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상주, 김희선 인턴기자] '비빔밥'이 'BBQ'에 우세승을 거뒀다. 얼핏 들으면 식사 메뉴를 고르는 이야기같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비빔밥 축구와 BBQ 축구의 첫 맞대결 이야기다.
지난 4일 상주시민운동장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2012 K리그' 상주 상무와 광주FC의 개막전 첫 경기서 광주가 경기 막판에 터진 주앙 파울로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비와 추위 속에서 원정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광주 최만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실에서 "웰빙 비빔밥이 고열량 BBQ를 이겼다"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상주 상무와 광주 FC의 대결은 항상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국가대표급 수비진을 갖춘 상주와 장신 공격수의 조화로 공격력을 강화한 광주의 대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 두 팀의 대결에는 또 하나의 색다른 이름표가 붙게 됐다. BBQ와 비빔밥의 대결이다. 식사 메뉴를 고민하게 될 것 같은 이 이름은 올 시즌 상주와 광주가 지향하는 축구를 표방하는 슬로건이다.
상주의 BBQ축구는 밸런스(Balance), 볼 점유율(Ball Posession), 퀄리티(Quality)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밸런스 있는 축구로 볼 점유율을 높여 퀄리티있는 축구를 하겠다'는 뜻이다. '팀의 슬로건을 정하자'는 박항서 감독의 말에 선수들 스스로 머리를 모아 만들어낸 슬로건이라 더 의미가 깊다.
밸런스와 볼 점유율, 퀄리티는 모두 평소 박항서 감독이 선수들에게 강조해왔던 기본 요소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하나로 녹여낸 BBQ축구의 '깊은 뜻'에 박항서 감독도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한편 이에 맞서는 광주는 비빔밥 축구를 들고 나왔다. 지난 해 신생구단으로 창단한 광주는 신인선수들이 많아 스타플레이어가 없고 개인적인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 선수들의 개성을 하나로 골고루 섞어내면 비빔밥처럼 맛깔나는 공격력을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고추장이 잔뜩 들어간 비빔밥처럼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다.
창과 방패의 색이 어우러진 BBQ축구와 비빔밥 축구가 맞붙은 이날 대결의 승자는 광주의 비빔밥 축구였다. 개막전이라 두 팀은 아직 몸이 덜 풀린 듯 제대로 된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전후반 내내 공격과 수비를 주고 받으며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두 팀의 승패를 가른 것은 '매운 고추장' 주앙 파울로의 쐐기골 한 방이었다. "고열량 치킨보다 웰빙할 수 있는 음식이 비빔밥"이라던 최만희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올 시즌 맛있는 축구를 선보일 두 팀의 첫 대결은 비빔밥의 승리로 끝났지만 전열을 가다듬어 복수전에 나서겠다는 BBQ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닥공' 대 '신공'처럼, 또 하나의 재기 넘치는 K리그 라이벌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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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최만희-상주 박항서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