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지난 몇 년 넥센 히어로즈의 김시진(53) 감독은 애써 키운 자식 같은 선수들을 떠나보냈다. 떠난 선수들은 다른 팀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김 감독에게 남은 것은 다시 키워내야 할 어린 선수들 뿐이다.
김시진 감독은 올 시즌 유난히 선수층이 얕았던 팀의 전반기를 돌아보며 "투수도, 타자도 마음대로 안됐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넥센의 팀 타율(.251)과 평균자책점(4.50)은 전체 7위에 머물러 있다. 언제든 믿고 쓸 수 있는 스타 선수가 없다는 점도 김 감독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주된 원인이다.
김 감독은 "시즌 초 투수 면에서 김영민까지 포함해 6인 체제를 구상했지만 금민철과 김영민이 2군에 가면서 선발 운용이 힘들었다"고 올 시즌 가장 힘들었던 점을 밝혔다. 넥센은 시즌 초 브랜든 나이트-금민철-김성태-김성현-문성현-김영민으로 이어지는 선발진 라인업을 짜뒀지만 금민철이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됐고 김영민은 잦은 부상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나머지 1군 선발 투수들도 타팀 타자들을 제압할 만한 위력적인 투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브랜든 나이트(36)와 김성태(29)를 제외하면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선발들이 경기 중반까지 버티지 못하고 기복이 심한 피칭을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팀 사사구가 전반기에만 400개로 8개 팀 중 가장 많은 개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삼진은 468개로 7위에 불과하다. 김 감독은 "적극적으로 승부하다 안타를 맞는 것도 아니고 타자를 피하다가 주는 사사구는 수비진도 힘빠지게 한다"며 투수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많이 맞는 대신 많이 쳐주는 것도 아니다. 넥센의 전반기 총 안타는 626개로 팀 중 최하위다. 경기를 8개 팀 중 두 번째로 적은 77경기만 치르기도 했지만 가장 적게 치른 SK가 662개, 똑같이 77경기를 치른 두산이 686개의 안타를 생산한 것에 비하면 확연히 적다. 시즌 초 4번 타자로 낙점된 강정호(24)는 5월까지 타율 2할3푼4리에 머물며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32)는 6월까지 타율이 2할5푼2리로 한때 '외국인 선수 무용론'의 대표적 사례였다.
김시진 감독은 이외에도 "시즌 초 구상했던 타순이 모두 뒤집어졌다"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김 감독은 장기영-유한준-알드리지-강정호 등의 타순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지금 현재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는 아무도 없다. 공격의 연결고리가 모두 끊어진 것이다. 애초 9번으로 낙점했던 김민우는 상위타선의 부진으로 인해 쭉 1번 타자로만 출장해왔다. 아직 상대투수가 두려워할 만한 무게감을 가진 타자가 없는 것도 넥센의 계속되는 고민이다.

이처럼 투타 양면에서 성장 중인 선수들이 좌충우돌 누비고 있는 넥센의 다이아몬드는 아직 최하위라는 성적과 함께 각종 기록상으로도 상처 투성이다. 김 감독은 "한 명이 무너지니 줄줄이 무너지더라"면서 "야구라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전반기를 마치는 소감을 전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전반기에 이렇게 됐으니 후반기에 지금의 선수들과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보겠다"고 말했다. 전반기에 좋지 않았던 점을 고치고 좋았던 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적은 선수층 내에서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뜻. 전반기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김시진 감독의 현명한 판단이다.
4연승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로 전반기를 마친 김시진 감독은 "송신영, 손승락이 지키고 있는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며 후반기 순위 싸움에 대한 공격적인 선언에 나섰다. 김 감독은 "불펜이 잘해주고 있고, 요즘 선발들도 사사구가 줄고 자기 공에 대한 믿음이 생긴 만큼 후반기에 승부를 걸어보겠다"고 말했다. 우선 최근에 보여주는 있는 넥센의 변화가 긍정적이다. 강정호는 6번 타자로 옮겨가 4번의 부담을 털고 타율을 올리기 시작했고 알드리지는 4번에 나서면서 6월 이전까지 4개에 불과했던 홈런을 6월 이후 10개나 폭발시키며 중심타선의 무게를 잡고 있다.
올 시즌 전반기 30승47패를 거두며 홀로 3할대의 승률(.390)을 기록중인 넥센. 넥센의 '원석' 같은 선수들이 김 감독의 쓴 소리와 조언을 받아들여 후반기에 더욱 다듬어지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일단 LG를 만났을 때의 그 근성만 유지해도 넥센에는 희망이 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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