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5)이 국내 무대 평정을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동안 서울 모처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했던 이승엽은 지난 16일부터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트레이닝센터(STC)에서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섰다.
STC는 최첨단 장비뿐만 아니라 호텔 수준의 숙소, 식당, 세탁실 등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고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훈련 스케줄이 마련돼 있다. 또한 트레이너, 치료사, 웨이트 트레이닝 담당 등 분야별 전문요원들이 배치돼 효과 만점이다. 이승엽은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어깨 보강 및 체력 훈련을 병행할 예정이다.
이승엽은 16일 저녁 OSEN과 인터뷰를 통해 "오늘 처음 가봤는데 하루 해보니까 힘들더라"고 혀를 내두른 뒤 "어깨 보강과 하체 위주로 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아직 삼성과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만큼 조심스럽다는게 그의 설명.

이승엽은 "구단 측에 STC에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뒤 12일께 STC에 가서 안병철 상무님께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계약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금은 부담되더라. 13일 농구장(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상무님께 'STC에 가지 않겠다'고 말씀드렸더니 괜찮다고 하셨지만 조심스러웠다. 어제(15일) 송삼봉 단장님께서 전화하셔서 '상부에 보고했으니 부담 갖지 말고 편히 운동하라'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아직 삼성과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고 STC에서 훈련 중인 타 종목 선수들의 훈련에 방해가 되면 곤란하다"며 "혼자 훈련하는게 아닌 만큼 타 선수들에게 방해된다면 STC에 가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승엽은 4일 김포공항에서 가진 귀국 인터뷰를 통해 "삼성으로 가는 게 최상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태어난 곳이고 내가 뛰었던 곳이다. 많은 도움을 받았던 곳이기에 삼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송 단장 또한 "이승엽이 삼성이 아닌 타 구단의 유니폼을 입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사자 군단 복귀를 확신했다.
이승엽은 계약과 관련된 물음에 "빨리 잘 해야지. 서로 잘 됐으면 좋겠다. 만나면 뭔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다만 계약 조건에 대해서는 "노코멘트"라고 잘라 말했다. 이승엽은 "계약 조건은 아주 민감한 사항이다. (계약 조건과 관련돼) 할 이야기가 있다면 구단과 이야기하는게 맞다고 본다. 나와 구단이 해야 할 이야기"라고 말을 아꼈다.
이승엽의 삼성 복귀는 기정사실화됐다. 그래서 다소 이를 수 있는 물음을 건네기 시작했다. 8년 만에 고향팀에 복귀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새로울 것 같다. 정말 감동적이지 않겠냐. 아마도 감격에 북받칠 것 같다. 사실 선수로는 다시는 36번의 푸른 유니폼을 입지 못할 줄 알았거든". 이승엽의 표정에는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이승엽은 사자 군단에 복귀한 뒤 36번이 박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예정. "당연히 36번이다. 1995년 삼성 입단 이후 줄곧 36번만 달았다. 36번을 달고 한국시리즈 우승도 했고 개인적으로 9년간 정말 행복했다. (등번호를)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36번이 박힌 유니폼을 구입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36번을 사용하겠다". (웃음)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에게 주포 역할뿐만 아니라 고참으로서 구심점이 되주길 기대하고 있다. 진갑용 또한 주장직을 내려 놓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 바 있다. 이승엽에게 주장을 맡을 생각이 있냐고 묻자 "웃기지마라. 나는 아무 것도 모른다"고 농담을 건넨 뒤 자신의 생각을 진지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8년 만에 복귀하는데 주장을 맡으면 곤란하다. 오히려 팀분위기를 더 해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후배들보다 뛰어난게 경험 밖에 없다. 내가 먼저 조언하진 않을 것 같다. 후배들이 받아 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먼저 말하면 그렇지 않을까. 그리고 후배들이 내게 물어본다면 내가 가진 모든 걸 알려주겠다. 예전에는 영업 비밀이라고 하겠지만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 팀이 잘 되기 위해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는 모든 걸 주겠다. 숨긴다고 좋을 것 없다".
삼성 시절 3번 타자로 뛰었던 그는 요미우리 시절 4번 타자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했다. 류중일 감독은 "이승엽이 복귀한다면 3번 타순을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승엽은 "타순은 내가 정하는게 아니다. 감독님께서 3번을 원하신다면 3번 쳐야 하고 8번 타자로 기용하시면 8번 타자로 나서야 한다. 타순 배치는 감독님의 고유 권한이다. 내가 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감독님의 뜻에 따르겠다"고 대답했다.

삼성팬들은 이승엽이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이~승~엽~ 홈런"을 연호했다. 9년이 흐른 지금도 팬들의 함성을 잊을 수 없다. "옛날 그대로 응원 구호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때처럼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종의 향수라고 해야 하나. (등장 음악이었던 엄정화의 을 사용하겠냐고 묻자) 좀 더 생각해보자".
이승엽에게 내년 시즌 예상 성적에 대해 묻자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고 아직은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시점은 아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어 그는 "열심히 준비해 전훈 캠프 때 한 번 경험해보고 동료 선수들과 비교도 해보고 시범경기를 치르면서 어느 정도 마음 속에 목표가 잡힐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내 최고의 타자로 군림했던 그이기에 기대치는 높을 수 밖에 없다. 조금 과장된 표현일 수 있겠지만 찬스마다 홈런 또는 안타를 때리길 바랄지도 모른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니까. "프로 선수라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이승엽은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중압감과 부담감은 일본에서도 많이 느꼈고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잘 이겨낼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이승엽은 "한 팀이니까 팀 성적이 우선이다. 내가 못 하더라도 동료 선수들이 잘 해서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 채워줄 수 있다면 성적에 대해선 그렇게 부담을 갖고 싶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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