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상황에서 번트를 댈까 말까 고민했지".
롯데는 지난 2일 대전 한화전에서 9-3으로 승리하며 올시즌 최다 5연승을 내달렸다. 올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양승호 감독의 부임 후 최다연승. 이처럼 의미있는 경기에서 양승호 감독이 꼽은 최고 수훈갑은 누구였을까. 뜻밖에도 3타수 무안타에 그친 포수 강민호(26)였다. 안타 하나 못쳤지만 양 감독은 "강민호에게 네가 진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연은 이렇다.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초 무사 1·2루. 타석에는 강민호가 등장했다. 이 순간 양승호 감독은 고민했다. 보내기 번트를 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것이다. 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았던 투수 류현진의 1~2구가 모두 스트라이크존을 빗나갔다. 한화에서는 즉각 투수교체를 결정했다. 마무리투수 데니 바티스가 등판하는 초강수.

양승호 감독은 강민호에게 "볼카운트가 0-2이니까 칠 테면 쳐라"고 주문했다. 원하는 공이 들어오면 과감하게 배트를 휘둘러도 좋다고 했다. 그러나 강민호는 바티스타의 초구 몸쪽 직구를 잘 참았다. 이어 바깥쪽 직구를 흘려보내며 볼넷을 골라냈다. 양 감독은 "그게 결정적이었다. 번트를 댈지 말지 고민했는데 강민호가 볼을 잘 골라내 무사 만루를 만든 게 컸다"고 말했다.
강민호의 볼넷으로 무사 만루가 된 뒤 조성환마저 바티스타에게 5구 만에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결승점을 올렸다. 이어 황재균이 바티스타의 2구째 한가운데 높은 154km 직구를 잡아당겨 승부에 쐐기를 박는 그랜드슬램을 폭발시켰다. 볼넷으로 무사 만루를 만들며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강민호의 볼넷이 큰 힘이었다.
이에 경기 후 양 감독은 강민호에게 "네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칭찬했다. 이때 돌아온 강민호의 대답이 걸작. "치려고 했는데 공이 안 보이던데요". 이날 바티스타가 강민호에게 던진 2개의 공은 모두 153km짜리 강속구. 어쨌든 강민호는 팀의 승리를 견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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