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신인왕, 수상 위한 필요 조건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03 09: 58

"박 감독, 이제 신인왕은 정해진거 아닌가? 허허".
1일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경기를 앞두고 KBO 야구발전실행위원장 허구연(61)이 LG 박종훈(51)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 이미 신인왕 판도는 결정된 것이 아니냐며 이야기를 꺼냈다.
허 위원장은 "배영섭도 성적은 뛰어나지만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해서 수상이 힘들 것"이라며 "임찬규가 10승만 해주면 거의 확정된 것 아닌가?"라고 임찬규의 신인왕 수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쳤다.

사실 임찬규가 이날 만약 시즌 10승 째를 채웠으면 2006년 류현진(18승), 장원삼(12승), 한기주(10승) 이후 5년 만에 신인 두 자릿수 승리 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자연히 신인왕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기회를 맞았지만 임찬규는 4⅔이닝 5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되며 오히려 한 발 물러나게 됐다.
▲ LG 임찬규, 마지막 등판에서 10승 채워라 임찬규는 패전 처리로 올 시즌을 시작해 필승조, 마무리를 거쳐 이제 선발 투수 위치까지 올라왔다. 올 시즌 78⅓이닝 9승 5패 7세이브 평균자책점 4.14을 기록 중인 임찬규는 시즌 중반부터 삼성 배영섭과 함께 강력한 신인왕 후보로 손꼽혀왔다. 더군다나 배영섭이 두 차례나 손가락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결국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하게 되면서 임찬규의 수상 가능성은 커졌다.
박 감독은 시즌 막판 임찬규에 선발 마운드에 설 기회를 두 차례 주겠다고 밝힌바 있다. 내년 시즌을 준비하며 테스트 하는 것과 동시에 임찬규 스스로 시즌 10승을 따내 신인왕을 확정지으라는 숨겨진 배려도 읽을 수 있었다. 그렇지만 임찬규는 첫 번째 등판이었던 이날 두산 더스틴 니퍼트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4⅔이닝 7피안타 4볼넷 5실점으로 패하고 말았다. 동시에 임찬규는 얼마 전까지 2점대 중반이었던 평균자책점을 9월 들어 다 깎아먹으며 어느덧 4점대를 돌파하게 됐다.
임찬규가 이제 신인왕을 노리기 위해서는 한 번 남은 선발 등판에서 시즌 10승을 채워야 한다. 경쟁자인 삼성 배영섭과 KIA 심동섭은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했기에 팀 성적에서 밀리는 임찬규에게 '10승 투수'라는 타이틀은 필수적이다.
▲ 삼성 배영섭·KIA 심동섭, PS 활약 중요 삼성의 톱타자로 자리 잡은 배영섭은 지독한 부상 악령에 울상을 짓고 있다. 올해 99경기에 출전, 340타수 100안타 타율 2할9푼4리 2홈런 23타점 33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배영섭은 전반기 막판 도루를 시도하다 왼손 새끼손가락 인대 파열로 공백을 가진 뒤 가까스로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달 21일 대구 두산전에서 1회 김승회의 투구에 왼 손등을 맞아 왼쪽 네 번째 중수골 골절상 진단을 받았다. 복귀까지는 4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돼 한국시리즈 출전 자체가 불투명하다.
그렇지만 경쟁자가 부진한 가운데 배영섭이 한국시리즈에서 복귀, 인상적인 활약을 보여준다면 수상은 충분히 가능하다. 비록 규정타석 미달이지만 지난 2001년 한화 김태균(타율 .335 20홈런 54타점)이 신인왕을 수상했던 전례가 있다.
또 다른 신인왕 다크호스로 떠오른 선수가 바로 KIA 심동섭이다. 올 시즌 KIA의 핵심 좌완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는 심동섭은 55경기에 출전, 54⅓이닝을 소화하며 3승 1패 2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2.82를 기록하고 있다. 심동섭이 비교적 주목을 덜 받는 이유는 우선 시즌 중반이 돼서야 좋은 성적을 내기 시작했고 또한 중간 계투라는 보직의 특성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두산 고창성은 홀드왕 타이틀에 평균자책점 1.95를 기록하고도 같은 팀 이용찬(세이브왕, 평균자책점 4.20)에 밀린 적이 있다.
신인왕 유력 후보였던 임찬규의 9월 부진과 배영섭의 부상으로 심동섭 역시 신인왕을 노릴 수 있게 됐다. 다만 조건이 있다면 배영섭과 마찬가지로 포스트시즌 활약이 중요하다. 이미 배영섭이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었기에 심동섭은 최소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인상적인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cleanu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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