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2] '입영 전전(前戰)' 이영욱, 특등사수 자질 발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10.27 10: 50

군 입대 전 마지막 한국시리즈. 백업멤버로 함께 한 가을잔치지만 이날 만큼은 주인공이었다. 이영욱(25,삼성 라이온즈)이 총알 송구로 팀을 위기에서 건져냈다.
삼성은 26일 대구구장에서 펼쳐진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배영섭의 2타점 결승 적시타와 오승환의 2이닝 세이브에 힘입어 2-1, 짜릿한 한 점차 승리를 거두고 안방에서 2연승을 달렸다.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1,2차전을 승리한 팀이 패권을 놓친 경우는 단 한 번. 이로써 삼성은 통산 5번째 우승에 7부 능선을 넘었다.
한 점차 승부에서 위기 때마다 주자를 불러들이지 않은 삼성 명품 불펜진이 빛났지만, 8회 대수비로 들어온 이영욱이 없었다면 삼성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었다. 이영욱은 8회초 수비에서 좌익수 최형우를 대신해 경기에 들어온 뒤 중견수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좌익수 자리에는 배영섭이 이동했다.

2-0으로 앞선 8회초 삼성은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았다. 팀의 네 번째 투수 정현욱은 선두타자 박재상에 좌중간 2루타, 최정에 볼넷을 허용한 뒤 박정권에까지 1타점 중전 적시타를 얻어맞았다. 그러자 삼성은 급히 오승환을 올렸고, '끝판 대장'은 기대대로 안치용을 포수 파울플라이, 김강민을 삼진으로 솎아냈다.
하지만 오승환도 삐끗한 순간이 있었다. 2사 1,2루에서 오승환은 최동수에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2루 주자 최정이 2사 후였기에 일찍 스타트를 끊어 자칫 동점을 허용할 상황. 이때 이영욱은 홈으로 총알 같은 송구를 했고, 공은 포수 진갑용의 미트로 정확히 들어와 홈으로 들어오던 최정을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올 시즌 불규칙한 출전 속에서도 7개의 보살을 기록한 이영욱의 강견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이영욱의 보살이 빛났던 것은 단순히 한 점을 막아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에게 있어 오승환의 등판은 경기의 끝을 의미한다. 이때 만약 오승환이 블론을 기록한 뒤 다른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면 자연히 오승환은 심리적 타격을 받게 된다. 여기서 이영욱이 이닝을 마쳐 주며 오승환은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결국 오승환은 9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영욱의 결정적인 보살은 삼성 류중일(48) 감독의 과감한 교체 덕분에 나왔다. 류 감독은 6회 2점을 뽑으며 앞서가자 8회 과감하게 최형우를 빼고 이영욱을 투입하는 수비 강화 전술을 들고 나왔다. 그리고 어깨가 강한 이영욱을 중견수로 보내고 오른쪽 어깨 수술 전력이 있는 배영섭을 좌익수로 옮겼다. 결국 이영욱은 강한 어깨로 팀 승리를 지켜내는 데 성공했다. 경기가 끝난 뒤 류 감독은 이영욱의 투입에 대해 "최형우가 7회 타격을 마쳐서 수비 강화 측면에서 이영욱을 냈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12월 이영욱은 상무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경기 전 취재진과 함께 한 이영욱은 "군대 가기 전 꼭 우승을 해 보고싶다"면서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고 소박하면서 큰 꿈을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작은 보탬'을 이야기하던 이영욱은 한국시리즈 1승과 맞먹는 송구 하나로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다가섰다. 12월, 입영열차를 탄 이영욱의 가슴 속에 만족과 기쁨이 있을지, 아니면 회한과 아쉬움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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