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영이 8년 만에 긴장한 3가지 이유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8.03 10: 58

투수는 선수이기 이전에 사람이다. 그래서 위기 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긴장한다. 특급 마무리인 '돌부처' 오승환(29, 삼성) 역시 "나도 위기 순간에 긴장되긴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오승환이 이 정도라면 말은 다 했다.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은 첫 날,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거둔 송신영(34)도 8년만에 마운드 위에서 떨리는 마음을 참고 공을 던졌다.
송신영은 2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팀이 5-4로 앞선 8회 2사 1루에서 등판, 1⅓이닝을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막으며 이적 후 첫 등판에서 세이브를 기록했다. 지난 5월 5일 KIA전 이후 첫 세이브이면서 시즌 10세이브다.

경기 후 송신영은 "2004년 한국시리즈 이후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이라며 "트레이드 이후 심경이 복잡했다. 오늘 던지는데 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렇다면 송신영은 왜 8년 만에 낯선 설렘을 느끼며 공을 던지게 된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LG 데뷔전이었고, 그 외에도 LG 운명까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LG 데뷔전 첫 단추가 중요했다
사실상 2일 SK전이 LG맨으로서 데뷔전이었다. 송신영은 지난달 31일 정들었던 넥센을 떠나 LG 유니폼을 입었다. LG와 넥센의 2대2 트레이드에서 가장 큰 핵심은 LG에서 마무리로 활약을 기대한 송신영이었다.
자신을 중심으로 트레이드가 이뤄졌다는 것은 선수로서 자긍심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 만큼의 부담감도 있다.
이 때문이었을까. 송신영은 SK와 데뷔전에서 처음에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5-4로 리드한 8회 2사 1루에서 한희에 이어 등판한 송신영은 첫 타자 대타로 나선 이호준을 볼넷으로 내보냈다. 그러나 송신영은 후속타자 김연훈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 한숨을 돌렸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송신영은 좀더 안정적인 모습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선두타자 김강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돌려세운 송신영은 최동수마저 2루수 뜬공으로 유도했다. 2사 후 이날 3점포를 날린 안치용에게 풀카운트 승부 끝에 좌전안타를 맞아 잠시 위기에 몰리는가 했다. 그러나 정상호를 또 다시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동료들과 기분 좋은 하이파이브를 나눌 수 있었다.
▲패했다면 LG는 5위 추락할 뻔
그렇다면 단순히 이적 후 데뷔전이라는 것 때문만이었을까.
다른 이유도 있었다. 송신영은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자신 뿐 아니라 LG라는 팀이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LG는 이날 승리로 43승43패가 됐다. 같은 시각 공동 4위 롯데 역시 한화를 물리치며 43승3무42패가 됐다. 즉 만약 송신영이 팀 승리를 지키지 못했다면 단순히 본인 뿐 아니라 LG에게 엄청난 타격이 될 뻔했다.
LG는 올 시즌 초 연승행진을 달리며 5월까지 2위를 지켰다. 당시의 상승세만 놓고 보면 9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을 가뿐해 보였다. 그러나 6월부터 주전 타자들의 연쇄 부상과 마무리 투수 부재로 6월부터 위기에 빠졌다. 송신영이 LG를 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패했다면 LG 가을야구 꿈 마저도…
만약 LG가 2일 SK전에서 또 다시 역전패를 당했을 경우 LG는 단순히 1패 이상의 아픔이 있을 뻔 했다. LG는 이날 패했을 경우 롯데에 4위 자리를 내주고 올 시즌 처음으로 5위가 될 수도 있었다.
비록 승차는 한 경기 정도지만 순위 자체가 바뀌었고, 선수들의 사기에 엄청난 타격이 가해질 수도 있었다. 그랬을 경우 LG는 지난해 10월부터 꿈꿔왔던 9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었다.
이날 승부의 쐐기를 박는 투런포를 쏘아 올린 이병규도 ""팀이 트레이드도 하고 좋은 쪽으로 보강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선수들도 열심히 해서 무조건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할 정도다.
송신영이 LG 유니폼을 입은 첫날이었지만 그는 데뷔전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알고 있었기에 떨리지 않을 수 없었다. "2004년 한국시리즈 이후 이렇게 긴장하긴 처음"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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