 더욱 고무적이다. 과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한대화 감독은 "제일 열심히 했으니까"라는 말로 요약했다. 하와이 스프링캠프때부터 한 감독은 한상훈을 바라보며 "저렇게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잘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노력은 배반하지 않았다. 한 감독은 "타석에서 보면 항상 신중하게 승부한다"고 설명했다. 한상훈도 "열심히 하는 건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괜히 나만 부각되는 것 같다"며 손사래친다. 하지만 한화 선수들은 한상훈을 최고의 노력파로 꼽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스프링캠프 때 3루수로 이동한 정원석은 "상훈이가 무서워 2루를 떠난다"고 할 정도였다.
▲ 무엇이 달라졌나
기술적인 변화를 빼놓고는 이 같은 변화를 설명하기 어렵다. 강석천 타격코치는 "2008년 군입대 직전부터 상훈이를 유심히 지켜봐왔다. 어느 정도 맞히는 자질이 있는데 이상하게 맞지 않았다. 당시에는 수비코치라서 타격을 지도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왼쪽 어깨가 떨어지는 걸 보완하면 어떨까 싶었다. 올해 다시 만나서 왼쪽 어깨가 떨어지고 몸이 내려가는 것을 보완하는데 힘썼다. 그것만 보완하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본인도 인정하고 잘 따라왔다. 변화구 대처 능력도 좋아졌고 밀어치는 것도 향상됐다. 이제는 타석에서 자신감이 완전히 붙은 모습"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한상훈도 "강석천 코치님과 항상 많은 이야기를 한다. 개인적으로 노림수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강 코치님이 타석전에 상대 이런저런 조언을 많이 해주신다. 그래서 초구부터 원하는 공이 오면 자신있게 친다"며 강 코치에게 공을 돌렸다. 실제로 올해 한상훈의 초구를 받아쳐 29타수 11안타 타율 3할7푼9리를 기록했다. 그렇다고 끈질긴 승부에 약한 것도 아니다. 풀카운트에서도 26타수 9안타로 타율이 3할4푼6리나 된다. 한상훈은 "요즘 정말 타석에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한상훈은 언제나 타석에서 투수를 잡아먹을 듯한 눈빛으로 강하게 노려본다. 그는 "조원우 롯데 코치님께서 한화에서 뛸 때 보고 배운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이는 어느덧 한상훈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 편견을 극복하다
한상훈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올 때 그에게 큰 기대를 건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는 "2년간 공백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롯데 조성환 선배는 그보다 더 많은 공백이 있었지만 잘하셨다. 나라고 못할 건 없었다"고 말했다. 2008년 조성환은 4년에 가까운 공백기를 딛고 타율 3할2푼7리 10홈런 81타점으로 대활약했다. 그는 2008시즌 종료 후 "나도 조성환 선배처럼 되겠다"고 약속했고 2년 후 이를 실현하고 있다. 그는 "내가 조성환 선배와 비교될 수 없다는 건 잘 안다. 조성환 선배는 개인적 친분이 없지만 항상 보고 배우는 존재"라고 설명했다. 이제 한상훈에게 2년의 공백기를 언급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상훈은 3할 타율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또 하나의 편견 극복 도전이다. 그는 "여전히 나에 대해 반쪽짜리 선수라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 그러기 위해 3할 타율이 필요하다. 한 번 하고 못할 수도 있겠지만 3할을 치는 것과 치지 못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나도 3할 타율 한 번 치고 싶다"며 결의를 나타냈다. 그렇다고 한상훈이 자신의 본분을 잊는 건 아니다. 그는 "2번 타순에 많이 나오고 있다. 내 역할은 연결하는 것이다. 안타를 못치는 것보다 희생번트를 제대로 대지 못했을 때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올해 한상훈은 희생번트 17개로 KIA 김선빈과 함께 리그 공동 1위다. 한대화 감독은 "한상훈은 참 믿음직스런 선수"라며 믿음을 나타냈다. 그가 흘린 땀의 진실을 알고 있기에 흐뭇하지 않을 수 없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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