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두 남녀가 있다. 어릴 적 사고의 후유증으로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된 남자와 유전으로 인해 작은 통증도 치명적인 여자.
너무나 다른 이들은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또 함께 꿈을 꾼다. 오래 오래 살고 싶다는, 어쩌면 이뤄지기 힘든 소원을 빌고 빌어본다.
29일 오후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는 곽경택 감독의 열 번째 작품 ‘통증’ 언론배급 시사회가 개최됐다. 올 가을 기대작인 만큼 시사회장에는 수많은 취재진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감성 멜로라는 타이틀처럼 ‘통증’은 강풀 작가의 감성이 녹아 든 곽 감독 스타일 멜로물이었다. 어디서 본 듯하지만 한 번도 접한 적 없는 내러티브와 잔잔한 호흡으로 익숙하면서도 생경한 느낌을 줬다. 이 영화, 왠지 느낌이 좋다.
‘친구’, ‘챔피언’, ‘태풍’ 등 그간 선 굵은 남성 영화를 주로 연출해왔던 곽 감독이지만 이번 ‘통증’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변화를 시도한 모습이다. 그는 처음으로 극중 여성 캐릭터의 비중을 남자 주인공과 동일하게 했다. 남자와 여자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다루면서 섬세한 감정 표현에 주력한 것.
또 부산이 아닌 서울로 무대를 옮겨 홍대 및 명동 일대, 남대문, 종로, 아현동 등과 더불어 지하철을 스크린에 담은 것도 곽 감독의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이 같은 영화적 배경은 남순(권상우)과 동현(정려원)의 일상이 더욱 사실감 있게 전개되는 데 도움을 줬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권상우의 연기 변신.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몸매로 멋진 역할을 주로 해왔던 그는 ‘통증’을 통해 진정 배우로 거듭났다. 시퍼렇게 멍이 든 모습으로 등장해 극중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표현해냈다.
더불어 동현이 남순의 짧은 혀(?)를 지적하는 장면이나 접착제 탓에 서로의 손이 붙어버리는 신 등 웃음을 유발하는 코믹 요소와 함께 눈물샘을 자극하는 감동 포인트, 사회 현상에 관한 문제의식을 담은 메시지 또한 적절히 섞여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오랜만에 찾아온 웰메이드 로맨스 ‘통증’. 내달 7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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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영화 ‘통증’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