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안되면 기교', 이종범의 뜻깊은 맹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03 07: 01

약 13개월 만의 1경기 4안타. 무리하게 띄우지 않고 컨택에 집중한. 테이블세터로서 '이 보다 좋을 수 없는' 타격이었다. KIA 타이거즈의 맏형 이종범(41)이 제 위력을 확실히 뽐냈다.
 
이종범은 지난 2일 잠실 두산전에 2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6타수 4안타 2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8-3 승리 발판을 놓았다. 2루타 1개에 단타 3개로 억지춘향식 어퍼스윙이 아닌 정확한 타격이 돋보였다.

 
올 시즌 이종범의 성적은 69경기 2할8푼1리 2홈런 15타점(2일 현재). 90년대 해태의 전성기를 이끌던 야구천재는 어느덧 세월을 이겨내지 못하고 조금씩 자신의 장점을 잃어갔다. 통산 507도루(역대 2위)의 준족 이종범의 올 시즌 도루는 없다.
 
그러나 이종범은 힘 보다 기본기에 충실한 모습으로 베테랑이 팀을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 지 보여주었다. 1회초 무사 1루서 상대 선발 이용찬의 공을 외야 좌측 빈 곳으로 띄워 2루타로 연결했다. 1회 4득점의 초석이 된 이종범의 2루타였다.
 
3회서도 선두타자로 나서 3-유 간의 빈 곳으로 공을 때려낸 이종범은 유격수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상대 3루수 윤석민의 수비 범위가 넓지 않았던 데도 이유가 있으나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정확한 당겨치기가 돋보였다. 6회 우전 안타를 때려낸 이종범은 8회 선두타자로 나서 밀어치기로 우전 안타 출루하며 8회 4득점 시발점이 되었다.
 
그의 한 경기 4안타는 지난해 7월 10일 대전 한화전(5타수 4안타 4타점) 이후 약 1년 1개월 만의 기록. 특히 당시 맹타는 16연패라는 팀의 치욕스러운 기록 후 2연승으로 이어진 승리를 이끌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부상자 속출로 인해 타선 위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버팀목 노릇을 했다는 것이 의미가 컸다. 광대뼈 골절로 전열 이탈한 김상현과 코뼈-상악골 골절을 당한 김선빈, 발가락 부상을 당한 최희섭이나 아킬리노 로페즈 등이 빠져나가며 선두권 경쟁이 힘든 시기 이종범은 기본기에 충실한 컨택 타격으로 원정 경기 3연승을 이끌었다.
 
경기 후 이종범은 "팀에 많은 부상 선수들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조금은 침체되어 있었다. 이럴 때 기존 선수와 대체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활약의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오랜만에 1경기 4안타를 때려낸 데 대해서는 "예전과 달리 스피드와 힘이 부족하니 최대한 배트를 짧게 잡고 단타 위주로 때려낸 것이 주효했다"라고 밝힌 이종범이다.
 
뒤이어 그는 "기회가 된다면 선발 출장해서도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전에 비해 맹호의 이빨이 약해지기는 했으나 자존심만은 살아있다는 베테랑의 의욕을 알 수 있었다.
 
위기의 순간 경험 많은 베테랑은 팀이 생각지 못했을 때 기댈 언덕을 마련한다. 홈런도 잘 치고 잘 뛰고 화려한 수비를 보여주던 이종범은 이제 없지만 그는 프로 통산 19년의 경험과 축적된 기본기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팀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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