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예상치 못한 세이프티 번트. 친정팀을 뒤흔드는 허를 찌른 기습이었다.
한화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는 올해 '친정팀' 롯데에 유독 약했다. 지난 2일 대전 롯데전 전까지 롯데를 상대로 5경기에서 20타수 3안타 타율 1할5푼 1홈런 2타점에 불과했다. 롯데는 가르시아에 대해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하지만 한화 한대화 감독은 "아무래도 부산에서 하니까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일 대전 롯데전을 치르기 전까지 가르시아는 5경기 모두 사직구장에서 치렀다. 대전구장이라면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었다.
이날 경기에서도 가르시아는 2회 첫 타석에서 1루 땅볼로 물러났다. 2-3으로 맹추격한 3회 2사 3루에서 가르시아는 두 번째 타석을 맞이했다. 롯데 수비수들은 오른쪽으로 치우쳤다. 이른바 가르시아 시프트. 2루수는 우익수 외야 쪽으로 이동했고, 유격수는 2루 베이스 근처로 붙었다. 3루수도 유격수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극단적으로 당겨치는 스윙을 구사하는 가르시아가 왼쪽으로 밀어칠 가능성은 적었다.

롯데 선발 고원준은 초구로 가운데 높은 143km 직구를 던졌다. 이 순간 가르시아가 낯선 동작을 보였다. 번트 동작이었다. 모션에서 끝나지 않았다. 잽싸게 배트를 반으로 잡고 번트를 시도했다. 타구는 3루 베이스 쪽으로 향했다. 롯데 3루수 황재균이 재빨리 이동했지만 거리가 너무 멀었고, 번트 타구가 느리게 굴러갔다. 가르시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다. 그 사이 3루 주자 장성호가 홈을 밟았다. 3-3 동점이 된 순간.
롯데 3루수 황재균은 오른손으로 공을 잡아 러닝스로로 승부했다. 그러나 가르시아는 1루에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고 황재균의 송구도 1루수 이대호의 글러브를 빗나갔다. 1루에서 몸을 내던진 가르시아는 공이 빠지는 순간 이번에는 또 2루를 향해 나아갔다. 롯데 수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가르시아는 2루를 점령했다. 그의 유니폼은 흙 먼지로 가득했고, 대전 홈관중들은 홈런 이상으로 뜨거운 환호와 박수갈채를 보냈다. 어떤 홈런보다도 값진 허슬 플레이였다.
가르시아는 7회 4번째 타석에서는 강영식의 3구째 공을 밀어쳐 좌측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홈런성 타구를 날렸다. 그러나 파울 폴대를 살짝 빗나갔고, 비디오 판독 결과 파울로 판정났다. 친정팀 롯데에 비수를 꽂을 수 있는 한 방이었지만, 30cm의 차이로 아깝게 빗나가고 말았다. 이날 가르시아가 남긴 기록은 4타수 1안타 1타점. 기습 번트 하나가 전부였다. 비록 팀은 아쉽게 패했지만 기백을 보여준 플레이. 승패를 떠나 한화팬들에게나 롯데팬들에게나 인상 깊은 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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