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외국인타자 코리 알드리지(32)가 한국무대 첫 시즌 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알드리지는 21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서 4번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홈런 2개를 포함해 5타수 2안타 4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7 승리를 이끌었다. 덕분에 그는 올 시즌 전반기 77경기에서 2할6푼3리의 타율에 14홈런 49타점 40득점을 기록하게 됐다.
무엇보다 알드리지는 시즌 초 한국야구에 적응기간 동안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퇴출설까지 나돌았다. 가장 큰 이유는 타석에서 너무 신중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외국인 타자들의 경우 삼진을 의식하지 않고 스트라이크 비슷한 공이 들어오면 거침 없이 배트를 돌렸다. 김시진(53) 넥센 감독도 "너무 볼을 신중하게 고른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좀 쳤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알드리지의 신념은 확고했다. 그는 21일 OSEN과 만난 자리에서 "타석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은 세 가지다. 내가 안타를 치거나, 범타로 물러나거나, 마지막으로 볼넷을 골라 나가는 것"이라고 말한 뒤 "스트라이크를 친다고 해서 다 안타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볼을 칠 경우 안타가 나올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내가 신중한 것이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할 것을 하는 것"이라며 자신의 야구 철학을 설명했다.
실제로 알드리지는 시즌 초 타격과 관련해서 심재학 타격 코치와 옥신각신했다. 문제는 적극적인 스윙을 하지 않은 자신에 대해 조언을 한 코치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한 알드리지가 대립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후 이들은 5주 동안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성적이 조금씩 살아나고 타격 역시 좋아지자 이제는 코치가 아닌 친한 친구가 되어버렸다.
알드리지는 4월 23경기에서 2할3푼3리의 타율에 3홈런 13타점에 머물렀다. 5월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는 5월 23경기에서도 2할3푼5리의 타율에 1홈런 12타점에 그쳤다. 이 타이밍에서 퇴출설이 나왔다. 그러나 알드리지는 6월부터 서서히 4번타자 본능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6월 20경기에서 2할9푼9리의 타율에 6홈런 16타점을 올렸다. 7월 11경기에만도 3할3푼3리의 타율에 4홈런 8타점을 달리고 있다.

그의 배트가 춤을 추기 시작한 건 신념과 더불어 무한 긍정적인 마인드 덕분이다. 알드리지는 "난 즐거운 야구를 매일 한다. 그런데 왜 스트레스를 받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심지어 난 미국이 아닌 한국에까지 날아왔다. 요즘 날씨도 조금 더운 편이다. 그런데 난 에어컨 없이도 경기장에서 충분히 잘 견딜 수 있다"면서 "왜 좋아하는 야구를 하면서 스트레스 받고 힘들어 하는 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는 뜻을 나타냈다.
알드리즈는 긍정적일 수 밖에 없는 사연이 있다. 그는 지난 1997년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4라운드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 지명됐다. 이후 그는 마이너리그를 거쳐 22살이던 200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비록 8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했지만 팀 내 유망주였다.
그러나 알드리지는 2002년 오른 어깨를 심하게 다쳤다. 그는 "외야수인 내가 오른 어깨를 다쳤다는 것은 큰 충격이었다. 수술 후 처음엔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했다"고 말했다. 야수가 어깨를 다쳤다는 것은 공을 던지기 힘들다. 야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냐는 질문에 "왜 야구를 포기하냐"고 반문한 뒤 "몸은 힘들었지만 야구를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도도 많이 했다. 3년 동안 재활을 하면서 다시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며 자신이 야구를 하는 것 만으로도 감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알드리지가 생각하는 야구는 메이저리그든, 한국이든 똑같다. 그러나 그는 "한국에서는 선수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아무리 좋은 타자도 3할 이상을 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이 야구다. 물론 가끔은 홈런을 2개씩 칠 때도 있다. 그러나 매일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너무 작은 것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야구 자체를 즐기지 못하는 선수들을 보게 된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넥센 외야수 장기영을 예로 들었다. 그는 "장기영은 좋은 선수다. 그런데 21일 경기만 봐도 첫 타석에서 범타로 물러난 뒤 덕아웃에 들어와 풀이 죽어있다. 난 이렇게 말한다. 이제 겨우 한 타석이다. 앞으로 세 차례 더 남아있는데 왜 그렇게 괴로워하냐고 말했다. 그 뒤에 그는 정말로 세 타석 모두 안타를 쳤다. 이것이 야구"라면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알드리지는 그 반대로 강정호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강정호는 정말 좋은 선수다. 타격 및 수비에서 모두 훌륭하다. 그런데 가끔 실책을 범한다. 그러나 그는 실책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잊고 자신의 플레이를 하는 것이 그의 장점"이라고 칭찬했다.
"시즌 초 타격 부진으로 맘 고생이 많았다. 기다려준 코칭 스태프와 동료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 알드리지. 이제 한국야구에 많이 적응한 만큼 후반기에는 팀 중심타자로 더 많은 타점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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