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펙트포수' 김사훈, "사율형님 공, 받아보는 게 소원"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9.25 07: 39

"저도 한 8회 부터는 무척 긴장했죠. 결국 이용훈 선배가 퍼펙트에 성공하니 저도 정말 기뻤습니다".
지난 17일 대전구장에서 한국 프로야구 30년 역사상 최초의 퍼펙트게임이 나왔다. 주인공은 바로 롯데 자이언츠 투수 이용훈(34). 그는 한화 이글스와의 2군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동안 삼진 10개를 곁들이며 27명의 타자를 단 한명도 1루에 내보내지 않았다. 이날 대기록 달성 이후 이용훈은 주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결국 1군에 다시 복귀했다.
그리고 이용훈이 퍼펙트를 달성하며 던졌던 111구를 모두 받아낸 선수가 있다. 바로 롯데 2군 포수 김사훈(24)이다. 부산고-한민대를 나온 김사훈은 176cm의 키에 83kg의 다부진 체격을 가진 포수 유망주. 그는 지난해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고 결국 작년 10월 신고선수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올 시즌 초반 2군 경기에선 주전 변용선을 대신해 경기 막판 포수 마스크를 썼지만 변용선이 엔트리 확장 때 1군으로 올라간 이후 2군 주전 포수로 출전 기회를 늘려가고 있다. 덕분에 김사훈은 퍼펙트게임의 포수가 되는 인생에 다시 있기 힘든 경험을 했다.

포수 마스크를 쓰고 대기록을 달성한 기분은 어떤 것이었을까. 김사훈은 "사실 퍼펙트 기록을 의식한 것은 8회 쯤 이었습니다. 기록 의식하고 나니깐 엄청 긴장되더군요. 만약 제가 실수로 주자를 내보낸다던지 아니면 안타 하나라도 맞으면 어쩌나 걱정 많이 했죠. 사실 8회 유격수 땅볼 때 유격수가 1루에 송구한 게 숏바운드 되기에 그때 아차 싶으며 철렁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이용훈 선배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으니 긴장이 풀리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기분이었어요"라며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2군 경기에서는 보통 벤치에서 사인을 내지 않는다. 결국 이용훈이 퍼펙트게임을 달성하는 데 포수 김사훈도 큰 공을 한 셈이다. 그렇지만 김사훈은 "제가 뭐 한게 있나요. 사실 이용훈 선배의 그날 공이 올해 들어서 가장 좋았어요. 경기초반에는 변화구가 좋아서 변화구 위주로 가다가 후반 쯤에 타자들 눈에 익어 들어오기 시작한다고 느껴져 직구 승부로 바꿨어요. 그런데 그날 경기에선 사실 이용훈 선배가 주로 사인을 냈어요"라며 설명했다. 이어 그는 "사실 이용훈 선배에게 참 고마운 게 가끔 배터리를 맞추면 매 이닝마다 저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세요. 경기 운영 이라든지 수비, 볼배합 등 말입니다. 퍼펙트게임 한 날도 저는 선배에게 하나하나 배우는 입장 이었죠"라며 이용훈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했다.
한국 프로야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함께 한 김사훈이지만 아직 롯데의 정식 선수가 되지는 못했다. 김사훈에게 앞으로의 목표를 묻자 "일단 내년 시즌은 1군에 진입하는 게 가장 큰 목표지만 그에 앞서서 정식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시즌 초반부터 2군 경기에서 스타팅으로 좀 더 많이 나와서 경험을 더 쌓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요. 아직은 신인이다 보니 모든 게 부족한 것 투성이고 특히 타격이 약한데 열심히 훈련해서 꼭 1군 무대를 밟고 싶어요"라고 1군 무대에 대한 간절한 소망을 드러냈다.
김사훈이 롯데에서 1군에 더욱 오르고 싶어 하는 이유는 바로 사촌형인 김사율 때문이다. 김사훈은 "사율 형님은 제게 사촌형이 되세요. 제가 사율 형님 아버지를 큰아버지라 부르거든요"라고 소개했다. 그렇다면 김사율에게 사촌형 김사율은 어떤 존재일까. 그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99년에 사율 형님이 롯데에 들어가셨어요. 그때부터 저도 형님처럼 롯데에 가고 싶었죠. 형님은 항상 제게 '매 순간 열심히 하라'고 짧게 말씀하셨어요. 지금도 그 말을 새기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사훈의 가장 큰 소원은 바로 김사율의 공을 1군에서 받아보는 것. "사율 형님이 경기 막판에 세이브 하시는데 제가 포수로 공을 받으면 어떤 기분일 지 상상이 안 가네요. 그리 된다면 제일 좋은 게 아닐까요"라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던 김사훈. 사촌 형이 던지고 동생이 받는 날, 그 순간이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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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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