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홈런왕' 이승엽(35), '연속경기 홈런 세계 신기록' 이대호(29), '라인드라이브 홈런 달인' 김태균(29).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 거포가 홈런 레이스를 벌인다면 어떨까요. 상상만 해도 기대되는 매치인데요.
하지만 아직 프로야구 무대에서는 이뤄진 적이 없는, 말 그대로 '꿈의 대결'이었습니다. 이승엽이 마지막으로 올스타전에 나갔던 해는 2003년. 그때까지 이대호와 김태균은 한 차례도 올스타전 홈런 레이스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이승엽이 떠난 뒤 이대호와 김태균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홈런왕으로 성장했죠. 이대호는 두 차례(2006,2010년), 김태균은 한 차례(2008년) 홈런왕에 오른 경험이 있죠.
그런데 세 타자의 홈런 레이스가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벌어졌습니다. 19일부터 20일까지 1박2일간 경기도 고양시 우리연수원에서 벌어지는 '2011 박찬호 유소년 야구캠프'에 세 명의 선수는 코치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타격 시범을 보여주던 세 거포는 아이들의 성화에 홈런 레이스를 펼치게 됐는데요. 세 명의 통산 홈런 개수(이승엽 324개, 이대호 225개, 김태균 188개)만 합해도 무려 737개입니다.

어린이의 환호를 받으며 가장 앞서서 타석에 들어선 것은 이승엽. 이승엽은 김태균이 토스해 준 공 6개 가운데 2개를 담장 너머로 날려 버렸습니다. 벼락같은 이승엽의 스윙은 여전했고, 무게 중심이 이동하며 정확하게 힘을 전달하는 정확한 타격폼은 탄성을 자아내기 충분했습니다. 곁에 있던 이대호는 "승엽이 형 타격폼이 진짜 좋아. 이런걸 보고 배워야 해"라며 거들었죠.
이번엔 이대호가 등장했습니다. 이날 저녁 예정된 롯데와의 FA 최종협상은 잠시 접어두고 진심으로 어린이와의 자리를 즐기던 이대호는 홈런 레이스에서도 쇼맨십을 보여 줬는데요. 주위에서 '이대호! 이대호!'라고 연호하자 "내가 니들 친구냐"라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구호는 '이대호 (선수) 이대호(선수)로 바뀌었습니다. 이대호 역시 6개 가운데 2개를 담장 너머로 넘기며 동률을 이뤘습니다.

마지막은 김태균이었습니다. 그런데 김태균은 긴장을 한 탓인지 처음 3개의 공은 외야로 보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감을 잡더니 담장으로 직선으로 날아가는 특유의 라인 드라이브 타구를 연신 날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담장은 넘기지 못해 얼굴이 붉어졌는데요. 그 모습을 보던 이대호가 "저 형 타격폼은 따라하면 안돼"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습니다. 이윽고 어린이들이 아쉬워 하자 세 명의 선수는 두 개씩 더 타격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이날의 승자는 가려지지 않았습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타들의 홈런 레이스에 어린이들은 꿈과 추억을 모두 가슴에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기술적인 것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바로 눈 앞에서 스타들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최고의 선물이죠. 이제 이대호는 일본 진출을 눈앞에 뒀고 이승엽과 김태균은 일본에서 복귀해 또 다시 세 명의 거포는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세 명의 홈런 레이스는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신천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