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해리슨의 엔터~뷰(Enter~View) 10월 대중음악계는 치열한 전쟁터가 연상될 만큼 새 노래와 앨범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 걸 그룹 소녀시대의 국내활동이 시작되고, “슈퍼스타K3”와 “나는 가수다”의 경연 음원이 대중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을 정도로 발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남성 솔로 뮤지션들의 새로운 노래와 앨범이 대거 출시되어 만만치 않은 인기를 얻고 있다. 이미 9월 발라드 계열의 성시경과 허각이 남녀 아이돌 그룹과의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은 성과를 낸 후, 이번 달 들어 남성 솔로 가수들이 대거 신곡(앨범)을 발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다’란 말을 입증하듯이 거센 秋風(가을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 김건모•김범수•휘성, 끝이 아닌 시작을 알리다 -
어느덧 가요계 중견 가수가 된 김건모•김범수•휘성의 최근 앨범은 팬들뿐만 아니라 그들 자신에게도 남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 듯 하다.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김건모는 신곡들이 수록된 13집 정규 음반“自敍傳(자서전)과 그의 지난 음악 역사를 담은 히트곡 모음집으로 구성된 스페셜 앨범을 발표했다. 한정 반(CD5장)과 일반반(CD3장) 두 개 버전으로 발매된 이번 특별 앨범은 밀리언 셀러 아티스트김건모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음악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나는 가수다”의 히어로 김범수 역시 2장의 CD에 28곡을 담은 베스트 앨범 “Best Album 2011: We Never Forget Your Voice”을 선보였는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김범수의 지난 12년간의 가수 생활을 음악으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작품이다. 한편, 휘성은 타이틀 곡 ‘놈들이 온다’가 수록된 EP 음반을 발표했는데, 수록된 모든 곡의 작사작곡 및 앨범 프로듀싱까지 도맡는 등 무척 공을 들였다고 한다. 아마도 군입대를 앞두고 발표될 마지막 앨범이었기에 어느 때 보다 심혈을 기울일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생각된다.
- 임재범•타블로•이승기, 음원 차트를 공략하다 -
카리스마 넘치는 중견 록커 임재범, 오랜 공백을 깨고 신곡을 발표한 힙합 뮤지션 타블로, ‘국민 남동생’이란 칭호를 가진 만능 엔터테이너 이승기. 너무도 다른 색깔을 지닌 이들이 선보인 노래들이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상당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중이다. MBC-TV 예능프로그램 “일밤-바람에 실려”의 주인공 임재범이 미국 UC버클리대학 공연에서 커버했던 ‘Desperado’는 전설적인 록 그룹 이글스(The Eagles)가 발표했던 팝 음악계 명곡이다. 현지 미국인들도 반했다는 임재범의 보컬은 국내 시청자들의 귀에도 감동 그 자체로 전달되었고, 정식으로 발표된 음원이 차트상에서 요동을 쳤던 것이다.
YG엔터테인먼트와 솔로 가수 계약을 하면서 오랜 공백을 딛고 활동 행보를 시작할 타블로는 디지털 싱글 ‘Airbag’을 공개했는데, 영향력 있는 보컬리스트 나얼이 피처링으로 참여하면서 곡의 대중적인 인지도를 훨씬 높였다. 10월말 정규 앨범을 발표할 예정인 이승기 역시 미리 선보인 ‘연애시대’로 주요 사이트 일간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곡에 여배우 한효주가 내레이션으로 참여해 주었다. 그리고 활동한 것에 비해 상당 팬 층을 확보하고 있는 싱어송라이터 라디(Ra. D)가 피처링으로 함께해서 훨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만큼 먼저 활동을 시작할 소녀시대의 인기 독주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경쟁자로 이승기가 가장 적격인 듯싶다.
- 한국을 사랑하는 해외 남성 팝 뮤지션도 가세하다 -
유독 우리나라 음악 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해외 남성 아티스트들도 한국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미약하지만 ‘솔로 남성 아티스트의 반격’에 가세하고 있다. 스웨덴 출신의 록 싱어 라쎄 린드(Lasse Lindh)는 몇 년째 한국과 스웨덴을 오가며 생활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데, 최근 발표한 새 앨범 “Fix Your Heart”는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얻은 영감과 경험을 어쿠스틱 팝 사운드로 표현했다고 한다. 다수의 노래가 국내CF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어 고정 팬이 많은 뉴욕 출신 DJ 어슬라1000의 최신작 “Mondo Beyondo”에서 첫 번째 싱글로 공개된 타이틀 곡 ‘Mondo Beyondo’의 뮤직 비디오를 한국인 출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고 한다. 라이선스 앨범을 발매한 국내 음반사 입장에서는 좀 더 많은 팬 층을 확보할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갈수록 국내 음악시장에서 입지가 좁아지는 해외 팝 스타들이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국내 가수와의 공동작업이 가장 현실적인 성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필승카드인데. R&B남성가수 제이슨 데룰로(Jason Derulo)는 작년 브라이언과 함께 자신의 히트곡 ‘In My Head’를 국내 음악 프로그램에서 함께 공연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2집 음반 “Future History”를 막 선보인 제이슨 데룰로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잘 인식하고 있는 영리한 아티스트기에 리패키지 앨범을 통해서라도 우리 가수와의 협연을 분명 시도할 것이다.
- 남성 솔로 가수가 몰고 온 가을 바람은 훈풍이다 -
이외에도 브라운아이드소울(Brown Eyed Soul)의 멤버 정엽과 성훈, 해체된 SS501의 김현중과 김규종이 솔로앨범을 발표하면서 많은 음악 팬들과 만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그룹의 인기에게 주도권을 빼앗겼던 솔로 가수, 특히 남성 아티스트들의 본격적인 반격이 가을 바람과 함께 시작된 듯 하다. 변화의 바람에 많은 사람들이 당혹스러워 할 수도 있지만, 지금 부는 이 바람은 분명 熏風이 틀림없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