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포 이승엽이 1999년 여름 시즌 대구구장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신나는 댄스곡이 구장을 흔들었고 관중들은 어깨춤을 췄다. 엄정화의 '페스티발'을 자신의 데마송을 골랐던 이승엽은 그해 시즌 최다홈런 기록에 도전하며 홈런왕을 차지했다.
당시 엄정화는 이미 데뷔 7년차 톱가수였다. 경쾌하고 발랄한 댄스 댄스 댄스로 1999년 여름을 뜨겁게 달궜던 그는 가요계 섹시퀸 자리를 굳혔고 이후로도 쭉 '가수 엄정화 = 섹시 아이콘' 이미지다.
여가수의 활동 연령이 갈수록 어려지고 짧아지는 요즘 가요계에서 엄정화의 이력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될만 하다. 10대 중반의 걸그룹 멤버들이 파격적인 노출 패션에 킬힐 무장으로 무대를 뛰어다니는 2012년, 엄정화는 여전히 섹시하다. 왜 그의 시간은 거꾸로 가는걸까.

설연휴를 앞두고 개봉한 코미디 '댄싱퀸' 속 엄정화는 예측불허다. 젊었을 때 신촌에서 가장 잘 나갔던 여대생이 가정주부로 변하더니 뒤늦게 걸그룹으로 데뷔한다. 무능력 변호사에서 서울시장 후보로 변신하는 남편 정민과는 뜨겁게 사랑하면서..
설연휴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며 300만 관객을 향해 순항중인 '댄싱퀸'의 동력은 바로 황정민-엄정화 중년 콤비의 힘에서 비롯됐다. 영화 속 실명 그대로 정화가 엄정화의 모든 걸 온몸으로 대변했다. 가슴 속 열정 그대로 살아간다는 바로 그것이다.
엄정화는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정상에 오른 여자 톱스타 가운데 단연 최고의 내공을 자랑한다. 결과물과 이력이 그걸 대변하고 있다. 20년 넘게 무려 15개의 크고 작은 앨범을 냈으며 2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영화에서는 섹시한 가수 이미지를 지키려고 연기의 질을 깎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다. 코미디와 스릴러, 멜러, 감동 드라마 등 온갖 장르에 출연하며 어떤 캐릭터도 자기 것으로 만들어내는 연기파 배우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그런 점에서 엄정화는 자신의 재능을 잘 벼른 칼처럼 제대로 다스릴 줄 아는 배우이자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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