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걸(30)이 2경기 연속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부상 병동으로 변한 KIA 타이거즈를 위기에서 건져냈다.
김희걸은 9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LG 트윈스전에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삼진 2개를 곁들여 5피안타 2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두며 시즌 2승째를 거뒀다.
그의 깜짝 호투에 조범현 KIA 감독도 "김희걸이 잘 던졌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을 정도였다.

사실 시즌 초 김희걸은 박경태, 이대진 등과 함께 6선발 후보였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불펜으로 강등된 김희걸은 시즌 도중 2차례 엔트리 말소와 등록을 반복하며 제구력도 높이고 안정된 구위를 자랑하게 됐다.
특히 양현종, 아퀼리노 로페즈, 트레비스 블랙클리가 컨디션 난조와 부상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지자 대타로 등판한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서 5이닝 2탈삼진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하며 지난 2007년 7월 12일 광주 삼성전 이후 1484일 만에 선발승을 거뒀다.
오랜만에 거둔 값진 승리 덕분이었을까. 상승세를 탄 김희걸은 9일 LG전에서도 여유있는 모습으로 자신감 있게 공을 뿌리며 2경기 연속 무실점투를 선보였다.
그렇다면 김희걸의 호투 비결은 무엇일까. 9일 LG전을 자세히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보기보다 묵직한 직구
김희걸은 우완 정통파로 182cm, 82kg이 말해주듯 상하체 밸런스가 좋은 편이다. 밸런스가 좋다는 것은 공 끝에 힘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김희걸은 9일 LG전에서 투구수 79개 가운데 직구가 49개였다. 최고구속은 144km에 그쳤지만 공 끝에 힘이 있었다. 이 때문에 포수 차일목도 변화구보다 직구 사인 비율을 높였다.
이날 김희걸은 아웃카운트 15개 중에서 플라이 타구는 6개다. 그 가운데 3루 파울 플라이가 2개, 좌익수 파울 플라이도 한 개가 있다. 잘 맞은 타구는 3회 정성훈에게 허용한 중견수 플라이로 홈런처럼 보였지만 공 끝에 힘이 있어 펜스 앞에서 잡혔다.
▲직구를 뒷받침하는 위력적인 슬라이더
김희걸은 1회 잠시 위기를 맞았다. 2사 1,2루에서 5번 지명타자 손인호를 상대로 볼카운트 1-1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던져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무실점으로 위기를 벗어났다.
김희걸은 이날 최고구속 132km 슬라이더를 25개나 던졌다. 비록 스트라이크는 14개에 그쳤지만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종으로 변하는 슬라이더의 움직임이 매우 좋아 위기 순간마다 효과를 봤다.
경기 후 김희걸 역시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피칭을 했다. 제구가 잘 됐다"고 "1회 위기를 잘 넘겼던 것이 컸다"며 웃었다.
▲빼어난 위기 관리능력
흥미로운 사실은 김희걸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매이닝 주자를 내보냈다는 점이다. 김희걸은 1회 2루수 안치용의 실책, 이진영에게는 안타, 이병규는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김희걸은 또 2회에는 조인성에게 중전안타, 3회 이진영에게 우전안타, 4회 조인성에게 좌전안타, 5회에는 오지환에게 좌중간안타를 맞았다. 이닝 별로 안타를 맞았지만 딱 한번씩이었다. 그는 위기 순간마다 포수 차일목과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스스로 위기를 벗어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호투를 해서 만족한다"고 말한 김희걸은 "선발투수로서 이닝 욕심이 없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지금은 팀을 생각하겠다"고 자신을 낮추면서도 구원이 아닌 선발로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싶은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당장 두 외국인 투수 아퀼리노 로페즈, 트레비스 블랙클리가 부상으로 등판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김희걸의 호투는 조범현 감독에게는 가뭄 속 단비와도 같다.
agass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