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말 가장 치열한 경기를 펼쳤던 두 지도자. 공교롭게도 올 시즌 중 지휘봉을 놓았고 또 시즌 후 지휘봉을 놓을 예정이다. 김성근 SK 와이번스 감독과 김경문 전 두산 베어스 감독의 사퇴 선언에는 비슷한 점과 확연히 다른 점이 분명히 나타났다.
김성근 감독은 지난 17일 문학 삼성전을 앞두고 "올 시즌 후 SK와 재계약하지 않겠다"라는 뜻을 밝혔다. 그리고 18일 김성근 감독은 전격 퇴진하며 더 큰 충격을 가져다 주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13일에는 김경문 감독이 "팀 성적 부진을 통감하며 지휘봉을 내려놓겠다"라고 밝혔다. 2007년 한국시리즈부터 치열한 라이벌전을 보여주며 야구 보는 재미를 높여준 두 사령탑의 끝은 씁쓸함이 짙게 배어있다.

유사한 점이라면 주축 선수들의 부상 릴레이와 전열 이탈이 감독들을 어렵게 했다는 점. 김경문 감독은 올 시즌 주전 유격수 손시헌과 베테랑 외야수 임재철, 선발-계투를 오갈 수 있는 이재우의 크고 작은 부상과 마무리 임태훈의 개인사 이탈로 올 시즌 전반기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이 지휘봉을 놓을 당시 두산의 팀 성적은 6위까지 내려앉았다.
김성근 감독의 2011시즌도 수월하지 못했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이 스프링캠프 훈련량 부족으로 인해 제 투구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하며 지금은 투구법 기본부터 새로 틀을 짜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양쪽 발목이 모두 안 좋았던 주전 포수 박경완은 발목 재수술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기에 주전 2루수 정근우마저 옆구리 부상으로 인해 또다시 2군으로 향했다. 손꼽히는 팀의 스타 플레이어이자 센터 라인 주축들이 잇달아 전열 이탈하며 김성근 감독 또한 자신이 원하는 야구를 펼치지 못했다.
구단과의 사이도 원만하지 못했다. 김성근 감독은 재임 5시즌 동안 매번 SK 구단 프런트와의 마찰이 극심하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예전 맡았던 OB(두산의 전신)와 태평양-삼성-쌍방울-LG서도 김성근 감독은 약체팀을 상위권으로 이끌었으나 퇴임하는 끝은 좋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과 두산 프런트 또한 돈독한 사이로 흘러가지 못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없었더라면 김경문 감독의 2008시즌 후 2차 재계약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는 야구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2010시즌을 앞두고 김경문 감독은 우승에 대한 최후통첩까지 받아들어야 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2008, 2009년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단의 미약한 지원에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러나 차이점도 확실하다. 김성근 감독은 먼저 재계약 자진 포기를 선언하면서 앞으로 운신의 폭을 넓힐 수 있게 되었다. 이만수 2군 감독이 김성근 감독의 후임이 될 것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김성근 감독은 먼저 이별을 고하며 사실상 자유의 몸이 된 셈. 자진 재계약 포기로 김성근 감독은 신생팀 NC 다이노스의 강력한 새 감독 후보가 되었다.
그러나 김경문 감독은 중도사퇴와 함께 최측근을 제외한 주변인과의 연락을 두절했다. 빠르게 복귀할 가능성도 있으나 잠시 한가로운 마음으로 일단 여유롭게 주변을 돌아보겠다는 것이 김경문 감독의 이야기였다.
2000년대 말 SK와 두산은 한국 프로야구를 보는 심미적 재미를 높여준 팀들이다. 번번이 두산이 패하기는 했으나 이들은 저돌적인 기동력 야구와 철두철미한 수비 시프트 전략 등을 보여주며 역스윕을 거듭하는 등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그 팀들을 이끌었던 두 김 감독이 올 시즌 미련이 남는 모습으로 팀과의 인연을 끊었다는 것은 분명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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