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안 되면 매직으로 그리는 수밖에 없죠".
올 시즌을 앞두고 롯데 자이언츠 좌완 이명우(30)는 양승호(52) 감독이 지목한 '불펜 고정 4인방'에 이름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0년 선발진으로 나섰지만 토미존 서저리(인대접합수술)를 받았다. 잠시 마운드를 떠났던 이명우는 지난해 37경기에 등판, 22⅓이닝 3홀드 평균자책점 3.63으로 불펜에서 자기 자리를 잡았다. 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등판해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제 역할을 다 했다.
사이판과 가고시마 캠프를 거치며 성공적으로 몸을 끌어올리고 있는 이명우는 현재 롯데 좌완 투수들 가운데 가장 페이스가 빠르다. 이승호와 강영식은 아직 실전피칭까지 몸 상태가 올라오지 않았지만 이명우는 3번 치러진 연습경기 가운데 2경기에 나설 만큼 페이스가 좋다.

이명우는 18일 있었던 일본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연습경기에도 등판했다. 이날 세이부는 선발 라인업에 일본 홈런왕 나카무라 다케야와 국가대표 유격수 나카지마 히로유키를 포함시키는 등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했다. 이명우는 "작년 시즌때와 비슷하게 몸 풀고 마운드 올라가 공 딱 두 개 던졌다"면서 "그 쪽(세이부) 선수들이 그렇게 대단한 라인업인지 몰랐다. 특히 나카무라는 홈런왕이라 하던데 전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고 어리둥절해 했다.
지난달 이명우는 올 시즌 목표 가운데 하나로 구속 증가와 체인지업 등 새로운 변화구 장착을 내세웠다. 그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직 구속이 안 올라온다. 내가 아무리 힘 줘서 세게 던져도 136~137km 나오는데 저 옆에 있는 (박)동욱이는 그냥 슬슬 던져도 145km 팡팡 찍는다"며 동료를 시샘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이어 "아직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아니면 감독님하고 내기 때문에 뺀 뱃살 때문에 그런지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양 감독은 얼마 전 이명우에게 "복근을 길러 왕(王)자가 나타나면 명품 양복을 사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현재 이명우는 '잃어버린 왕자를 찾아서' 다이어트에 여념이 없다. 캠프 시작 전 100kg이었던 몸무게는 벌써 92kg으로 줄었다. "얼굴 라인이 살아났다"며 기뻐한 이명우는 "투구할 때 배에서 걸리는 게 없어서 편하다. 그런데 왕자는 죽어도 안 나타난다. 요즘은 숙소에서 가만히 있을 때도 복근 운동하느라 정신이 없다. 캠프 끝날 때까지 왕자 만들어야 하는데 정 안되면 배에 매직으로 그려야 겠다"고 말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체인지업 등 떨어지는 변화구를 장착하는 것이었다. 현재 체인지업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명우는 "내가 편한대로 그립을 잡고 던지니 체인지업이 마치 반포크(스플리터)처럼 공이 움직이더라. 선배들은 '체인지업이 아니라 반포크를 던진다'고 하는데 일단 지금까지는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원포인트 릴리프는 불펜에서 몸을 한참 달구다가 마운드에 올라서는 짧게 공을 던진다. 어쩔 때는 불펜에서 50개를 던지고 마운드에서선 단 한 개만 던지고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이명우의 올 시즌 목표는 좀 더 길게, 좀 더 중요한 상황에 등판하는 것이다.
"작년은 크게 이기거나 크게 지고 있을 때 등판했지만 올해는 이기는 경기에 나오고 싶다. 작년 37경기에 나갔지만 홀드는 3개 밖에 없었는데 올해는 그래도 10개에서 15개 정도 홀드를 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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