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플레이오프에서 SK를 상대로 홈경기 1,2차전 연속 선취점을 뽑아내며 3-0의 비교적 여유 있는 리드를 잡고도 결과적으로는 1승1패에 머문 롯데의 성적표는 선취점과 관련한 궁금증 하나를 슬며시 물어왔다.
‘포스트시즌처럼 비중이 큰 경기의 선취점은 얼마만큼의 위력을 지니고 있을까?’ 그리고 또 한가지. ‘선취점에 있어서도 한꺼번에 다득점을 올린 경우의 승률은 얼마나 높을까?’
SK의 연이은 승리로 막을 내린 2011 준 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포함, 프로출범 후 지금까지 거행된 포스트시즌 경기수는 모두 343경기이다. 1989년 처음 시작된 준 플레이오프가 61경기, 이보다 3년 앞서 도입된 플레이오프는 124경기 그리고 프로 원년(1982년)부터 거행된 한국시리즈는 총 158경기가 치러졌다.

어느 해를 막론하고 경기가 열린 당시에는 가장 긴장되고 가슴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경기들로서,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TV앞에 모여 앉은 야구팬들의 귀에는 그때나 지금이나 성인들이 얘기했던 만고불변의 진리처럼 못이 되어 들려오는 해설위원들의 말이 하나 있다.
“이런 큰 경기일수록 선취점의 의미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상대보다 먼저 득점을 올려 앞서나간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심리적으로 안정과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이점을 가져다 준다. 일명 ‘멘탈게임’으로 불리는 야구에서는 더욱 그렇다.
경기운영면에서 선취점은 여러 가지 숨통을 틔워준다. 투수놀음이라 할 수 있는 야구에서 투수가 점수의 여유를 안고 던질 수 있다는 점은 구질이나 상황선택에 있어 다양한 시도와 넓은 활용폭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며, 역으로 상대팀에게는 대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작용을 한다.
선취점 획득은 아군의 공격적인 측면에 있어서도 대단히 유리한 국면을 제공한다. 앞서간다는 사실은 상대의 투수운용 폭을 상당부분 제어할 수 있는 방어적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지고 있는 경기에 A급 투수진을 가동시킬 수 없다는 적군의 현실은 곧 아군의 이점이 된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해태 선동렬의 등판을 원천봉쇄 할 수 있는 길은 딱 두 가지뿐이었다. 이기고 있거나 대패하거나.
이번 시즌 마무리 투수계의 제왕으로 군림한 삼성 오승환이 마운드에 오르는 상황을 맞이하고 싶지 않다면 방법은 역시나 같다. 그만큼 선취점은 승리로 가는 기회의 폭과 확률을 열어주는 만능 열쇠다.
그렇다면 선 득점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포스트시즌 경기에서의 선취점과 승패 상관관계는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좀더 세분화된 분류를 위해 선취점도 올린 점수의 숫자에 따라 한 이닝 1점만을 올렸을 경우와 2점, 3점을 올렸을 경우 그리고 4점 이상의 대량득점을 올렸을 경우를 나누어 통계를 재 분류해 보았다.
앞서 언급한대로 대상 경기수는 총 343경기. 이중 선취점이고 뭐고 아예 양 팀 다 점수를 얻지 못한 2004년 현대와 삼성의 한국시리즈 4차전(0-0, 12회 무승부) 경기와 선취점이 곧 끝내기 점수로 직결되었던 3경기 등, 총 4경기를 제외한 339경기의 선취점과 승패관계를 따져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먼저 1점만 뽑아낸 팀의 승률은 6할4푼3리 (119승 66패 4무)였다. 정규시즌 선취점을 올린 팀들의 대략적인 평균 승률인 6할대 후반~7할대 중반과 비교하면 약간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력이 강한 팀들끼리의 승부에 있어 1점은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살얼음판 리드로 상대 팀에 큰 부담을 주는 점수가 결코 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 2점을 먼저 따냈을 때의 승률은? 아무래도 1점보다는 위력이 클 수밖에 없겠지만 승률 폭이 1점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7할6푼 (60승 25패 2무)의 승률로 역시 일반적 정규시즌의 승률과 비교해 5푼 정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선취 2점 역시 상대를 완전히 제압할 만한 압도적인 숫자는 아니었다는 얘기가 되겠다.
체감지수상 적지 않은 부담으로 다가올 법한 3점 선취 때의 승률은 어떠했을까? 2점보다 1점이 더 많았을 뿐인데 결과적인 승률 차이는 생각보다 크게 나타났다. 2점 때보다 약 8푼 정도가 높은 7할8푼4리 (29승 8패 1무)의 승률이었다. 강한 전력을 보유한 팀들이라 해도 3점을 먼저 주고 시작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반증의 결과였다.
3점의 부담이 그럴진대 4점 이상의 대량득점을 한꺼번에 뽑고 시작한 경기의 승률은 얼마나 높았을 지가 궁금했다. 결과는 20승 5패로 승률 8할로 나타났다. 생각에 따라 높다고 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수치다. 이 대목에서 5패의 내용이 궁금했다.
1988년 빙그레-해태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빙그레가 1회초 4점 선취 후 5-6 역전패를 당한 것을 비롯, 1994년 태평양-LG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태평양, 1995년 OB-롯데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OB, 2008년 삼성-두산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삼성이 각각 일거에 4점을 먼저 내고도 모두 역전패했다.
또한 2010년 두산-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은 2회초에 대거 5점을 선취하고도 5-6의 역전패를 당해 최다 선취점 후 역전패라는 불명예 기록을 가을야구사에 남겼다.
한편 포스트시즌 한 이닝 최다 선취득점 기록 역시 두산이 갖고 있는데 2001년 한화를 상대로 준플레이오프 2차전 1회초에서 8점을 뽑아낸 기억(14-5로 승리)이었다.
그 밖에도 선취점에 얽힌 특이한 사연이 한 가지 눈에 들어왔는데, 포스트시즌 시리즈별 전 경기에서 선취점을 얻어 내고도 매번 역전패를 당해 통한의 눈물을 흘려야 했던 사연이다.
1991년 빙그레-해태의 한국시리즈 4경기에서 빙그레는 1~4차전 모두 선취점을 뽑아내는데 성공했지만 경기마다 줄줄이 역전패로 이어져 시리즈 전적 0승 4패라는 참담한 성적으로 무릎을 꿇어야 했고, 1993년 OB-LG의 준 플레이오프에서도 OB가 3경기 연속 선취점을 냈지만 시리즈 전적 3패로 상위시리즈 진출에 실패한 아픈 역사가 담겨있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플레이오프 MVP로 뽑혔던 SK 박정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