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첫 올스타' 김선우, "그렇게 느리게 던진 적은 처음"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7.25 07: 02

첫 올스타전 출장에 무덤덤한 모습을 보이려 했던 남자. 그러나 경기 전 그는 자신의 원정 유니폼 대신 홈 유니폼을 입고 왔다가 '아차'하면서 다시 라커룸으로 향하는 등 긴장감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써니' 김선우(34. 두산 베어스)의 첫 올스타전은 그에게도 더없이 뜻깊었습니다.
 
올 시즌 8승 5패 평균자책점 3.06(25일 현재)으로 활약 중인 김선우는 지난 23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이스턴팀의 감독 추천 선수로 참석했습니다. 마이너리그 시절 퓨처스게임에 두 번 출장한 적은 있습니다만 메인 리그에서 올스타전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장남 성훈군(7세)과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밟은 김선우는 올스타 선수로서 꿈의 무대를 만끽하더군요. 성훈군도 자랑스러운 아버지와 함께 쉽게 밟기 힘든 그라운드와 덕아웃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올스타전의 분위기를 마음껏 즐겼구요.
 
경기 시작 전 김선우는 홈 유니폼을 입고 3루 측 덕아웃에 도착했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더스틴 니퍼트는 김선우에게 다가가 자신이 입은 원정 유니폼을 가리켰습니다. 이스턴팀이 원정인 만큼 김선우의 실수를 지적했고 머쓱해진 김선우는 "아, 나 왜 이러지"라며 다시 라커룸으로 향했습니다. 차가운 도시 남자 분위기 물씬 풍기는 김선우는 경기 전부터 허점을 비췄네요.
 
선발 차우찬(삼성)에 이어 0-3으로 뒤진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선우는 1이닝 1피안타(탈삼진 1개) 무실점으로 첫 올스타전 등판을 마쳤습니다. 11개의 공을 던졌는데 최고 구속이 129km에 불과할 정도로 '초저속투'를 선보였네요. 김선우는 지난 21일 잠실 롯데전서 7이닝 1실점으로 호투한 뒤 이틀 만에 마운드에 올라 전력투구를 할 수 없었습니다.
 
하루가 지나 김선우는 "야구를 시작한 이래 내가 가진 힘을 감안했을 때 그렇게 느리게 던진 적은 처음이다"라며 웃었습니다. 그래도 꿈의 제전에 초대받아 느리게라도 뜻깊은 1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 많이 뿌듯했던 모양이네요.
 
함께 잠실을 누볐던 성훈군은 누가 아들 아니랄까봐 김선우의 미니미와도 같습니다. "둘째 정훈이(5세)가 까불까불하고 다른 이들에게 살가운 반면 성훈이는 나랑 정말 비슷하다. 잘못해서 혼나도 자기가 생각했을 때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면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절대 안 하려고 한다"라고 이야기한 김선우. 훈훈하게 크는 아들이 기특해서인지 절로 웃음을 짓더군요.
 
"시즌 초에는 7이닝 무실점을 하고도 이기지 못하고. 그래도 누굴 탓하겠는가. 승리와 패배는 운이 많이 따르게 마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기를 만들어가는 선발투수로서 팀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능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면서 3점 대 평균자책점, 최대한 많은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경기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메이저리그 시절 최고 156km까지 기록했을 정도의 파워피처였던 김선우. 지금은 140km대 중반의 직구 빈도가 크게 낮아졌을 정도로 기교파 투수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 아니면 도'식의 투구에서 가끔은 돌아 들어가는 방법을 구사한다는 점은 그의 농익은 경기 모습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뜻깊은 첫 올스타전을 순조롭게 마친 김선우의 눈빛은 후반기 대도약이라는 목표를 향했습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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