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대왕 문태종 34득점' 전자랜드, 연장서 KT에 선승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3.08 21: 49

경기 종료 0.2초 전. 스코어는 70-69, 원정 팀 전자랜드가 리드를 잡고 있었다. 이 순간 KT는 자유투 두 개를 얻어내 경기를 그대로 끝낼 기회를 맞이했다. KT의 슈터 조성민은 1구를 가벼게 성공시켜 경기를 이대로 종결짓나 싶었다. 그러나 2구를 놓치며 결국 연장으로 돌입, 승리의 기회를 날려버리고 말았다. 결국 승리의 여신은 연장에서 전자랜드에 미소를 지었다.
전자랜드는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KT와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81-79로 힘겨운 승리를 거뒀다. 문태종이 34득점, 허버트 힐이 29득점을 올려 팀 득점의 70% 이상을 책임지며 공격을 이끌었다.
1차전 승리는 4강 플레이오프 진출의 보증 수표와도 같다. 역대 30번의 플레이오프 1회전 가운데 먼저 승리를 거두고도 '부도'난 경우는 2003-2004시즌 LG가 오리온스에 1차전을 내준 뒤 내리 2연승으로 뒤집은 게 유일하다. 전자랜드는 이날 승리로 96.7%의 4강 진출 가능성을 갖게 됐다.

비슷한 팀 컬러를 지닌 두 팀의 대결은 슈터의 활약 여부에 승부가 갈렸다. 전자랜드 문태종은 정규시즌 막판 출장수를 조절하며 체력을 비축했고, 덕분에 1쿼터부터 민첩한 몸놀림을 보였다. 결국 문태종은 34득점으로 팀 득점의 절반 가까이 책임지며 이름값을 했다. 반면 KT 조성민은 전자랜드 강혁에 막혀 3쿼터까지 2득점에 그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4쿼터 3점슛 2개로 슛 감각을 조율했으나 결정적인 자유투 하나를 놓치며 패배의 빌미까지 제공했다.
KT는 1쿼터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패스를 주고받으며 조직력있는 농구를 펼쳤다. 지공에서는 공격 제한시간을 거의 채워가며 마지막 순간 슈팅을 쐈고, 그게 모두 림을 갈랐다. KT 찰스 로드는 1쿼터에만 덩크슛 하나 포함 10득점 3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전자랜드는 정규시즌 막판 체력을 비축한 문태종이 가벼운 몸놀림으로 맞섰다. 문태종은 돌파로만 6점을 기록했고 1쿼터 종료 직전 버저비터를 성공시키며 10득점을 올리는 활약을 펼쳤다. 1쿼터는 22-19, 홈 팀 KT의 근소한 우세였다.
2쿼터도 경기 양상은 비슷하게 흘러갔다. 2쿼터 초반 허버트 힐의 4득점으로 전자랜드는 한때 경기를 뒤집었지만 KT는 박상오와 로드의 득점을 앞세워 다시 리드를 잡았다. KT는 2쿼터 출전 선수들이 고른 득점을 올린 반면 전자랜드는 힐과 문태종 두 명이 13득점을 기록, 팀 모든 득점을 책임졌다. 다만 전자랜드는 오픈 찬스를 놓쳐 추격의 기회를 날렸다.
전반 전자랜드의 힐-문태종 공격 편중은 더욱 두드러졌다. 경기 전 유도훈 감독이 "시즌 막판 힐과 문태종이 빠지며 국내 선수들 기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 둘 말고도 다른 선수들이 득점을 올려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전반 흐름은 그렇지 않았다. 전반 전자랜드가 올린 32득점 가운데 문태종이 15득점, 힐이 12득점 등 2명이 27점을 올렸고 나머지 선수들이 5점에 그쳤다. 그마저도 1쿼터 강혁의 3점슛은 패스가 들어 간 것이기에 사실상 이현호의 2득점이 전부다.
 
3쿼터 들어 경기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전자랜드는 3점슛 가동을 시작한 문태종과 힐의 높이를 앞세워 추격을 시작했다. 이때 로드가 5초룰을 범하는 기본적인 실수를 저질렀고, 그 틈을 타 힐의 패스에 이은 정병국의 골밑슛으로 42-41, 한 점 차로 뒤집었다.
이후 역전과 재역전을 거듭하는 시소게임 양상이 시작됐다. KT는 3쿼터에만 5개의 3점슛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고, 전자랜드는 힐의 높이와 문태동의 정확한 득점력을 이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결국 3쿼터 전자랜드는 경기를 50-47로 뒤집는 데 성공했다.
4쿼터 KT는 갑자기 외곽포가 살아났다. 송영진과 박상오, 양우섭은 3점슛 하나씩 꽂아 넣으며 추격에 불을 당겼다. 전자랜드 역시 '믿을맨' 문태종과 힐의 득점으로 근소한 리드를 지켜갔다. 그러다 종료 5분 27초 전, 문태종은 로드와 공중볼을 다투다 균형을 잃고 넘어지면서 등을 코트에 찧어 벤치로 나갔다. 또한 쾌조의 컨디션을 보였던 박상오도 5반칙 퇴장으로 물러났다.
전자랜드는 박상오의 반칙으로 얻은 자유투 2개를 모두 성공시켜 4점차 리드를 힘겹게 지켜나가다 이번엔 이현호마저 부상으로 경기에서 빠지는 진퇴양난에 처했다. 그 사이 KT는 조성민과 양우섭의 3점포가 연달아 터져 64-64, 동점을 만들었다. 그러자 전자랜드는 통증을 참고 코트에 돌아온 문태종이 곧바로 역전 3점포를 터트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KT는 홈에서 이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경기 내내 부진했던 KT 조성민은 경기 종료 41초 전 극적인 동점 3점포를 터트리며 다시 경기를 69-69, 동점으로 돌려놨다. 경기 종료 9.1초 전, 전자랜드 정병국은 자유투 2개를 얻었고 이 가운데 1구는 실패, 2구는 간신히 성공하며 다시 살얼음 같은 리드를 잡았다. 결국 전자랜드는 KT의 마지막 공격을 무사히 막아내며 승리를 힘겹게 지켜냈다. 한 점 뒤진 KT는 경기 종료 0.2초를 남기고 조성민이 자유투를 얻어내며 승리를 따내는가 싶었다. 그러나 조성민이 하나를 놓치며 경기는 연장으로 돌입했다.
연장에서 KT는 조성민의 슛 감각이 살아난 데 이어 조동현의 3점포까지 터졌다. 그러나 전자랜드엔 문태종이 있었다. 문태종은 연장에서만 4득점을 추가했고 결정적인 블록슛으로 펄펄 날았다. KT는 경기 종료 15.1초 전 공격권을 얻었지만 기회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 결국 전자랜드는 2시간 15분에 이르는 연장 혈투를 81-79로 마무리짓고 4강 진출에 성큼 다가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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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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