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돌아올 것인가.
김성근 SK 감독이 지난 17일 삼성과의 문학경기에 앞서 폭탄선언을 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끝으로 SK를 맡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김감독의 재계약 포기는 예견됐다. 재계약 문제를 놓고 시즌 내내 설왕설래했고 최근들어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의중을 드러냈고 점점 비등점이 높아지면서 터질 수 밖에 없던 폭탄이었다. 그렇다고 김성근 감독이 그대로 은퇴할 것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어느 팀이든 새로운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더욱이 공교롭게도 작년 4강팀 감독들이 모두 1년만에 옷을 벗거나 지휘봉을 스스로 놓는 상황이 벌어졌다는 점이다. 작년 4강 사령탑은 SK 김성근 감독을 비롯해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한 삼성 선동렬 감독, 3위를 차지한 두산 김경문 감독, 그리고 외국인 감독으로 3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성공시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자의 또는 타의에 의해 지휘봉을 놓았다. 비교적 좋은 성적을 올리고도 팀을 떠나야만했다.

▲로이스터-4강이 아니라 우승이다
한국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된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야구에 미국식 자율성을 불어넣었다. 2008년부터 작년까지 3연연속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개가를 이루었다. 툭하면 꼴찌였던 팀을 잘 추스리고 선굵은 야구를 통해 4강의 반열에 올랐다. 선수들의 개별성을 최대한 존중하는 야구를 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서 모두 패한 게 화근이었다. 단기전에서 약한 그에게 롯데구단은 미덥지 않는 시선을 보냈고 결국 작년 시즌을 마치고 재계약을 포기했다. 대신 양승호 신인 감독을 불러들여 우승을 약속했다. 부산민심도 4강 보다는 우승을 원했다. 뿐만 아니라 팀을 장기간 이탈하는 외국인의 특수성, 소통의 문제 등 여러가지 요인이 겹쳤다. 그러나 시즌 초반 롯데가 부진에 빠지자 로이스터의 향수가 피어올랐고 양승호 감독과 롯데구단은 한동안 팬들의 비난을 감수해야했다. 그나마 후반기들어 상승세를 타더니 4위에 상승해 바닥친 민심을 달래고 있다.
▲선동렬-파란피와 대구야구의 회귀
지난 해 12월 새해를 앞두고 선동렬 감독이 지휘봉을 놓았다. 자신사퇴의 형식을 빌러 팀을 떠났다. 직전 김응룡 사장과 김재하 부사장의 동반퇴장과 함께 이어진 퇴진이었다. 이는 2000년대 삼성야구를 지배해온 김응룡-선동렬 야구의 퇴진을 의미한다. 이들은 프랜차이스 스타 출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대구민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는 못했다. 조심스럽게 팀 운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구단 경영진은 10년 동안 세 차례의 우승을 했지만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상 선동렬 감독을 내보낸 대신 류중일 감독을 내세워 파란피 대구야구의 회귀를 선언했다. 선동렬 감독은 두차례의 우승과 한 차례의 준우승을 일구고 마운드와 야수진의 세대교체의 유산을 남기고 파란 유니폼과 아듀를 고했다. 류중일호는 그 튼실한 토양위에서 승승장구했고 선두를 질주하며 5년만에 한국시리즈 직행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이런 점에서 선동렬 감독의 지도력도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김경문-스스로 끈을 놓은 무관의 제왕
김경문 두산 전 감독은 재임 8년째를 맞아 무관의 제왕이었다. 허슬야구로 대변되는 능동적 야구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유난히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2005년은 삼성에게, 2007년과 2008년 잇따라 SK에 패퇴했다. 베이징올림픽 전승 금메달을 이끌었지만 한국시리즈 대권은 필생의 꿈이었다. 재계약 마지막 해를 맞은 올해 승부수를 던졌다. 구단도 메이저리거 투수 니퍼트를 영입했고 이혜천도 돌아와 마운드를 구축했다. 그러나 허슬야구의 실종, 이혜천의 부진, 제 2의 용병투수의 부진, 마무리 임태훈 소동까지 겹치면서 팀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우승은 요원해졌고 4강도 힘들어졌다. 결국 그는 고심끝에 스스로 옷을 벗었다. 시즌 도중 스스로 지휘봉을 놓은 일은 이례적이었다. 그는 자신이 없어야 팀이 새로워질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야인의 길로 나섰다.
▲김성근-꽃피운 이기는 야구의 결별
김성근 감독의 야구는 데이터야구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 '이기는 야구'라고 자신의 야구를 정립했다. 재일 한국인 출신으로 국내에 돌아온 이후 이기는 것만이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을 체득적으로 알았던 그는 SK에서 자신의 야구를 꽃피웠다. 이기는 야구는 많은 것을 파생시켰다. 플래툰시스템, 벌떼투수, 냉혹한 경기운영, 선수보다는 팀을 우선하다보니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구단은 '깨끗한 야구'를 요청했다. 3번의 우승을 이끌고도 더 이상 SK에 머물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었다. 재계약 문제는 대개 시즌을 마치고 논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시즌 초반부터 재계약 문제는 시한폭탄이었다. 여러가지 설들이 나오더니 중요한 순위경쟁을 앞두고 그는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혔다. 김 감독은 저간에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더 이상 구단이 자신에게 미련이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지휘봉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떠나는 모양새나 보내는 모양새가 서로 구겨진 것만은 사실이다.
▲일시적 퇴장? 누가 돌아오나
김성근 감독의 재계약 포기와 함께 올해 감독시장은 거물들이 쏟아져 나온다. 선동렬, 김경문 감독과 함께 새로운 기회를 맡을 가능성이 주목받는다. 사상 유례없는 거물 사령탑 FA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스터 역시 한국에서 다시 한번 지휘봉을 잡고 싶어한다. 엔시 다이노스의 새로운 사령탑이 가장 주목된다. 이들이 모두 후보가 된다는 점에서 초대 감독의 얼굴이 궁금해진다. 신생팀을 비롯해 몇몇 수도권팀들이 새로운 사령탑을 찾고 있어 수요도 만만치 않다. 이들 4대 천왕들이 내년 시즌 다시 그라운드에서 격돌할 가능성은 얼마일까? 참 궁금한 대목이다. 이런점에서 이들은 일시적인 퇴장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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