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열흘 전 이야기다. 지난 13일 대구구장에서 삼성 선수단의 훈련을 진두 지휘하던 류중일 감독은 "시범경기와 정규 시즌의 성적은 별개"라고 잘라 말했다. 말 그대로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 했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실전 감각을 조율하는 과정일 뿐이라는 의미였다.
류 감독은 김인 사장과 함께 그룹 계열사 사장단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를 꺼냈다. 당시 류 감독은 한 계열사 사장에게서 "연습경기(시범경기)와 본경기(페넌트레이스)의 차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는 고공 행진하지만 정규 시즌이 되면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러자 류 감독은 "연습 경기의 경우에는 선발 투수의 이닝 또는 투구수가 정해져 있으며 계투진이 풍부해 나오는게 다르다. 하지만 본경기는 선발 투수가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선발 투수가 일찍 무너질 경우 계획이 뒤바뀔 수 있다. 그리고 이길때와 질 때의 계투진 기용이 다르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지난해 사상 첫 3관왕에 등극한 삼성은 22일 현재 시범경기 최하위(1승 4패)를 기록 중이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신기록의 주인공인 '끝판대장' 오승환(30, 삼성)이 21일 문학 SK전에서 7회 2사 2루서 안정광에게 투런 아치를 허용하는 등 1이닝 3피안타(1피홈런) 1탈삼진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류 감독의 말처럼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홈런을 허용한 오승환 또한 "맞은 건 맞은 것"이라고 개의치 않았다. 그저 정규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어쩌면 정규 시즌을 앞둔 백신 주사라고 볼 수도 있다.
한 야구인은 "프로야구 한 시즌을 고교 시험에 비유한다면 시범경기는 모의고사, 정규시즌은 중간 및 기말고사, 포스트시즌은 수능시험"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말하자면 속단은 이르다. 류 감독은 오는 27일부터 대구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KIA, 두산과의 안방 6연전부터 본격적으로 정규 시즌을 대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승기를 잡으면 정현욱, 권오준, 안지만, 권혁 등 필승 계투진을 과감히 투입하겠다고 못박았다.
삼성은 23일 목동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넥센과의 시범경기가 우천 취소된 뒤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위해 청주로 이동한다. 현재 수치상 성적은 좋지 않지만 모든게 류 감독의 계획대로 착착 진행 중이다.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 잘 한다고 기뻐하지도 못 한다고 슬퍼하지도 않는다. 류 감독을 비롯한 삼성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의 생각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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