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는 열려있다. 하지만 보상선수 내줄걸 생각하면 쉽사리 영입에 나서기 쉽지 않다".
8일 사직구장에서 만난 롯데 자이언츠 배재후(51) 단장에게 장원준의 공백과 롯데 불펜의 보강을 위해 FA 영입 의사가 있는지 묻자 "돈이 문제가 아니다. 그렇지만 보상 선수를 생각하니 쉽사리 뛰어들기 힘들다"고 답했다.
올 시즌 FA 시장엔 그 어느 때보다 뛰어난 불펜 투수 자원이 많이 나왔다. SK의 큰 이승호와 작은 이승호 모두 FA를 신청했고 두산에선 정재훈이, LG는 송신영이 시장에 나왔다. 롯데는 임경완이 FA를 신청했지만 팀 잔류를 천명한 상태. 롯데에겐 약점으로 지적되어 왔던 불펜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하지만 보상 내용이 영입의 걸림돌이다. FA로 타 구단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 해당 선수의 전년도 연봉 200% + 선수 1명(보호선수 20명 제외)을 주거나 전년도 연봉의 300%를 보상해야 한다. 이후 FA 선수 영입구단이 보호선수 20명을 제외한 보상선수 명단을 제시하면 전 소속구단은 금전 또는 금전과 선수 가운데 선택한다. 대부분의 구단은 이때 금전적 보상 보다는 선수를 선택한다.
배 단장이 우려한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는 "선수 엔트리를 25인에서 26인으로 늘리기 위해 감독들은 항상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정도로 구단은 선수 한 명에 민감하다. 하물며 20인의 보호선수 명단을 짜는 게 쉽겠냐"고 지적했다.
▲ 역대 보상선수 사례, 누가 있나
그렇다면 과연 보상선수로 타 구단으로 이적한 뒤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경우는 실제로 얼마나 될까. 2000년 FA 제도가 실시된 이후 보상선수로 유니폼을 갈이입은 경우는 모두 16차례다. 2000년 해태 이강철이 삼성으로 옮기며 박충식을 받은 것을 시초로 2001년엔 LG가 홍현우를 영입하며 해태에 최익성을 넘겨줬다. 2003년엔 박경완이 SK로 옮기며 조규제가 현대로 이적했다.
2004년 한 해에만 FA 타 구단 이적이 6건 이뤄지며 보상선수도 6명이 생겼다. 한화 이상목이 롯데로 가며 신종길이, 두산 정수근이 롯데로 가며 문동환이, 현대 박종호가 삼성으로 가며 노병오가, LG 김동수가 삼성으로 가며 김상엽이, KIA 진필중이 LG로 가며 손지환이, 삼성 마해영이 KIA로 가며 신동주가 각각 팀을 옮겼다. 이후 2005년엔 현대 박진만이 삼성으로 가면서 이정호가, LG 김재현이 SK로 적을 옮기며 안재만이 보상선수로 제공됐다. 이어 2006년은 롯데 김민재가 한화로 가며 정병희가, 2007년은 두산 박명환이 LG로 가며 신재웅이, 2008년은 SK 이진영이 LG로 이적하며 큰 이승호가, 두산 홍성흔이 롯데로 옮기며 이원석이 반대급부로 팀을 옮겼다. 마지막으로 2011년 이범호가 한국무대 복귀 팀으로 KIA를 선택하며 안영명이 친정 한화로 돌아왔다.
이 가운데 이원석이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이원석은 두산으로 이적한 첫 해인 2009년 내야 여러 군데를 옮기며 125경기 출장, 타율 2할9푼8리 9홈런 5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이듬해 104경기 타율 2할6푼8리로 제 몫을 했지만 올 시즌은 110경기서 타율 2할1푼6리로 잠시 주춤했다. 그렇지만 뛰어난 수비와 타격 실력을 앞세워 3루를 지키던 김동주를 지명타자에 전념할 수 있게 해줬다.
투수 가운데는 문동환을 성공 사례로 꼽을 수 있다. 2004년 정수근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지 하루 만에 다시 채상병과 트레이드 돼 한화 유니폼을 입은 문동환은 4년 간 35승(36패)를 올리며 투혼을 불태웠다. 특히 2006년엔 16승(9패)으로 신인 류현진과 원투펀치를 이뤄 한화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 외에
▲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경우는 적다
배 단장은 홍성흔의 영입을 FA 역사상 최고의 '대박'으로 꼽았다. 그는 "홍성흔 이야말로 FA 영입의 모범사례라 할 만하다"며 "FA 제도가 생긴 이래로 최고의 선수가 아닌가 싶다"라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그렇지만 두산으로 이적해 맹활약을 펼치는 이원석은 아쉽기 이를 데 없다. 배 단장은 "이원석이 (두산으로) 간 게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 만약 FA 영입을 한다고 해도 보상선수로 팀을 옮겨야 할 선수를 생각하면 결정 내리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이왕 팀을 옮긴 선수는 잘 해야 하지 않겠나. 그게 FA 제도를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FA 보상선수가 이른바 '잭팟'을 터트린 경우는 많지 않다. 역대 16번의 사례 가운데 성공이라 평가할 사례는 2번 정도다. 그나마 롯데는 이원석을 잃었지만 이적 후 매년 지명타자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쓴 홍성흔을 얻었다. 20인의 보상선수 명단은 팀 사정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아무래도 핵심 선수가 군보류 및 FA 신청으로 자동적으로 보호받는 구단이 FA 영입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마련이다. 간만에 FA 풍년이 터진 올 시즌, 전력 보강을 꾀하는 구단들의 막후 전쟁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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