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좋게 끝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이렇게 끝나 씁쓸하다. 나 때문에 팀에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다".
떠나는 순간까지도 팀을 걱정하는 마음이 우선이었다. 14년 동안 한 팀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대전 레전드' 최은성(41)은 2일 전화 인터뷰에서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등 떠밀려 은퇴하는 씁쓸함과 분노,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는 막막함, 돌이킬 수 없는 결정에 대한 덤덤함이 복잡하게 담겨있는 목소리였다.
- 구단과 협상 결과가 좋지 않았다. 정말 은퇴하는 것인가.

▲ 달리 방법이 없지 않은가. 대전이 아닌 다른 팀으로 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고 (은퇴 쪽으로)마음을 굳혀가고 있다. (은퇴식은)생각 없다. 지금 그 사람들 앞에서 내가 무슨 은퇴식을 하겠나.
- 대전의 레전드로 은퇴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줄곧 해왔는데.
▲ 대전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경기를 뛸 수 있든 없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마무리짓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된 것 같다. 물론 개인적인 목표에 대한 동기부여도 있었다. 하지만 달성 여부보다 후배들을 도와주고 그렇게 선배로서 임무를 다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다.
최은성이 말하는 개인적인 목표란 단 하나였다. 단일팀 500경기 출장이라는 대기록을 대전에서 세우고 싶다는 목표였다. "대전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 500경기 출장이라는 기록을 새기고 싶다"고 했던 그의 목표는 결국 허무하게 무너졌다.
- 500경기 출장이 어렵게 됐다.
▲ 나 스스로도 (500경기 출장이)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소 1~2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보다도 그저 올해 좀 좋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잘 안 돼서 아쉽다.
- 대전은 올 시즌 선수들이 많이 바뀌었다. 팀의 주축으로서 최은성 선수가 필요했을 텐데.
▲ 그런 부분이 많이 아쉽지만 어쩌겠나. 이번에 (대전에)내려갔을 때 선수들은 보고 오지도 못했다. 오히려 같은 팀이 되어놓으니 이야기하기가 더 쉽지 않다. 괜찮냐, 수고했다… 그렇게 위로해 준 선수들이 많다.
- 구단에서 계약 해지 문제에 대해 올린 글을 봤는지.
▲ 봤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좀 그렇다. 계약 해지가 된 당일 저녁,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그렇게 바로 글이 올라온 것이 섭섭하다. 물론 구단으로서는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승부조작 문제 때는 (해명글이)늦게 올라오더니 이번에는 계약 해지되지마자 바로 글이 올라온 것이 참 그렇다.
-대전 팬도 많이 마음 아파하고 있다. 일부 팬은 구단에 항의 방문을 하고 보이콧을 하자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는데 혹시 알고 있는가.
▲ 사실 2월 29일 (대전에)내려갔던 이유 중 하나도 팬을 생각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항상 응원도 열심히 해주시고…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뿐이었는데 잘 안 돼서 죄송할 뿐이다. 그래도 나 때문에 과격해지거나 팀과 안 좋아지는 것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개막도 다가오고 경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피해가 갈까봐 걱정이다.
- 팬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있다. 앞으로도 대전 열심히 응원해주시고 최은성이라는 선수가 있었다는 것, 참 열심히 축구를 했던 선수가 있었다는 그 사실만 기억해주면 감사하겠다.
이미 마음을 많이 다친 최은성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보다 팀 동료들, 그리고 팬에 대한 걱정을 더 많이 했다. "향후 계획은 아직 딱히 생각한 바 없다"는 최은성은 그라운드에서 보낸 14년의 시간을 반추하며 의도치 않았던 긴 휴식에 들어갔다. K리그의 활기찬 개막과 대비되어 더욱 씁쓸한 최은성의 휴식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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