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철의 behind] '무채색'이 된 '6위' 두산 야구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8.03 10: 51

그동안 그들의 야구에는 '육상부 발야구', '불펜 KILL 라인'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단순한 한 명 만이 아닌 여러 명의 동시다발적인 활약이 모여 좋은 팀 성적으로 이어졌지요. 물론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목표는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올 시즌 그들의 야구는 연결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을 보장했으나 올 시즌 6위(34승 2무 45패, 2일 현재)에 불과하네요. 공동 4위 LG와 롯데가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 격차는 무려 6경기 차이까지 벌어졌습니다.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입니다.

 
두산은 지난 2일 잠실 KIA전서 3-4까지 따라붙었으나 그 이상의 결정타를 때려내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8회 추가 4실점하며 3-8로 힘없이 무너진 두산입니다. 후반기 시작 이후에는 4연패로 승리가 없습니다.
 
김경문 감독 재임 시절. 1기(2004~2005년)와 2기 초반(2006년)이 아닌 2007시즌부터 두산은 리빌딩 선두주자인 젊은 선수들이 선봉으로 나서면서 팀 성적까지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2007년에는 여전히 취약한 국내 선수층 속에서도 다니엘 리오스-맷 랜들 선발 원투 펀치가 활약했습니다만 이들의 활약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당시 두산의 공격을 가리키던 이야기 중 하나는 '육상부'였습니다. 이종욱을 필두로 고영민, 민병헌(경찰청)이 시즌 3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도합 113도루(이종욱-47도루, 고영민-36도루, 민병헌-30도루)로 상대 수비진을 정신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컨택 능력이 좋은 2번 타자 김현수와 밀어치기도 능한 4번 타자 김동주가 있었습니다.
 
테이블세터와 하위 9번 타자가 쉴 새 없이 뛰고 번트 능력 대신 컨택을 앞세운 2번 타자. 그리고 밀어치기에도 능한 4번 타자. 테이블세터의 역할을 빼면 평범한 모습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파격에 가까운 야구가 두산의 야구였습니다. 현장에서도 교본을 벗어난 두산 야구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육상부 트리오 중 현재 제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이종욱 뿐입니다. 민병헌은 군입대해 그 자리를 오재원이 메우고 있다고 해도 고영민이 아직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종욱의 도루 시도 횟수도 전보다 뚝 떨어져 있구요.
 
지난해부터 두산은 주루가 아닌 한 방 중심의 야구로 공격진을 변화시켰으나 오히려 팀 성적은 점점 하락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 육상부'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현실화 하며 그 전략을 진화시키는 선수가 오재원, 정수빈 정도 밖에 없다는 점은 되짚어봐야 할 것입니다.
 
리오스, 랜들이 잇달아 팀을 떠나고 김선우가 국내 리그 100% 적응력을 보이지 못하던 2009년. 두산 투수진을 바라보는 수식어는 'KILL 라인'이었습니다. 고창성-임태훈-이재우-이용찬까지 이어지는 필승 계투진을 가리키던 이니셜인데요. 순서를 제대로 잇는 계투진의 활약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팬들이 붙인 별칭입니다.
 
취약한 선발진의 공백을 상쇄하던 필승계투의 활약. 정상적인 팀 운용이라면 선발 투수들이 가능한 5,6회까지 버티고 계투가 바통을 이어받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2009년 두산은 계투진의 비중이 굉장히 컸습니다. 이 또한 여느 팀과는 차별화된 '비범한' 야구였습니다.
 
그러나 투수의 어깨는 지우개와 같고 갑작스러운 변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현재 두산의 'KILL 라인'은 1군 계투진에 없습니다. 유일하게 남았던 고창성은 지금 릴리스포인트를 잃고 2군에 있습니다. 임태훈은 개인사로 이탈했고 이재우는 팔꿈치 수술 2번을 받았네요. 이용찬은 지금 선발로 뛰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현재 두산의 선발진은 당시보다 나아진 편입니다. 더스틴 니퍼트는 아킬리노 로페즈(KIA)와 함께 자타공인 올 시즌 국내 최고 외국인 투수 중 한 명입니다. 김선우도 이제는 기교파 투수로서 팀의 선발 에이스라는 수식어가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 바통을 제대로 이어받는 투수가 없는 현실은 더욱 아쉽습니다. 가장 믿음직한 셋업맨 정재훈은 어깨 부상 후 아직 페이스를 올리는 중이고 새로운 필승계투 노경은과 김강률은 경험을 쌓는 과정에서 벽에 부딪혔습니다. 2007~2009년 스윙맨 노릇을 하던 김상현은 구위가 예전만큼 좋은 편이 아닙니다. 김승회도 2006년의 구위를 아직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두산은 올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만큼 갑자기 팀의 색깔이 바뀌어버리는 것은 당장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두산은 자신들이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고 점점 좌초하고 있네요. 색깔이 희석된 것을 넘어서 점점 무채색이 되어가는 두산 야구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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