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났을 때부터 마지막까지 항상 같은 태도로 날 대해주셨다. 그 점이 너무도 감사했다".
문서 상 계약은 오는 30일까지다. 그러나 때이른 신분 조회에 문서 상 소속팀은 흔쾌히 조회 요청을 받아들이며 국민 타자의 복귀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8년 만의 한국 무대 복귀를 눈앞에 둔 이승엽(35)이 올 시즌 몸 담았던 오릭스 버팔로스에 고마워하는 이유다.
이승엽은 지난 4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지난 10월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라는 뜻을 밝힌 만큼 아내 이송정 씨와 두 아들도 함께 했다. 이전 귀국길과 다른 만큼 돌아오는 길의 짐도 예년보다 훨씬 많았다.

프리에이전트(FA) 신분으로 국내 무대 복귀를 노리는 이승엽은 "최우선은 삼성 복귀"라며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팬들의 함성을 느끼고 싶다는 뜻을 강조했다. 1995년 삼성에서 데뷔한 이래 이승엽은 통산 9시즌 3할5리 324홈런(역대 4위) 948타점을 기록하며 중심 타자로서 맹활약했다.
"양준혁(현 SBS 해설위원) 선배가 갖고있는 개인 통산 최다홈런(351홈런) 기록을 다음 시즌 뛰어넘고 싶다"라는 바람을 이야기한 이승엽. 그는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을 비롯한 오릭스 구단에 고마움을 밝혔다.
"5일부터 대구에서 개인훈련을 하고자 한다. 복귀하는 데 있어 오릭스가 많은 배려를 해주었다. 입단할 때부터 오릭스가 많은 배려를 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오카다 감독도 지난 1월 31일 첫 훈련 때부터 마지막까지 항상 날 같은 모습으로 대해줬다. 그 점에 대해서도 굉장히 감사하다".
요미우리 시절 연이은 부상도 있었으나 상대의 극심한 견제에 이어 팀 내에서도 입지가 급격히 좁아지며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던 이승엽인 만큼 일본서 마지막 소속팀의 꾸준한 배려가 고마울 법했다. 특히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이승엽의 귀국 전 신분조회를 요청했을 때 오릭스의 관대한 처사에 이승엽은 더욱 감격했다.
지난 2일 KBO는 오릭스 측에 이승엽의 신분조회를 요청했다. 3일에는 오릭스가 재계약 불가 방침을 정한 '코리안 특급' 박찬호의 신분조회 요청이 이어졌다. 박찬호와 이승엽은 이미 한국으로 오는 것이 기정사실화 되었으나 문서 상으로는 오릭스와 오는 30일까지 계약이 되어있다. 일본은 매년 11월 30일 다음해 12개 구단 보류선수 명단을 제출한다.
특히 이승엽은 구단에서 임의로 방출한 것이 아니라 선수 본인이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라는 뜻을 먼저 구단에 요청한 케이스. 자칫 구단에 '괘씸죄'를 적용받을 수도 있었으나 오릭스는 선수의 요청에 미련없이 이승엽의 자유를 보장했다.
올 시즌 이승엽은 122경기 2할1리 15홈런 51타점으로 기대치를 밑도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만큼 선수 본인 또한 구단에 미안함이 컸던 것이 사실. 그러나 구단은 떠나는 외국인 타자의 마지막 길을 제대로 틔워줬다. 떠나는 이승엽이 오릭스에 보낸 '감사합니다'라는 이야기에는 진심이 묻어나왔다.
farinelli@osen.co.kr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