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권이가 놀라서 스타트를 제대로 못끊더라".
SK 캡틴 이호준(35)이 진땀을 흘렸다. 하지만 모처럼 특유의 해맑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이호준은 8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의 홈경기에 1루수 겸 5번 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이호준은 2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팀은 10-2로 완승을 거뒀다. 7연패를 탈출하는데 성공한 것. 다시 선두 재탈환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이호준은 이날 2-1로 앞선 6회말 무사 1, 2루에서 예상치 못한 번트를 대면서 화제를 모았다. 당연한 번트였다. 추가점을 뽑기 위해서는 아웃카운트 1개를 희생하더라도 2, 3루로 1루씩 진루시키는 것이 보편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앞서 두 번이나 번트 기회를 놓쳐 볼카운트가 몰린 후 나온 스리번트였다. 앞서 4회 깜짝 주루플레이로 선취득점을 올린 데 이어 또 한 번 지켜보는 이를 놀라게 만든 플레이였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2루주자 박정권이 3루 베이스를 미쳐 밟기 전에 태그아웃됐다. 잠시 멈칫했던 것이 틈을 허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후 정상호의 중전적시타로 시작해 상대 실책, 3연속 안타가 폭발하면서 8-1로 점수차를 벌여 승부를 굳혔다.
이에 이호준은 경기 후 "벤치 사인은 두 번까지만 나왔다"면서 "스리번트는 전적으로 내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타석에 들어서기 전부터 무조건 번트로 주자를 진루시킨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벤치에서 번트 사인이 나왔다"는 그는 "두 번 실패했지만 처음 마음 먹은 대로 댔다. 그런데 문제는 박정권이 스타트를 제대로 끊지 못했다"면서 "나를 믿지 못해 그런 것 같다"고 농담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
실패했지만 이호준의 스리번트는 비롯한 SK 선수들의 연패 극복 의지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지난 2009년과 비교해 확실히 연패를 실감하고 있다"는 최정 등 몇몇 선수들의 공통된 느낌처럼 절박함이 최고조에 달한 이날 경기였다.
그 속에서도 SK 선수단은 꾸준한 미팅으로 서로를 격려해갔다. 오히려 이호준은 선수들에게 "오늘 또 지자"고 외쳐 선수들이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했다.
결국 벤치 사인없이도 선수들 스스로 이기려는 의지가 강력하게 드러난 것이었다. 김 감독도 이를 느낀 듯 "선수들이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살아났다"고 이날 경기를 평가했다.
이호준은 경기 후 "빨리 홈런도 두자리수를 치고 타율도 끌어올리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팀이 승리하는 것이다. 선수들이 잘따라줘 고맙다. 이제 조금씩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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