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대 경험을 갖고 타 팀으로 이적한 케이스도 있고 한국무대 첫 경험을 치른 선수도 있다. 그 가운데 뛰어난 활약을 선보인 새 외국인도 있는 반면 '고향 앞으로' 돌아간 선수들이 꽤 있다.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새 외국인 선수들의 전반기 활약도는 팀 성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1시즌 개막 전 새롭게 한국 무대를 밟거나 다른 팀에서 활약하게 된 새 외국인 선수는 총 12명. 전반기가 종료된 현재 그 12명 중 지난 21일 무릎 통증으로 인한 최근 구위 저하로 웨이버공시된 카도쿠라 겐(전 삼성)까지 포함하면 6명이 소속팀을 떠났다.

그리고 아직 활약 중인 6명의 선수들 가운데는 이미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자리매김한 경우도 있고 상승세 여운을 남긴 선수도 있다. 그 와중에서 한화는 지난해 말 재계약했던 우완 훌리오 데폴라를 지난 3년 간 롯데서 활약했던 외야수 카림 가르시아로 교체하기도.
성공하면 '효자'가 되지만 실패하면 '본전' 생각 절실하게 만드는 선수들이 바로 외국인 선수들. 전반기가 종료된 현 시점에서 '효자'가 된 이방인과 떠나간 외국인 선수들을 알아보자. 이번에는 아쉬움 속에 한국 무대를 떠난, 그리고 대체 선수로 입단했으나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이는 선수들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고향 앞으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 출장 전력도, 지난해 49승을 올린 팀에서 '50세이브를 올리겠다'라는 가열찬 의욕도 소용 없었다. 비디오 영상을 보고 만족해 데려왔다가 예상 외의 부진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 하는 선수도 있다.
올 시즌 가장 먼저 퇴출되는 비운을 겪은 라몬 라미레즈(전 두산)는 2009년 WBC 4강전서 한국에 일격을 당한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그러나 팀 합류 초기부터 어깨 근력이 심하게 떨어진 모습을 보인 끝에 시범경기 2패 평균자책점 23.63으로 김경문 전 감독의 믿음을 잃었다.
사실 라미레즈는 경기가 없는 날에는 훈련 대신 재활 치료실에 있는 경우가 더 많았다. 윈터리그 베네수엘라 리그서 9경기 3승 1패 평균 자책점 2.47서 호투했던 라미레즈였으나 쉬어야 할 시기에도 전력투구한 것이 힘이 떨어진 '데드 암(Dead Arm)' 증세로 이어졌다. 해괴한 투구폼에는 데드 암 증세가 큰 영향을 미쳤다.
라미레즈 퇴출 후 입단한 페르난도 니에베의 성적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12경기 2승 4패 평균자책점 6.79로 김광수 감독대행 취임 이후에는 6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86. 그나마 나아졌고 직구 구위도 레다메스 리즈(LG) 못지 않게 뛰어나지만 스트라이크존 좌우로 제구하는 능력은 떨어진다. 제2의 구종인 체인지업 움직임이 그날 그날 다르다. '팔색조' 조계현 투수코치의 지도를 제대로 습득해야 하는 외국인 투수다.

지난해 대만 리그를 평정했던 짐 매그레인(전 SK)은 16경기 2승 6패 평균자책점 5.37로 한국을 떠났다. 전지훈련 당시부터 최고 구속이 130km대 중반에 그쳐 김성근 감독의 아쉬움을 샀던 매그레인은 6월서부터 140km대로 직구를 끌어 올렸으나 제대로 된 장점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매그레인을 대신해 SK에 입단한 투수는 투수 구력 5년에 불과한 브라이언 고든. 고든은 좋은 구위와 다양한 커브를 지녔으나 타자일순 후 공략당하며 17일 한화전서 4이닝 3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었다. 마이너리그서 전형적인 플라이볼 투수였던 만큼 실투 비율을 줄이는 것이 급선무다.

'목표는 50세이브'라며 당차게 한국 땅을 밟았던 오넬리 페레즈(전 한화)는 5개의 블론세이브를 포함해 27경기 4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5.83을 기록한 채 대니 바티스타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쓸쓸히 떠났다. 바티스타와 마찬가지로 오넬리도 150km을 상회하는 공을 던졌으나 팔 각도가 점점 낮아지는 치명적인 약점을 비췄다.
사이드스로에 가까워지면서 좌타자의 눈높이에 맞게 다가오는 공이 속출했다. 한용덕 투수코치는 "이러한 경우 좌타자를 상대할 때 체인지업 같은 떨어지는 공이 필요하다"라며 경고했으나 오넬리는 체인지업 연마에 실패하며 한 코치의 경고를 현실화하고 말았다.
▲ 카도쿠라-코리, 베테랑의 비운
사실 이들이 중도 퇴출될 성적이라고 보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러나 팀이 기대하는 이상향의 성적과는 동떨어졌고 여기에 스태미너 문제, 고질적인 부상이 겹치며 안타깝게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지난해 SK서 14승을 올리며 최고 외국인 투수로 활약했던 카도쿠라 겐(전 삼성)과 브라이언 코리(전 롯데)의 이야기다.

주니치-긴테쓰-요코하마-요미우리를 거치며 탈삼진왕(2006년) 타이틀도 따내고 프리에이전트(FA) 먹튀 설움도 겪었던 카도쿠라. 그는 2009시즌 도중 SK의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은 뒤 지난해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2로 이국 땅에서 제2의 전성기를 여는 듯 했다. 그러나 시즌 후 무릎 부상이 도지며 SK와 재계약을 맺지 못했다.
이후 카도쿠라는 가네무라 사토루의 메디컬테스트 불합격으로 외국인 선수 한 자리가 비어있던 삼성의 선택을 받았다. 특히 삼성은 2010시즌 후 베테랑 유격수 박진만을 자유계약으로 풀었던 바 있어 카도쿠라의 이적은 더욱 특별했다. 박진만의 새 둥지가 SK였던지라 마치 시간 차 맞트레이드 같은 모습이 되었기 때문.
시즌 초반 카도쿠라의 피칭은 나쁘지 않았다. 4월 한 달간 1승 2패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했던 카도쿠라는 5월 4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1.26으로 '역시 카도쿠라'라는 이야기를 절로 나오게 했다. 그러나 고질화된 무릎 부상이 도지면서 투구 축을 제대로 내딛지 못하고 변화구 위주 투구를 하다가 난타당했다.
카도쿠라의 최종 성적은 5승 6패 평균자책점 4.07. 그러나 5년 만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삼성 입장에서 KIA 상대 3경기 1패 평균자책점 23.82, SK 상대 2경기 1패 평균자책점 4.97로 불안점을 보인 카도쿠라를 계속 데리고 있을 수 없었다. 카도쿠라는 2011시즌 가장 불운한 외국인 투수가 되고 말았다.

우리 나이 서른 아홉 코리의 퇴출도 아쉬움이 크다. 지난해 지바 롯데서 뛰었던 코리는 입단 당시 "1경기 당 6이닝 이상을 소화하기 어렵다. 붙박이 계투로서 연투도 어려워 선발-계투를 오가는 스윙맨 노릇을 해야 할 것 같다"라는 팀 내 기대치 속에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서부터 코리가 구위-제구를 겸비한 모습을 보이자 양승호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욕심이 커진 게 화근이었다. 4월 선발로 6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4.37을 기록한 코리. 그러나 경기가 가면 갈 수록 이닝 소화 능력이나 구위 하락세가 뚜렷했다.
뒷문이 상대적으로 허술했던 롯데는 결국 코리를 마무리로 돌렸다. 그러나 전임 마무리라기보다 경기 당 소화 이닝이 많은 편이던 '애니콜형' 마무리였다. 90년대 후반 임창용(야쿠르트, 당시 삼성)-진필중(전 두산)의 모습과도 유사했다. 5월 6일 잠실 두산전서는 4이닝 세이브를 올린 뒤 본인이 자청해 7일 경기 세이브를 올리기도 했다. 선수의 의욕도 컸지만 코치진이 먼저 제동을 걸어주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결국 코리는 6월 5경기 평균자책점 9.82로 퇴출 위기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말았다. 특히 마지막 등판이던 8월 문학 SK전서 5⅓이닝 7피안타 5실점(2자책)으로 패전투수가 된 뒤 곧바로 퇴출 통보를 받은 것은 아무리 봐도 석연치 않은 과정이다. 이미 '바꾼다'라는 가정 하에 라이언 사도스키와 코리가 등판이라는 제비뽑기를 했고 코리가 '꽝'을 뽑은 모습과 같다.
코리 대신 롯데가 선택한 투수는 크리스 부첵. 부첵은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일단 기록은 좋다. 그러나 19일 잠실 두산전서 고영민에게 동점 투런을 내주는 등 불안한 면을 비췄다. 15일 LG전서도 5⅓이닝 1실점 비자책 승리를 따냈다고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공이 높고 주자 견제 능력도 아쉬웠다. 4강 재진입을 노리는 롯데가 부첵을 '코리화' 시키지 않으려면 적절한 등판 간격 유지 속에 투구 세기(細技)를 심어주어야 할 것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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