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야구 역사바꾼 이종범의 '식중독'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1.07.23 13: 12

KIA의 톱타자 이용규(26)가 한 시즌 타율 4할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전반기를 마친 현재 3할7푼3리로 수위타자 경쟁에서는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1주일전까지만해도 3할8푼3리였던 타율이 조금 떨어졌습니다. 팀의 선배 이종범(41)이 지난 1994년에 기록한 3할9푼3리를 넘어서 꿈의 타율 4할에 도전할 것 같은 기세가 수그러들어 안타깝습니다.
17년전 이종범(당시 24살)의 불꽃 방망이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해태 타이거즈 입단 2년째이던 당시 이종범이 4할고지에 오른 것은 94년 8월 21일 광주에서 열린 쌍방울 전이었습니다. 4타수4안타를 기록하며 정확히 타율을 4할(340타수 136안타)로 끌어올렸습니다.

일간스포츠 편집위원으로 근무하던 저는 같은 시기에 일본에서 이치로(당시 21살. 오릭스 블루웨이브)가 한 시즌 최초로 200안타를 돌파할 기미를 보인다는 외신을 연일 보도하면서 이종범도 국내야구 사상 처음으로 200안타를 돌파하고 타율 4할을 이룰 가능성이 크다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광주에 가서 이종범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이종범의 모습이 영 핼쑥해 보이는 게 이상했습니다. 펄펄 날던 기세는 사라지고 3경기서 12타수 1안타, 물먹은 방망이였습니다.
“배탈이 나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김응룡 해태 감독은 “식중독에 걸렸다는데 하필이면 이럴 때…”라면서 이종범의 부진과 더불어 그전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했으나 중위권으로 떨어진 팀 성적에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습니다.
2년전 KIA 타이거즈가 창단 후 9년째에 처음으로 우승을 한 다음 이종범은 MBC TV의 ‘강호동의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서 4할-200안타를 놓친 이야기를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잘 아는 분이 기운내라고 생고기와 육회를 사주길래 실컷 먹고 날씨가 더워 냉수를 많이 마셨더니 심한 배탈이 났다. 타석에 나서기 겁날 정도로 배앓이를 하고 화장실에 자주 가 며칠동안 고생했다”고 하더군요.
해태-KIA 구단 관계자들은 이 사건 이후에는 “광주에서 한우 생고기는 정말 맛있지만 먹더라도 절대로 찬물은 많이 마시면 안된다”고 선수나 야구인들에게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종범은 그때 7월 한달 정확히 5할(62타수 31안타)을 기록하고 8월에는 3할5푼8리(95타수 34안타)로 떨어져 순식간에 3할 8푼 대까지 추락했습니다. 일주일 가량 고생한 이종범은 9월 들어 4할6리(64타수 26안타)를 기록하며 제 페이스를 찾았고 마지막 4경기에서는 무려 10안타를 몰아치며 기세를 끌어올렸지만 끝내 4할과 200안타의 고지를 달성하는데는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팀의 126경기 중 두 경기를 빠진 124게임에 나와 196개의 안타로 200안타에서 4개가 모자랐고 타율은 3할9푼3리로 지금까지 깨지지 않는 한 시즌 최고타율을, 도루 역시 84개로 시즌 최다도루기록을, 홈런은 19개로 1개 차이로 생애 첫 20-20기록를 놓쳤습니다. 병살타는 단 2개였습니다. 100도루도 충분히 가능했는데 99회의 도루를 시도하여 15회만 실패해 무려 84.8%의 높은 성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이치로는 130경기 모두 출장해 210개의 안타를 날리고 타율은 3할8푼5리, 홈런 13개, 도루 29개를 기록했습니다.
수비에서 부담이 가장 큰 유격수를 맡으면서도 이종범은 장타를 겸비한 호쾌한 1번타자인데 비해 외야수 이용규는 최고의 커트 능력을 자랑하는 정교한 톱타자입니다. 이용규는 올해 4월 18일 경기 중 주루플레이를 하다가 오른쪽 허벅지 통증이 생겨 근 한달간 결장했습니다.
4월 한달 타율은 3할8푼8리를 기록해 이종범이 94년 당시 4월에 기록한 3할2푼4리보다 좋았습니다. 5월에는 이용규 3할3푼8리, 이종범은 3할9푼4리였고 6월에는 둘 다 비슷하게 이용규가 4할4리, 이종범이 4할이었습니다.
이종범은 94년 7월, 무려 5할의 타율을 기록한데 비해 이용규는 21일 현재 3할8푼7리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4할을 쳤던 선수는 프로 원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던 백인천 한 명 밖에 없습니다. 팀당 경기수가 80게임이던 당시 백인천은 72경기에 출장해 250타수 103안타를 기록해 4할1푼2리의 대기록을 남겼습니다.
4할 타율은 77년 역사를 가진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온 적이 없으며, 142년 역사의 메이저리그에서는 42명의 타자가 한 시즌 4할 이상을 기록했지만 1941년의 테드 윌리암스(.406) 이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발전된 현대 야구에서 타자가 4할을 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용규가 7월들어 주춤하고 있으나 17년전 이종범이 겪은 심한 식중독 장염 증세보다는 여건이 좋습니다. 더구나 이용규는 일주일전 삼성과 3연전에서 13타수 2안타로 부진했으나 전반기 마지막 한화와 3연전에서는 12타수 5안타로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습니다.
7년전 LG에 처음 입단해 다음 해 KIA로 트레이드 된 후 최고의 물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는 이용규가 대선배가 안타깝게 놓친 꿈을 이룰 지, 성공 여부를 떠나서 4할 타율에 도전하는 과정이 2011 시즌 후반기의 큰 볼거리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chuni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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