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마야구 지도 경력만 벌써 14년 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배울 게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부끄럽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2차 전지훈련 캠프가 차려진 일본 가고시마 가모이케 구장. 시즌을 준비하는 선수들의 땀내음이 가득한 그라운드에 낯선 손님이 등장했다. 주인공은 바로 김상재(44) 전 개성고 감독이다. 이미 1차 전지훈련지에 자비로 캠프를 방문했던 김 전 감독은 가고시마 캠프도 방문해 선진 야구를 배우는데 여념이 없었다. 한 손에는 비디오 카메라를 들고 선수들이 훈련하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기 위해 그라운드를 돌아 다니는 김 전 감독의 눈빛에는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했다.
김 전 감독과 롯데는 큰 인연은 없다. 1994년 롯데에서 1년을 뛰고 은퇴를 했고, 이후 부산 개성고 감독을 오랜 시간 맡았지만 서로 왕래가 있었던 사이는 아니다. 지난해 김 전 감독이 개성고 감독에서 물러난 뒤 롯데에 스프링캠프 관람을 요청했고, 양승호 감독은 "아마추어 지도자가 용기를 내기 쉽지 않은데 기분이 좋다. 많은 것을 배워 갔으면 한다"며 흔쾌히 수락했다.

박정태 코치는 김 전 감독이 프로의 선진 야구를 배우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 둘 사이의 인연도 예사 인연은 아니다. 동아대를 나온 김 전 감독과 경성대를 나온 박 코치는 대학 시절 국가대표 주전 2루수 라이벌 관계였다. 같은 학년이었던 이들은 대학 졸업 후 나란히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고, 롯데는 스타일이 다른 둘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고 한다. 김 전 감독은 힘이 좋고 장타력이 기대되는 선수였고, 박 코치는 알려졌다 시피 당시에도 근성과 정확한 타격, 수비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결국 박 코치가 롯데에 들어갔고, 김 전 감독은 당시 신생팀이었던 쌍방울 레이더스의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사이판 캠프에도 방문했었던 김 전 감독은 지난 17일 가고시마 캠프도 자비를 들여 찾았다. 그는 "모든 훈련 방법이 배울 것 투성이다. 학생야구는 당장 눈 앞의 성적을 위해 선수들에 근성을 중시하고 운동장만 뛰게 시키는 등 훈련 방법이 뒤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그렇게 훈련해서는 야구에 필요하지 않은 근육만 붙을 뿐이다. 프로는 체계적인 훈련법으로 필요한 근육만 골라 키우는 데 그런 것들을 중점적으로 눈여겨 보고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선수생활을 마친 뒤 리틀야구 2년, 중학교 코치 2년, 고등학교 코치를 거쳐 개성고 감독만 8년을 역임한 아마추어 야구 베테랑 지도자다. 배움의 길로 나서기 쉽지 않았음에도 롯데 구단에 부탁을 했다. 그는 "배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정말 내가 부족했던 걸 통감한다. 만약 다시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 생활을 한다면 좋은 선수들을 길러내는 데 보탬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야구는 항상 변한다. 사실 많은 지도자들이 새로운 배움의 길로 가는 데 주저함이 많은 게 사실이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아마추어 야구 지도자가 프로야구 캠프를 배움의 목적으로 방문한 건 김 전 감독이 처음이라고 한다. 롯데에서 선진 야구를 스폰지처럼 빨아들인 김 전 감독의 소망은 하나다. "롯데에 많은 빚을 졌습니다. 이걸 갚을 방법은 현장에서 선수들을 잘 지도하는 것 이겠죠. 제가 여기서 배우고 느낀대로 가르친 선수들이 대학을 가거나 프로에 가서 '이런 야구를 누구에게 배웠나'라는 말을 듣는다면 정말 보람이 있을 것 같습니다".
cleanu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