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보다도 예술보다도 돈보다도 사랑보다도 더 지독한 액체, 그것이 바로 가비(커피).' 영화 '가비'의 맛은?
영화 '가비'(장윤현 감독, 15일 개봉)가 6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그 베일을 벗었다.
올해 첫 사극영화로 주목받은 '가비'는 김탁환의 인기 소설 '노서아가비'를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화는 원작에서 고종황제의 커피 암살사건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영화는 러시아 벌판을 휘젓고 다니는 따냐(김소연)의 모험담을 대폭 줄이고, 따냐와 고종황제(박희순)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사관 이야기에 좀 더 무게 중심을 두면서 원작의 다이나믹함 대신 인물의 섬세한 감정묘사에 초점을 맞췄다.

고종(박희순)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피신(아관파천)해 대한제국을 준비하던 혼돈의 시기인 1896년, 러시아 대륙에서 커피와 금괴를 훔치다 러시아군에게 쫓기게 된 일리치(주진모)와 따냐(김소연)는 조선계 일본인 사다코(유선)의 음모로 조선으로 오게 된다. 이들의 목표는 고종을 암살하는 것이다.
픽션과 논픽션을 아우르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원작 '노서아가비'는 한 번 잡으면 쓱쓱 쉽게 읽히는 경쾌한 재미를 갖고 있다. 반면 영화는 원작보다 한층 어둡고 침착하다. 느린 템포의 이야기에 맞춰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에게도 무게가 얹어졌다. 예를 들어 주인공 따냐는 원작에서 열을 사랑하더라도 하나는 자기를 위해 남겨두는 여자였다면, 영화 속 따냐는 사랑하는 사람에 모든 것을 내 줄 법한 여자다.
15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소연, 조선의 왕과 삼각 로맨스에 휘말린 일리치 역의 주진모, 왕후와 나라를 잃은 것에 아파하는 고뇌하는 영혼 고종으로 분한 박희순은 충실한 연기를 해 냈다. 배우들의 경우는 차가움과 뜨거움, 절제와 폭발 두 가지가 적절한 선에서 조화를 이뤄야 하는데 배우들은 본인들의 몫을 충분히 해 낸 것으로 보인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드라마의 쓴 맛이다. 경쾌하고 밝게 넘어갔던 책장은 영화의 신에서 무거운 챕터로 변했다. 커피를 둘러싼 고종 암살과 그로 인한 음모, 협작, 서서히 싹트는 묘한 감정, 한번 본 모든 것을 기억해내는 여자 등 영화는 곳곳에 재미있을 법한 소재거리가 가득하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은 어쩐지 심심하다. 커피를 내리는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 따냐의 삼각 로맨스도 느슨하게 결말로 다다른다. 커피의 향과 맛을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는 설탕을 타지 않는 것이 좋다지만, 가끔은 다방커피가 먹고 싶은 것이 사람아닌가. 영화가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한 톤을 유지할 수도 있지만, '가비'의 경우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라멜 마끼아또 등 좀 더 다양한 맛의 변화를 보여줬으면 좋았을 법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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