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종편 채널이 개국했다. 시청률은 1%대 수준.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먼저 넘어야 할 산은 지상파 3사가 아니라 케이블이 된 셈이다. 일찍이 종편 시대에 대비해온 케이블은 완전히 다른 리그를 창출해내며, 종편으로 인한 데미지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독자 노선을 걷고 있는 중. 특유의 젊은 문화와 해외 트렌드의 발빠른 흡수로 종편에도 '끄떡' 없다는 자신감이다.
케이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 E&M은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정확하게 꿰뚫어보며 끝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드라마의 경우엔 국내 지상파가 약한 '장르'에 집중했고, 예능은 해외 유명 포맷을 한국화하는 데에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로맨틱 코미디와 수사물에 집중하고 있는 케이블 드라마는 젊은 여성 시청자와 외국 드라마 팬들을 사로잡으며 틈새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올해 '뱀파이어 검사', 'TEN', '로맨스가 필요해' 등이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일본 방송사에 수출까지 해내면서 자신감이 붙은 CJ E&M은 내년 드라마 제작비에 총 870억원을 쏟아붓겠다는 계획. 내년에도 다양한 로맨틱 코미디와 수사물, 히어로물까지 기존 지상파가 시도하지 못했던 새로운 소재가 다량 나타난다. KBS '추노', '성균관 스캔들' 등 지상파에서 활약했던 인기 PD들의 신작도 선보일 예정.

45분 분량에 일주일에 한번씩 편성된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제작 여건이 좋아 후반 작업에도 많은 시간을 쓸 수 있어 퀄리티도 상당히 높아진 상태다. 특히 미국 드라마 식의 긴박한 호흡에 한국이라는 특수한 배경이 적용된 독특한 장르물들은 미국 드라마 등의 팬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종편이 지상파 방식의 호흡이 긴 서사 드라마를 다수 선보일 예정이라, 케이블 드라마가 시청자를 종편에 빼앗길 가능성이 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능에 있어서는 케이블의 자유분방한 매력이 통하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종편이 하면 영 이상할 '정치 풍자'에 있어서는 케이블이 훨씬 더 우위를 점할 수 있을 예정.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풍자가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도국의 성격이 강한 종편은 정치를 예능으로 풀어내서 대다수의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반면 CJ E&M은 정치 풍자가 '핵심'으로 통하는 '새터데이 나잇'의 판권을 사오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CJ E&M은 해외 유명 프로그램의 한국화에 특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 '프로젝트 런웨이'는 수십개의 나라에서 리메이크 됐으나, 시즌4까지 제작될 정도로 인기를 얻은 건 한국이 유일하다. 이후 방송된 '탑 기어', '코리안 갓 탤런트', '새터데이 나잇' 등이 인기 판권을 기반으로 했다. 일찍이 엠넷 '슈퍼스타K' 시리즈는 세계적으로 광풍이 불었던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국 버전이었다. 새로운 것을 들여와 소화시킬 수 있는 노하우가 상당한 셈이다.
물론 '수입'도 발빠르다. 현재 OCN에서 방영되는 'CSI' 시즌 12는 미국 현지 방영과 두 달여의 차이를 두고 있으며, 이달 중에는 '하우스' 시즌 7도 방송될 예정이다. 채널CGV에서 방영 중인 '테라노바'도 지난 9월에 방송된 따끈한 작품이다. 반면 TV조선이 내세운 미국 드라마는 이들 드라마의 '조상' 격인 '프렌즈'와 'ER'이다.
CJ E&M의 한 관계자는 "종편을 의식하기보다는 우리가 갈 길을 그대로 가는 게 전략"이라면서 "진보적이고, 장르적이고, 젊은 케이블의 색깔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케이블은 새로운 것에 반응하는 민감도가 높고, 해외 콘텐츠 수용도 용이해 종편의 등장에 큰 타격을 받을 것 같진 않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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