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야구에서 공격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비'라는 진리를 증명하며 플레이오프 기선 제압에 성공했다. SK는 16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연장 10회 터진 정상호의 결승포를 앞세워 7-6의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후 SK와 롯데의 점수차는 1점이었다. 1회말 롯데의 선두타자 홈런부터 0-1, 0-3, 3-3, 4-3, 4-3, 6-4.6-5, 6-6이라는 점수 변화로 9회를 마쳤다. 여기에 결승점도 연장 10회 홈런포가 터져 화끈한 공격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SK의 끈끈한 수비가 승리를 일궈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SK는 패전의 9부 능선까지 갔었다. 승리가 아닌 패배의 위기가 몇 차례 닥쳤지만 최근 4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3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SK의 저력은 수비에서 나왔다. ▲김강민, 2회 2사 3루에서 최소 1점 SK는 2회 절체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에이스 김광현이 1회 실점 후 2회에도 2점을 내줘 0-3이 됐다. 롯데의 초반 상승세를 놓고 볼 때 추가실점을 할 경우 오늘 경기를 내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 순간 중견수 김강민의 호수비로 자칫 롯데로 넘어갈 분위기를 SK로 끌고 왔다. 김강민은 전준우의 좌중간 2루타성 타구를 30m 가까이 전력 질주하며 잡아냈다. 만약 안타가 됐을 경우 1점을 준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 후속타자가 이대호였기에 그 이상의 실점도 가능했다. 이대호가 못 쳤을 것이라고 가정해도 1점을 막았다고 볼 수 있다. ▲정근우, 7회 1사 2,3루에서 최소 1점 SK는 김강민의 호수비를 바탕으로 6-4로 역전시킨 뒤 7회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1사 2,3루에서 조성환의 2타점 중전 적시타성 타구를 2루수 정근우가 잡아 점핑 동작으로 1루에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물론 타구가 투수 박희수의 글러브에 스친 점도있었지만 정근우의 호수비가 아니었다면 아웃 시키기 힘든 타구였다. 중견수 쪽으로 빠졌다면 6-6 동점이 될 수 있었기에 1점을 막아냈다고 볼 수 있다. 만약 동점이 됐다면 롯데에게 상승세를 내줬을 수도 있었지만 1점으로 막았다. ▲엄정욱, 9회 무사 2루, 무사 1,3루 호수비는 2점 SK는 6-4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7,8회 실점을하며 6-6 동점을 허용했다. 여기에 9회말 무사 2루에서 조성환의 좌전안타 때 좌익수 박재상이 빠르게 공을 잡아 홈에 정확하게 뿌려 2루 주자 황재균을 3루에서 멈추게 했다. 1점을 막았다고 볼 수 있다. SK는 계속된 1,3루에서도 끝내기 위기까지 몰렸다. 그러나 대타 손용석의 투수 강습 타구를 엄정욱이 차분히 잡아 3루 주자를 묶고 타자를 1루에서 아웃 시켰다. 수비 실력이 부족한 투수였다면 분명히 타구가 글러브를 맞고 엉뚱한 곳으로 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3루 주자는 홈을 밟았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SK는 수비로 또 다시 한 점을 막아냈다고 볼 수 있다. 더불어 SK는 계속된 1사 만루 위기에서도 보이지 않는 압박 수비로 롯데 손아섭을 괴롭혔다. 기습번트를 대비해 1루수와 3루수는 정상 수비 위치보다 앞당겨 들어왔다. 그러나 2루수와 유격수는 정상 위치에 서서 병살타를 기다렸다. 위의 3가지 상황만 놓고 봐도 SK는 최소 4점을 막아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분위기만 놓고 볼 때 SK는 그 이상의 실점도 가능했지만 적시 적소에 나온 수비 덕분에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수비의 중요성은 한국 뿐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미국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에서 발행하는 유료 잡지에서 '벅 쇼월터 매직'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쇼월터는 지난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으로 부임해 끈끈한 수비로 실점을 줄이면서 팀의 승리 비중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gassi@osen.co.kr 부산=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