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이 이야기가 영화화될 수 있겠어?'
불가능이라고? 가능하다. 그 방대한 스케일과 상상력으로 절대 영화화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됐던 '반지의 제왕'도 영화로 탄생했고, 내용이 어둡고 불편해 영화화 되더라도 흥행은 장담 못한다던 '도가니'도 400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영화계가 원작이나 실화에서 그 소재를 찾는 것이 하루이틀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한국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더욱 그 열기가 뜨거운 것을 알 수 있다. 말랑말랑 칙릿에서부터 팩션 사극, '과연 이 책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가능할까?'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대한 이야기들까지 영화의 소재로 거론되고 있다. 특히 '실화+소설=영화'라는 이중 조합도 새로운 등식이 됐다.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한 일주일'이 요즘 외화 중 그 대표적 예다.

한국영화는 최근 '완득이', '도가니'의 성공이 '소설+실화' 열풍의 큰 바탕이 됐다. 특히 광주 인화학교 성폭행사건을 다룬 '도가니' 같은 경우는 실화 소재의 힘을 여실히 증명한 영화였는데, 여기에 올 초 석궁사건재판 을 다룬 '부러진 화살'까지 합세하면서 소설이나 실제 사건의 영화화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 단순히 드라마틱한 소설이나 '인간극장' 류의 감동적인 사연 뿐 아니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만한 내용과 주제 찾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 영화 관계자는 "소설에 더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많이 제작될 움직이다. 예로 스릴러물에서는 새터민의 실제 이야기가 주목되고 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라면 더욱 구미가 당길 만한 영화의 소재거리다"라고 전했다.
소설과 실화는 영화 안에서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기도 한다. 개봉을 앞둔 영화 '화차'의 일본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원작은 90년대 버블 경제 붕괴 당시 일본의 모습을 그렸지만 변영주 감독의 영화에서는 IMF 이후의 배경으로 바뀌어 관객들의 영화에 대한 이입감을 높인다.

영화 '가비'는 김탁환의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원작을 읽은 독자라면 새롭게 탄생할 영화에 상당한 기대감을 지니게 된다. 영화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이후, 고종 황제가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겼던 1986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사이를 시대적 배경으로 '커피'와 '고종'을 둘러싼 음모와 비밀을 그린 것으로, 실제 커피를 즐겨 마셨던 고종과 러시아, 한국, 만주 벌판을 오가며 활약한 여주인공 따냐는 픽션과 논픽션의 사이에서 관객들에게 씨실과 날실을 엮는 듯한 재미를 줄 것으로 보인다.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은 다시한 번 실화 소재에 눈을 돌릴 것으로 보인다. 故김근태 의장의 이야기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것. 故 김근태 의장의 아내 인재근 여사는 3월 3일 자신의 트위터에 "정지영 감독을 만났는데 김근태 의장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하셔서 흔쾌히 승낙했다"며 "민주주의의 역사, 고난의 역사를 후세가 기억하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글을 남겼다. 정 감독은 차기작에 대해 사회 고발성 영화라기 보다는 아픔을 우려내는 의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소설은 항상 원작과의 비교라는, 실화는 진실 왜곡이라는 것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특히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처럼 사회적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소재가 감독의 자의식 없이 영화화될 때는 더욱 자극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ny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