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돌한 신인' 임찬규(19, LG 트윈스)가 올 시즌 신인왕 수상 실패의 아쉬움을 떨쳐내고 내년 시즌 선발 10승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7일 신인왕 시상식에 참석한 임찬규는 유효표 91표 가운데 26표에 그치며 65표를 획득한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배영섭(25)에게 신인왕 트로피를 내줬다.
시상식 직후 마무리 훈련지인 진주행 고속버스를 탄 임찬규는 긴장이 풀리며 잠이 몰려왔다. 그러나 계속해서 눈이 떠졌다. 어느덧 어둑어둑해진 창 밖을 바라 보면서 이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다.

▲패전처리로 개막전 엔트리에 든 임찬규
휘문고를 졸업한 신인 임찬규는 2011년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지나갔다. 화살처럼 지나갔다는 표현이 꼭 맞다. 그러나 1년 동안 그는 투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보직을 다 경험해 그 값은 형언할 수 없다.
스프링캠프에서 대선배들 사이에서 패기 넘치는 투구로 박종훈 전 감독과 최계훈 전 투수 코치의 마음을 사로 잡은 그는 개막전 26인 엔트리에 포함되는 영예를 얻었다. "패전처리라도 좋으니 1군에서 뛰어보고 싶다"던 그의 바람이 이뤄진 것이다.
실제로 임찬규는 원하는 대로 시즌 초 패전 처리 임무를 맡았다. 팀이 일방적으로 큰 점수차이로 뒤지고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상대 타자들에게 자신있게 공을 뿌렸다. 그는 두산과 잠실 개막전을 시작으로 4월 20일 SK전까지 7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덕분에 그는 패전처리에서 중간 계투로 승격됐다. 더 이상 패전처리가 아닌 조금은 긴장된 순간에 등판한 임찬규는 4월 12경기에서 11⅔이닝 동안 4실점(3자책) 평균자책점 2.31에 그치면서 승리조의 역할을 감당했다.
승리조가 된 임찬규는 지난 5월 6일 삼성전에서 4이닝을 1피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묶고 데뷔 첫 승을 신고했다. 이어 10일 한화전에서도 3⅔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2경기 연속 승리를 거뒀다. 이 사이 LG 뒷문이 붕괴되면서 순간 셋업맨에서 마무리투수가 된 임찬규는 13일 넥센전에서 한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데뷔 첫 세이브까지 올렸다. 덕분에 5월 성적은 5승1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1.45였다.

▲임찬규를 성장시킨 '6.17사태'
그러나 신인에게 프로의 벽은 역시 높았다. 6월 들어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기 시작한 임찬규는 6월 17일 잠실 SK전에서 그 유명한 '6.17사태'를 만들어냈다. 이날 임찬규는 ⅓이닝 동안 사사구를 5개나 남발하며 5실점(5자책)을 기록했다.
임찬규는 아직도 이 순간을 잊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야구를 하면서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며 회상했다.
또 다시 패전처리로 강등된 임찬규는 이내 두려움을 떨쳐내며 7월 동안 2세이브를 추가하며 마무리 역할을 해냈다. 7월 평균자책점도 1.35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러나 8월에는 또 다시 롱릴리프를 맡아 2승을 추가했다. 시즌 막판 선발 투수로 나설 것을 대비한 것이다. 임찬규는 10월 2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두 차례 모두 패전투수가 되면서 신인왕도 멀어졌다.
임찬규는 "신인왕이 되고 싶은 마음은 있었다. 내가 야구 선수의 꿈을 꾸게 한 이병규 선배가 뛴 LG에 입단했고, 이병규 선배 이후 처음으로 신인왕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즌 막판에는 체력도 떨어지고 내 실력이 부족함을 느껴서 아무런 미련이 없었다. 시상식장에도 (배)영섭이형 꽃다발 전해주려고 갔다"며 웃었다.
▲임찬규, 2012년 선발 10승 위해 뛴다
버스 안에서 임찬규는 한 가지 확실한 목표를 세웠다. 다름 아닌 내년 시즌 선발투수로 10승을 거둬 올 시즌 이루지 못했던 두 자릿수 승리를 달성하겠다는 마음이다.
임찬규는 "사실 올해는 내가 선발이 아니라 구원투수로 9승을 거뒀다. 그래서 선발투수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있었고, 스스로 아쉬움도 있었다"면서 "만약 내년에 선발투수로서 기회를 주신다면 꼭 10승 이상을 거두고 싶다"고 다짐했다.
LG는 내년에도 외국인 투수 2명과 박현준까지 선발 3인방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4,5 선발은 확정된 것이 없는 만큼 임찬규도 스프링캠프 여하에 따라 선발진 합류가 가능할 수도 있다.
임찬규는 겨우내 체력훈련에 집중해 더욱더 튼튼한 몸을 만든 뒤 스프링캠프에서 제구력을 더 가다듬겠다는 각오다. 더불어 그는 체인지업을 더 가다듬어 타자들과 대결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누구보다도 큰 시련을 겪고 극복한 임찬규. 올해 이루지 못한 목표를 내년 시즌에 이뤄낼 수 있을까. 성실한 훈련 태도와 그의 열정을 놓고 볼 때 기회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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